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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온 ‘숲 속으로’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08일
↑↑ 동동숲의 열린 아동문학관
ⓒ 고성신문
↑↑ 고성버스터미널의 열린 아동문학
ⓒ 고성신문
↑↑ 앤서니 브라운의 ‘숲속으로’
ⓒ 고성신문
《열린아동문학》은 책이 발행될 때마다 고성 시외버스 터미널 대합실과 <터미널 식당>그리고 동시동화나무의 숲으로 오는 길목에 있는 식당 〈송화 꿩 가든〉에 대여섯 권씩 비치한다. 자리가 협소해 수시로 들러 몇 권씩 더 보탠다.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지 가져가 읽으라는 뜻이다. 터미널 대합실에는〈《열린아동문학》은 고성군 대가면 연지리에 있는 (사)동시동화나무의 숲에서 발행하는 어린이와 함께 온 가족이 읽을 수 있는 아동문학 전문 계간지입니다. 그냥 가져 가셔서 《열린아동문학》과 함께 뜻있는 여행 되십시오〉라는 팻말을 세워 두었다. 매호 이렇게 해서 30~40부씩 배포된다.
<터미널 식당〉은 이영원 선생을 비롯해서 숲 식구들의 단골 식당이자 행사 때마다 서울 쪽에서 오는 아동문학가들이 버스에서 내려 즐겨 점심을 먹는 식당이다. 10년이 넘어도 변함없이 6,000원 받는 백반을 둥근 알루미늄 쟁반 가득 10여 가지 반찬과 함께 담아내는데 맛 또한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토속적인 맛이다. 일흔을 훨씬 넘긴 여사장님이 텃밭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해산물은 새벽에 고성 시장에서 구입해 반찬을 만든다. 단골들의 성화에 깻잎 장아찌, 된장에 묻은 고추 등은 판매도 한다. 아침밥과 늦은 점심밥만 제공한다.
철성중고등학교를 지나 다리 건너 오른 쪽에 있는 〈송화 꿩 가든〉은 그 전, 그 전 자리에서 영업할 때부터 찾아가던 단골 식당이다. 고성에서 유일하게 꿩고기를 요리하는 집이지만 직접 담은 된장으로 만든 우렁된장 맛은 일품이다. 요즘은 바깥 사장님이 직접 낚시와 통발, 뜰채를 이용해 잡은 민물고기와 새우를 넣어 끓인 잡어 어탕과 어탕국수의 맛은 독보적이다. 50만 원 상당의 돌솥에 강황을 넣어 지은 밥 때문이기도 하다.
〈송화 꿩 가든〉은 최근 들어 우리 숲 행사 때마다 아침 식사를 지어주고, 경품 협찬도 한다.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온갖 채소를 나누어 주기도 한다.
추석 전 어느 날이었다. 〈터미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대합실에서 책 몇 권을 들고 나오는 동길산 시인을 만났다. 동길산 시인은 부산에 살지만 우리가 동동숲을 구입할 즈음 산너머 마을에 시골집을 사서 한 번씩 오가는데, 그 날은 부인과 함께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동길산 시인이 대합실에서 들고 나온 책은 《열린아동문학》 두 권과 「숲 속으로」라는 그림책이었다. 「숲 속으로」는 앤서니 브라운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그림책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1946년 영국에서 태어나 1983년에 「고릴라」로, 1992년에 「동물원」으로 영국도서관협회에서 그 해에 가장 멋진 그림책을 그린 화가에게 주는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을 두 번이나 받고, 2000년에는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상을 받은 영국이 자랑하는 그림책 작가다. 「터널」, 「미술관에 간 윌리」,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 「달라질 거야」도 그의 작품이다. 그 「숲 속으로」가 《열린아동문학》과 함께 나란히 꽂혀 있었던 것이다.
동길산 시인이 들고나온 이유는 「숲 속으로」 표지 뒤쪽 면지에 ‘동동숲 작은도서관’ 고무인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 두면 다시 없어질까봐 나중에 확실히 전해주기 위해서 가져온 것이다.
동시동화나무의 숲 안에 있는 ‘열린아동문학관’에는 숲에 나무가 있는 아동문학가들의 저서 외에 별도로 마련한 책장에 많은 책들이 꽂혀있다. 주로 아동문학에 관한 책들이지만 그림책과 잡지, 어른들이 읽을 책도 있다. ‘동동숲 작은도서관’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숲을 산책하다가 찾아와 마음 편하게 읽으라고 마련한 책들이다. 그러니까 누군가 동동숲에 들러 ‘열린아동문학관’에서 책을 읽다가 어떤 연유로 그냥 가져갔는데, 나중에 돌려주는 방법으로 그것을 택한 모양이다.
책을 받아들고 사연을 유추해 보고 난 뒤 가슴이 한없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아름다움’이었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사과나무 밑을 지나가던 어린이 몇이, 사과나무 밑에 떨어진 사과를 주워서 먹거나 가져가지 않고 사과나무 밑둥 곁에 소복히 놔두고 가는 글을 읽었다. 그 글과 삽화가 70년이 지나도 선명히 떠오르는데, 숲으로 온 「숲 속으로」를 만났을 때의 감격과 기쁨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다. 동시동화나무의 숲과 ‘열린아동문학관’의 역할이 바로 이것이다. 사철 누구나 편하게 와서 숲을 즐기고, 아동문학 관련 책을 읽고 아동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 몸과 마음을 살찌워 평화를 배우는 숲이 되는 것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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