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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보다 나은 지혜는 없다는 생각, 항공산업의 길을 열다

대화항공산업 김영홍 회장의 삶과 도전
해병대와 월남전을 지나 항공기 판금 외길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9월 18일
지역에 뿌리내린 기업은 한 사람의 선택과 긴 시간 위에서 성장한다. 기업의 역사를 살피는 일은 지역 산업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함께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본지에서는 지역 항공산업의 현장을 지켜온 대화항공산업 김영홍 회장을 만나 그가 지나온 시간과 그가 바라보는 지역 항공산업의 미래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 김영홍 회장은 ‘아시아에서 판금을 정말 잘하는 회사’가 목표라고 말한다.
ⓒ 고성신문
# 어린 시절 성장 과정에서 지금의 김영홍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지금의 창원시 진해구 소사동에서 5녀 1남 중 외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아버님께서 공직에 계시면서 농사도 지으셔서 어린 시절에는 크게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졌습니다. 힘들어하시는 부모님과 어린 여동생들을 보며 빨리 돈을 벌어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겪은 가난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지금의 저를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 청년 시절 김영홍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꿈꿨습니까?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부모님께 계속 의지하기보다 하루라도 빨리 제 힘으로 살아가고 집안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미래를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믿음이 강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는 것보다 주어진 일을 얼마나 성실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마음에 두고 살아온 말이 ‘성실보다 나은 지혜는 없다’입니다. 거창한 성공보다 제 힘으로 살아가며 가족을 걱정시키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 삶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있었다면 언제였습니까?
제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은 해병대 입대입니다. 1966년 어린 나이에 장기복무를 선택했습니다. 세상이 막막했고 ‘내가 국가에 충성하면 그래도 밥 세 끼는 먹여주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입대 후에는 밤낮없는 훈련을 견디며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 자리를 지키고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어린 시절의 가난이 책임감을 갖게 했다면 해병대는 그 책임을 감당하는 방법을 가르쳐줬습니다. 입대가 저를 강하게 만든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면 전역은 세상에 나가 제 길을 찾기 시작한 두 번째 전환점이었습니다.

↑↑ 젊은 시절 베트남전 참전 모습
ⓒ 고성신문
# 월남전 참전 경험은 이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자대에 배치된 지 약 6개월이 됐을 때 월남전 참전 지원자를 모집했습니다. 외동아들은 제외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저는 강하게 원해 베트남으로 갔습니다.
살아 돌아오면 가족을 위해 더 열심히 살고, 혹시 전사하더라도 보상금으로 가족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가족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는 마음이 절박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전투요원으로 청룡부대 용궁1호 작전에 선봉으로 참여했습니다. 14개월간의 참전을 마치고 돌아오니 ‘전쟁터에서도 살아왔는데 무엇이 두렵겠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동료에 대한 책임과 신뢰의 중요성도 배웠습니다.

#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항공산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습니까?
전역 후 당시 삼성항공에 입사해 항공기 판금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판금은 같은 소재와 장비를 사용해도 사람의 경험과 기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소재의 성질과 힘을 줘야 할 지점을 손으로 느끼고 판단해야 합니다. 사람의 손과 경험이 곧 기술이 된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거의 10년 동안 밤 12시가 돼야 퇴근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회사에서 기술을 인정받아 선진 항공회사에서 제작기술을 배울 기회도 얻었습니다. 삼성항공에서 판금을 배운 시간이 대화항공산업의 시작이었습니다. 평범한 금속판을 하늘을 나는 항공기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지금도 판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 김영홍 대화항공산업 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고성신문
# 대화항공이 지금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무엇이었습니까?
회사를 시작하면서 항공기 판금 분야에서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살아생전에 아시아권 최고로 인정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몇 가지 부품만 만드는 데 머물지 않고 판금과 관련된 공정을 가능한 한 직접 수행하려 했습니다. 당장 돈이 되는지를 따지기보다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설비를 갖췄습니다.
그 과정에서 티타늄 열간성형에 도전했습니다.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공정까지 해내야 제대로 된 판금 전문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랜 연구개발과 투자 끝에 보잉의 티타늄 열간성형 공정승인 D1-4426을 확보했습니다. 언젠가 ‘대화항공 정도면 아시아에서 판금을 정말 잘하는 회사’라는 말을 듣는 것이 바람입니다.

# 대화항공이 국내 항공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결국 성실함과 사람입니다. 한두 번 잘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신뢰를 만듭니다.
항공기 부품은 작은 오차도 안전과 연결되므로 품질과 타협할 수 없습니다. 첫째가 품질이고 둘째가 납기이며, 이를 성실하게 지켜야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판금기술은 몇 달 교육한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대화항공에는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기술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경험은 하루아침에 확보할 수 없는 회사의 자산입니다.

# 우주항공산업의 변화 속에서 대화항공이 앞으로 가장 집중하려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중요하게 보는 분야는 티타늄입니다. 대화항공은 수십 년 동안 가볍고 강한 부품을 정확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왔습니다.
앞으로 티타늄 성형기술을 발전시켜 항공기뿐 아니라 방위산업과 무인기, 우주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싶습니다. 이 기술은 미래 이동수단과 로봇 등 다른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 부품을 잘 만드는 회사를 넘어 ‘가볍고 강한 부품을 잘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입니다.

#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우주항공산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성이 항공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발전하려면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보십니까?
고성은 사천과 인접하면서도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두 지역을 하나의 우주항공산업권으로 묶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무인기는 기체를 만든 뒤 실제로 날려보며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해야 하므로 비행시험이 가능한 공역이 중요합니다.
고성은 무인기 개발과 시험·실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장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산업용지와 시험·실증 환경을 갖추고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세제혜택과 연구개발 지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술인력을 키우고 젊은 사람들이 지역에서 취업해 정착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합니다.
사천과 고성이 경쟁하기보다 각자의 장점을 살려 역할을 나눈다면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의 중요한 중심축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 오랜 기간 지역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온 경영 원칙과 가치는 무엇입니까?
회사를 경영하면서 사람을 오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선배가 후배에게 경험을 가르쳐줄 때 개인의 기술은 회사의 기술로 남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여겨온 경영원칙은 상생입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직원도 그 성장을 함께 느끼고, 회사를 믿고 자기 기술과 인생을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직원 한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 지역에 정착하면 또 하나의 삶의 터전이 만들어집니다.
대화항공도 젊은 사람들이 기술을 배우고 자기 인생을 만들어가는 회사가 됐으면 합니다.
/최민화 기자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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