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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서 집안까지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아서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18일
ⓒ 고성신문
백두산을 다녀온 뒤에도 한동안 천지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푸른 천지와 장엄한 산세 앞에 서니 인간의 삶이 얼마나 작고 겸허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여정에서 더욱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백두산에서 집안(集安)으로 이어지는 길과 만주벌판, 그리고 그곳에 남아 있는 고구려의 유적들이었다. 이번 여행은 우리 민족은 어디에서 역사를 시작했고, 선조들은 어떤 정신으로 나라를 일구었으며, 우리는 무엇을 후대에 전해야 하는지를 되묻는 문화기행이었다. 우리 민족의 오래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단군신화와 만나게 된다. 삼국유사와 제왕운기 등에 전해지는 단군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기원에 관한 오랜 서사다.
이를 오늘날의 역사적 사실과 그대로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우리 민족이 자신의 기원과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기억이라 할 수 있다. 신화는 민족의 기억으로 전해지고 역사는 문헌과 유물, 유적을 통해 그 흔적을 확인해 간다. 그런 의미에서 백두산은 단순한 명산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오랜 기억과 역사의 뿌리를 생각하게 하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탐방 셋째 날 아침, 통화에서 집안(集安)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만주벌판을 바라보니 이곳을 무대로 성장했던 고구려의 역사가 떠올랐다.
집안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광개토대왕릉비였다. 414년 장수왕이 아버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천육백 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비석 앞에 서니 거대한 돌 하나가 먼 역사의 시간을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그 앞에서 문화유산을 보존한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유적을 남겨두는 것만이 보존은 아닐 것이다. 그 유산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고 기록해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까지가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다.
이어 광개토대왕릉과 장수왕릉 등 고구려의 흔적을 둘러보며 강대한 국가로 성장한 고구려의 역사를 생각했다. 역사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뜻과 한 세대의 노력이 쌓이고 여러 세대가 그 정신을 이어갈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
집안의 일정을 마치고 압록강으로 향했다. 강 건너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니 고구려에서 고려와 조선, 근현대사로 이어지는 긴 역사가 떠올랐다. 책에서 읽었던 역사의 현장에 직접 서 보니 과거가 지나간 시간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우리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성에도 오랜 역사와 함께 살아온 성터와 고분, 마을과 길, 지명과 민속, 선조들의 생활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문화유산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가치를 찾아내고 의미를 밝혀 기록하며 사람들에게 알려야 오늘의 문화가 된다. 고구려 유적을 돌아보면서 문화의 힘은 기억하는 데서 시작되고, 기록하는 데서 깊어지며, 다음 세대에 전할 때 완성된다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다. 백두산 천지에서는 자연 앞에 선 인간의 겸허함을 배웠고, 고구려 유적에서는 선조들의 기상과 기록의 힘을 느꼈다. 압록강에서는 긴 역사의 물결 앞에서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했다.
이번 문화탐방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선조들의 숨결을 따라 걸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문화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백두산에서 집안까지 고구려의 숨결을 따라 걸었던 길에서 나는 다시 고성을 생각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역사를 자랑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다. 바르게 알고 깊이 사랑하며 정성껏 기록해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는 일이다.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문화인의 책무이며 선조들이 남긴 역사 앞에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예의일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는 곳에 문화가 있고, 문화를 지키는 곳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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