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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 나라의 뿌리에서 우리 고장의 오늘을 돌아본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02일
10월 3일은 제4358주년 개천절이다. 나라의 뿌리를 되새기는 국경일이다. 그러나 해마다 돌아오는 개천절을 단순히 태극기를 게양하고 하루를 보내는 날로 여겨서는 그 의미를 충분히 살릴 수 없다.
개천절의 ‘개천(開天)’은 하늘이 열렸다는 뜻이다. 단군이 고조선을 세웠다는 건국 이야기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해 왔다. 그 건국 이념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홍익인간의 정신은 어디에서부터 실천돼야 하는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에서부터다. 대한민국이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수도권과 대도시뿐 아니라 전국의 군 지역과 작은 마을도 함께 살아 있어야 한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군 지역의 현실을 외면하고서는 국가의 균형 있는 미래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군 지역의 현실은 통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른 아침, 버스 정류장에 줄을 선 주민 대부분은 어르신이다. 버스가 드물어 자칫 버스를 한번 놓치기라도 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경우 병원 한 번을 다녀오는 데 하루가 걸리기도 한다.
농촌에서 품앗이로 일손을 나누던 이웃들도 이제는 대부분 고령이다. 그래도 한평생 농사를 지어 온 어르신들은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성치 않아도 논밭으로 향한다.
장날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읍내 거리도 한산해졌다. 장날은 물건만 사고 파는 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을 닫은 점포가 하나둘 늘고 골목도 점차 한산해지고 있다.
가게 하나가 문을 닫는 것은 단순히 사업장 하나가 사라지는 일이 아니다. 주민들이 장을 보고, 식사를 하고, 이웃을 만나던 생활공간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마을로 들어서면 빈집도 눈에 띈다. 굳게 닫힌 대문과 잡초가 무성한 마당, 사람의 발길이 끊긴 골목은 지방의 인구 감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로당에서는 ‘우리 마을에도 아이들이 참 많았다’는 옛이야기가 오간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 수가 줄어 존립을 걱정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학교는 배움터이기에 앞서 지역에 아이들이 있다는 증거다. 고향에 남고 싶은 청년들도 일자리와 주거, 자녀 교육 문제 앞에서 결국 도시를 택하고, 부모들은 떠나는 자식을 붙잡지 못한다. 이것이 군 지역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군 지역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시가 갖지 못한 자산이 많다. 깨끗한 환경과 농수산업 기반, 오랜 역사와 문화,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마을과 지역만의 생활문화는 도시가 갖지 못한 자산이다. 문제는 이 자산을 주민들의 삶과 어떻게 잇느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지역에 사람이 살아야 학교가 유지되고 가게가 살아나며 농업도 이어진다. 따라서 지방소멸 대책은 건물과 시설을 짓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청년과 가정이 머물 수 있도록 학교를 지키고, 빈집을 주거로 활용하며, 영농 승계와 상권 회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은 거창한 사업 하나보다 어르신이 제때 병원에 갈 수 있는 버스 한 대가 주민들에게 더 절실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도 지방을 인구가 적은 곳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군 지역은 식량을 생산하고 국토의 자연을 지키는 삶의 터전이다. 지방이 무너지면 국가의 한쪽 축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천절은 나라의 탄생만 생각하는 날이 아니라 나라를 이루는 지역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날이어야 한다. 올해 개천절에는 나라의 역사와 함께 우리가 사는 고장의 모습도 돌아보자.
첫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과 일손을 걱정하는 농민,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와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은 청년들이 바로 우리 지역의 오늘이자 내일이다. 이들이 고향에서 존중받으며 살아가도록 살피는 일이 곧 홍익인간의 정신을 이 시대에 실천하는 길이다.
과거의 인구 규모를 되찾기는 어렵더라도, 빈집에 다시 불이 켜지고, 학교 운동장이 학생들로 채워지며, 장날 읍내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은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다.
개천절의 진정한 의미는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는 데 있지 않다. 나라의 뿌리를 기억하고 지역의 뿌리를 지키며, 그 뿌리에서 새로운 미래를 키워내는 데 있다.
국가가 살아야 지방이 사는 것이 아니라, 지방이 살아야 국가도 산다. 개천절을 맞아 이 말을 마음에 새기며, 우리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평범한 하루가 계속될 수 있는 고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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