가을인 듯 아닌 듯, 그래도 서늘해진 요즘 주말마다 강아지 두 녀석과 함께 숲을 거닌답니다. 발길에 치이듯 굴러다니는 도토리를 우리 집 강아지는 이리저리 굴리며 쪼르르 쪼르르 쫓아다닙니다. 절로 웃음이 나오지요. 그런 강아지 곁에서 저는 새소리를 더 귀하게 들으며 새 이름을 맞히기도 합니다. 반가워서인지 낯선 손님이 달갑지 않아서인지, 산새들이 저마다의 음색과 음률로 목청껏 노래합니다. 그 소리를 들으면 생각나는 책이 있습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1962년)입니다. 살충제와 농약이 생태계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린 이 책은 봄이 와도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마을을 상상하는 데서 출발해,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경고는 책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농약뿐 아니라 개발로 줄어든 서식지, 점점 빨라지는 기후위기까지 겹쳐 우리 곁의 새뿐 아니라 수많은 생물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양서류는 피부가 얇고 촉촉해서, 물속의 물질과 공기 중의 오염 물질이 피부를 통해 몸속으로 쉽게 스며듭니다. 털이나 깃털, 단단한 비늘 같은 보호막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환경이 나빠지면 개체 수나 번식에 변화가 일찍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지표 생물로 자주 언급됩니다. 이렇게 특정 지역의 환경 상태를 존재 여부와 상태로 알려 주는 생물을 ‘환경지표종’이라고 하고, ‘살아 있는 계측기’ 또는 ‘환경의 카나리아’라고도 부릅니다. 탄광에서 유독가스를 먼저 알아채려고 카나리아를 데려갔던 이야기에서 나온 비유입니다. 양서류의 대표 격인 개구리는 환경오염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생물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공기가 나빠도, 물이 오염되어도 살기 어려우니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개구리가 사라졌을 때 개구리를 먹이로 삼는 뱀이나 왜가리, 백로는 어떻게 살아갈까요? 먹이사슬의 윗자리에 있는 이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인간에게 돌아오지 않을까요? 과학이 발달해 식량은 더 풍부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자연이 차려 준 밥상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개구리 한 종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더 큰 질문이 따라옵니다. 생물다양성의 위기, 멸종, 절멸. 이런 단어들이 요즘 제 마음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환경 교육을 받기 전에는 어떤 종이 사라진다는 보도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기후위기가 깊어지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오늘 하루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못한 생물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구에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합니다. 앞선 다섯 번은 화산 폭발이나 운석 충돌 같은 자연의 큰 변화 때문이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지금이 인간 활동으로 일어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합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생물의 멸종 위험을 단계로 나눠 관리합니다. 가장 심각한 단계는 마지막 개체까지 사라진 ‘절멸’이고, 다음은 야생에서는 사라지고 사육이나 재배 상태로만 남은 ‘야생절멸’입니다. 아직 남아 있는 종 가운데 위험이 높은 순서로는 ‘위급’, ‘위기’, ‘취약’이 있고, 이 세 단계를 묶어 ‘멸종위기종’이라고 부릅니다. 그 아래로 가까운 미래에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는 ‘준위협’, 당장은 위험이 낮은 ‘관심대상’이 있습니다. 2026년 갱신된 이 적색목록에서는 평가 대상 17만5천909종 가운데 4만9천505종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됐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지구생명보고서 2026」은 야생동물의 상황을 숫자로 보여 줍니다. 1970년부터 2022년까지 52년 동안 관찰한 척추동물 개체군의 평균 규모가 73% 줄었습니다. 서식지별로는 민물 생태계가 평균 85% 줄어 가장 컸고, 우리가 속한 아시아·태평양도 49% 줄었습니다. 위협으로는 서식지 손실과 훼손이 가장 자주 보고되었고, 이 밖에 남획, 기후변화, 오염, 외래종과 질병도 위협 요인입니다. 그리고 이 원인들은 대개 따로 오지 않고 겹쳐서 생물을 압박합니다. 다행히 희망적인 소식도 있습니다. 모니터링한 개체군의 절반은 안정적이거나 늘고 있습니다. 야생 호랑이는 15년간 70% 넘게 늘었고, 푸른바다거북과 대서양 참다랑어는 멸종위기 등급에서 내려갔습니다. 참 다행이지요. ‘관심대상’이라는 가장 낮은 단계의 이름에도 ‘관심’이라는 말이 들어 있습니다. 위험이 낮을 때부터 관심을 갖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모든 단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첫걸음이 아닐까요. 이 땅에는 우리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의 또 다른 생명들도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이 사는 땅과 그 속에 잠든 생명을 너무 쉽게 해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지구의 생명들에게는 우리 인간이 가장 큰 위기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사라지는 생명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저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보려 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