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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사업 선정, 이후를 묻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08일
ⓒ 고성신문
공모사업 선정 소식이 전해지면 거리에는 어김없이 현수막이 걸린다. 수백억 원의 국비 확보, 숙원사업 해결. 지역발전의 성과로 이보다 선명한 문장은 드물다. 그러나 현수막은 몇 주 뒤 걷히고, 그 사업의 비용은 수십 년간 남는다.
공모사업은 대개 국비와 도비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시군비 매칭이 뒤따르고, 시설이 문을 연 뒤에는 운영비와 유지관리비, 인건비가 해마다 고정비로 쌓인다.
건립은 국비로 했으되 운영은 온전히 지방의 몫이 되는 구조다. 이른바 ‘보조금의 역설’이다. 지원이 클수록 지방재정의 자율 공간은 오히려 좁아진다.
한 건의 부담은 크지 않아 보인다. 연간 10억, 20억 원. 문제는 누적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군 단위 지역에서는 새로 들어온 사업 하나가 마을 안길 정비, 복지, 농업 지원 예산과 같은 저울 위에 오른다. 한쪽이 무거워지면 다른 쪽은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를 확보했는가’에서 ‘앞으로 얼마를 감당해야 하는가’로.
중앙정부의 전국 단위 정책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의 맨홀 추락방지시설 설치 사업이 그렇다. 한 지역에만 수천 개, 수십억 원이 소요되고 지방비 분담도 적지 않다. 시민 안전이라는 목적에 이견은 없다. 다만 정책은 중앙이 정하고 비용은 지방이 나누는 방식이라면, 재정이 열악한 시군에는 사실상 선택지가 없다. 이미 편성한 예산을 덜어내 메울 뿐이다.
하천구역 내 불법 시설물 정비도 다르지 않다. 행정적 정당성이 있더라도 충분한 유예기간과 주민 설명이 결여되면 재산권 갈등과 민원으로 번진다. 그 무게는 결국 주민과 일선 공무원에게 전가된다.
분권은 업무의 이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권한이 내려간다면 재원과 준비의 시간도 함께 내려가야 한다. 수단 없이 책임만 이양되는 분권은 분권이 아니라 비용의 하향 이전에 가깝다.
이제 공모사업을 보는 시선도 ‘선정’에서 ‘지속가능성’으로 옮겨가야 한다.
첫째, 신청 단계에서 지방비 부담과 완공 후 연간 운영비, 5년·10년 뒤의 감당 능력을 따지는 '재정영향평가'를 제도화해야 한다. 기업이 초기 투자비가 아니라 생애주기 비용으로 사업성을 판단하듯, 공공사업도 그래야 한다.
둘째, 재정 여건에 따른 차등 보조율이다. 재정이 탄탄한 도시와 소멸위험 농어촌에 같은 분담률을 적용하는 것은 형식적 평등일 뿐 실질적 형평이 아니다.
취약한 지역일수록 국·도비 비율을 높이는 것이 균형발전의 본뜻에 부합한다.
셋째, 광역자치단체의 조정 기능이다. 중앙의 대규모 사업을 시군의 각개 대응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도가 사전 협의의 창구가 되어 지방의 재정 실정을 전달하고 시기 조정과 국비 상향을 이끌어내야 한다.
어느 마을의 길이 되고, 아이들의 돌봄 공간이 되고, 어르신의 겨울이 된다. 많이 따오는 지방정부가 곧 좋은 지방정부인 시대는 지나야 한다. 필요한 사업을 고르고, 감당할 만큼 시작하며, 시작한 일은 끝까지 책임지는 행정. 그것이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중요하다.
현수막은 선정의 순간을 기억한다. 그러나 주민은 그 이후를 산다. 오늘의 국비가 내일의 청구서가 되지 않도록, 이제는 따오는 능력보다 따져보는 능력을 물어야 할 때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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