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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향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518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08일
ⓒ 고성신문
예쁜 치매인가
황필순 (디카시마니아)

골목길 돌아설 때마다
손 흔들며 웃어준다
어제보다 오늘은 더 붉게
처음 본 듯이
반가웁게


순간이 그려놓는 밑그림 선망
기억을 놓는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시간을 두루마리 휴지처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치매(선망․善忘)는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잃는 것이 아니라 가장 슬펐던 기억과 아팠던 기억이 웅덩이에서 물을 긷듯 퍼올리는 작업인 것 같다.
황필순 시인 <예쁜 치매인가> “어제보다 오늘은 더 붉게/처음 본 듯이/반가웁게”
치매를 바라보는 사람은 바라보는 자체가 슬픔이다.
똑같은 말을 매번 물어보지만, 물어볼 때마다, 틀린 답을 정답처럼 말하는 행동을 한다. 가족들이 가장 힘든 병을 함께 하고 있다.
치매는 자신의 감옥 안에 스스로 똬리를 틀고 앉는다.
불안과 스트레스로 가득 찬 현대사회에서 매리노프 박사는 정신분석학에서 “인간이 어두운 면과 약한 부분에만 지나치게 주목한 나머지 인간이 지닌 강인함과 밝은 부분을 충분히 보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치매는 영역도 없다.
인간이 지닌 강인한 내면에서만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어디서 놓치고 왔을 저 정신 줄, 어디서 다시 찾을 수가 없을까.
골목길 돌아설 때마다 손 흔들며 웃어주는 반가운 얼굴이 나를 잊어버리고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기억을 모두 놓치고 서 있는 저 나무처럼 붉기만 하다면 슬픈 영화처럼 눈시울이 뜨겁다.
스스로 묻고 싶다.
당신은 오늘도 자신을 잘 돌보고 있는지.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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