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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지역을 바꾼다, 고성형 공공도서관의 길] 주민이 만들고 마을이 함께 키우며 지역을 바꾼 제주의 도서관

주민들이 운영에 참여, 제주 알리는 김영수도서관
제주의 언어와 문화 지킴이, 꿈바당어린이도서관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02일
▣ 글 싣는 순서
① 도서관은 많아도 활용하지 못하는 고성
② 책을 넘어 예술이 머무는 곳, 문화예술 거점 도서관
③ 하룻밤 머물고 직접 책을 만든다, 머무는 도서관
④ 연결되면 더 강해진다, 지역 변화 이끄는 도서관 네트워크
⑤ 주민이 만들고 함께 키우며 마을을 바꾼 도서관
⑥ AI와 배리어프리, 모두를 위한 미래형 도서관
⑦ 책 읽는 고성, 지역 활력의 신호탄

ⓒ 고성신문
↑↑ 제주 꿈바당어린이도서관(사진 위)와 김영수도서관은 지역민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것은 물론 지역어 등 지역문화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고성신문
도서관은 주민이 운영에 참여하고 아이와 어른이 공간을 나누면서 마을의 생활공간으로 넓어진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살아온 어르신의 말과 기억이 어린이에게 전해지고 주민이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기록하는 일도 도서관에서 이뤄진다.

# 낮에는 학교, 저녁에는 마을도서관
제주시 원도심 제주북초등학교 안에 있는 김영수도서관의 역사는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북초등학교 20회 졸업생인 고 김영수 씨가 일본 오사카에서 기업인으로 성공한 뒤 모교 후배들을 위해 지어 기증했으며 1976년 2층으로 증축돼 학교도서관으로 사용됐다.
제주 원도심은 행정기관과 주요 시설이 신도심으로 옮겨가면서 주민과 학생이 줄었다. 한때 3천 명이 넘던 제주북초 학생 수도 크게 감소하면서 학교 안에는 사용하지 않는 옛 교직원 관사와 창고가 남았다.
제주도와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제주도교육청, 제주북초등학교는 2017년부터 기존 김영수도서관과 옛 관사, 창고를 고쳐 학교와 마을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학부모와 주민도 계획 단계부터 참여해 운영과 공간 활용, 학생 안전 등을 논의했다. 수업시간에는 학생이 이용하고 저녁과 주말에는 주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주민 활동가도 양성했다. 2018년 25명, 2019년 22명 등 모두 47명이 마을도서관 활동가 교육을 받았다.
정비를 마친 김영수도서관은 2019년 주민에게 문을 열었다. 현재도 평일 낮에는 학생과 교직원이 이용하고 저녁과 주말에는 마을도서관으로 운영된다.
도서관 관계자는 “김영수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도서관이면서 동시에 마을도서관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이용한 공간을 저녁과 주말에는 주민이 함께 사용한다”라면서 “학교가 공간을 열고 주민은 단순한 이용자가 아니라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로 운영에 참여한다. 학교와 마을이 같은 공간을 함께 키워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민 활동가들은 시설 관리와 방문객 안내, 프로그램 운영 등에 참여한다. 주민 자원봉사단체인 김영수도서관친구들도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어린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제주 자연과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한다.
김영수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을 배운 주민이 다시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지역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라면서 “아이들은 학교 안에서 지역주민을 만나고 주민은 아이들의 배움에 참여한다. 도서관이 학교와 마을을 잇는 접점이다”라고 말했다.
지역 개방 이용객은 2022년 6천226명에서 2023년 7천220명, 2024년 8천91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만356명으로 처음 1만 명을 넘어섰다.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찾은 양미영 씨는 “처음에는 학교 안에 주민이 들어가도 되는지 낯설었는데 지금은 동네도서관처럼 편하게 이용한다”라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이웃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돼 주민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크다”라고 말했다. 김영수도서관은 2019년 생활 사회간접자본 우수사례 공모전 최우수상, 2020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제주도교육청 학교복합시설로 공식 운영 중이다.

# 제주어 읽어주는 어르신, 어린이와 지역을 잇다
제주시 연동 꿈바당어린이도서관은 과거 대통령의 제주 숙소와 제주도지사 관사로 사용하던 공간에 들어섰다.
제주도는 공관 활용방안을 찾은 뒤 어린이도서관으로 용도를 정했고 2017년 10월 문을 열었다. 2018년부터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다.
꿈바당은 2019년 역사, 2020년 인권, 2021년 환경, 2022년 여행, 2023년 우리신화 등 해마다 주제를 정해 어린이 독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24년에는 제주어를 주요 주제로 삼았고 지난해 별도의 꿈바당 제주어관을 조성했다.
매달 제주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를 소개하는 이달의 제주어작가의 방도 운영한다.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독자와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며 올해는 제주어 작가가 지역 문화공간과 작은도서관 8곳을 직접 찾아간다.
올해부터는 전문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제주어 선생님으로 참여한다. 어린이에게 제주어 책을 읽어주고 제주어관의 전시와 체험을 설명하며 제주어탐험대에서도 활동한다.
제주어를 실제 사용해 온 어르신이 직접 책을 읽어주면서 어린이는 글자의 뜻뿐 아니라 억양과 발음을 함께 듣는다.
제주어관에서는 전시 속 제주어를 찾거나 영상 속 말을 따라 하고 낱말의 뜻을 맞히는 체험도 진행한다.
꿈바당 관계자는 “꿈바당은 어린이가 책을 읽는 데 머물지 않고 제주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언어와 문화까지 만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자 한다”라면서 “제주어를 사용해 온 어르신이 어린이에게 직접 읽어주면 억양과 소리, 생활 속 쓰임까지 전할 수 있다.
어르신에게는 자신의 언어와 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역할이 생기고 어린이는 책에서 보던 제주어를 살아 있는 말로 만나게 된긶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찾아가는 제주어탐험대는 꿈바당에서 양성한 제주어책놀이지도사가 제주지역 초·중학교를 찾아 그림책과 낱말카드, 퀴즈, 말놀이, 역할놀이 등을 진행한다. 오는 11월까지 130개 학급이 대상이다.
한 방문객은 “집에서는 아이에게 제주어를 들려줄 기회가 많지 않은데 어르신이 직접 책을 읽어주니 말의 느낌까지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라면서 “제주어와 제주문화를 놀이와 체험으로 만나니 아이도 어렵게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제주어 기록에는 지역단체와 주민도 참여한다. 꿈바당은 제주지역 독서문화단체와 기관이 제주어 구술 기록, 마을 제주어 수집, 그림책 읽기, 문학 창작, 영상 제작 등을 직접 기획하도록 지원한다.
조꼿디 이신 제주어아보카(가까이 있는 제주어 찾아볼까)는 주민이 거리의 간판과 안내문, 표지판, 광고 등에 남아 있는 제주어를 찾아 사진으로 기록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어린이 중심이었던 참가대상을 올해 도민 전체로 넓혔으며 선정 사진은 제주어 책축제에서 전시한다.
작가가 제주어로 작품을 쓰고 어르신이 어린이에게 읽어준다. 어린이는 듣고 말하며 지역단체와 주민은 마을과 거리의 제주어를 기록한다.

# 정원으로 나온 책, 주민에게 열린 야외도서관
꿈바당은 도서관 정원도 독서와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 지난해 야외광장과 정원에서 벨꼿도서관을 네 차례 운영해 약 2천400명이 찾았다. 잔디 위에서 책을 읽고 그림책 낭독과 제주어 공연, 시 낭독, 영화 등을 함께 즐기는 야외도서관이다.
올해는 꿈바당 야외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6월과 7월, 9월, 11월 네 차례 운영한다. 잔디마당을 독서정원과 낭독정원, 놀이정원, 체험정원으로 나눴다.
독서정원에는 캠핑의자와 파라솔, 돗자리 등을 놓고 어린이 책과 성인을 위한 소설·수필을 비치한다. 낭독정원에서는 도서관 동아리가 그림책을 읽어주고 놀이·체험정원에서는 분필그리기와 비눗방울 놀이, 필사, 책갈피 만들기 등을 진행한다.
어린이도서관이지만 아이들만 이용하지 않는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고 어르신은 제주어를 들려주며 지역 작가와 문화단체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김영수도서관은 학교를 마을에 열고 주민을 운영에 참여시켰다. 꿈바당어린이도서관은 제주어와 제주문화를 중심으로 어린이와 어르신, 작가와 지역단체를 연결하고 프로그램을 학교와 작은도서관, 지역 문화공간까지 넓혔다.
주민이 공간을 운영하고 지역의 말과 기억을 나누며 다시 어린이와 다른 주민을 만난다. 학교와 마을, 어린이와 어르신, 책과 지역문화가 연결되면서 도서관은 지역의 생활과 문화를 이어가는 공간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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