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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어디에도 없는 규제, 경남 ‘일조권 방침’ 폐기해야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11일
ⓒ 고성신문
서울에서 귀농한 지 8년 된 한 양봉농가의 이야기다. 처가에 살고 있으나 집이 너무 낡아 자신이 소유한 농지에 집을 지어 정착하려 했다. 건축신고를 접수하려 하자 담당 부서는 인접 농지 소유자들의 ‘동의서’를 요구했다.
한 사람은 동의했으나 서울에 사는 다른 한 사람은 끝내 동의하지 않았다. 자기 농지를 매물로 내놓았는데 옆에 집이 들어서면 땅이 안 팔린다는 이유였다. 결국 이 농가는 자기 땅에 집을 짓지 못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거는 2020년 경상남도가 마련한 ‘농지전용허가 일조피해 검토 및 처리방침’이다. 농지를 전용해 건축할 때 인접 농지에 그늘이 진다면 소유자의 동의서를 받거나 그늘이 전혀 없다는 시뮬레이션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방침이 다른 시·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상남도 담당 부서조차 법적 구속력이 없는 참고자료로, 따르지 않아도 위법이 아니라고 확인한 바 있다.
법을 들여다보면 더 분명해진다. 농지법 시행령은 농지 전용이 인근 농지의 일조에 현저한 지장을 줄 경우 ‘피해방지계획이 적절한지’를 심사하도록 정하고 있다. 일조에 영향이 있더라도 피해방지계획이 적절하면 허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농지법 제37조도 일조에 매우 크게 지장을 주어 인근 농지의 농업경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전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디에도 ‘인접 소유자의 동의서’라는 요건은 없다. 법령에 없는 요건을 행정이 사실상의 허가 조건으로 만든 것이다. 법원 역시 심사기준에 없는 사유를 들어 농지전용을 불허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해 왔다.
재산권의 관점에서도 이 방침은 문제가 있다.
내 농지의 이웃 땅에 언젠가 집이나 비닐하우스가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토지 소유권에는 이웃끼리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린관계의 제약이 본래 들어 있다. 그런데 이 방침은 먼저 농지를 쓰는 사람을 기준으로 나중에 자기 땅을 활용하려는 사람의 재산권을 가로막는다.
순서가 늦었다는 이유로 자기 소유 농지에 집 한 채 짓지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제약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본질이 있다. 농지법이 지키려는 일조 보호도 소중한 가치이고, 토지의 사용·수익권을 포함한 재산권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두 가치는 서로 충돌할 수 있다.
이때 어느 하나를 절대적인 것으로 세우고 다른 하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헌법 제23조는 재산권을 보장하고, 제37조 제2항은 공익을 위한 제한이라도 필요한 범위에 그쳐야 한다고 정한다. 담당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은 방침 한 줄이나 개별 법령 한 조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관련 법과 헌법적 가치를 함께 살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해석해야 한다. 이것이 규범조화적 해석이며 법치행정의 요체다. 법적 근거도 없는 방침을 앞세워 주민의 재산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이 방침의 대가는 결국 지역이 치른다. 자기 땅에 집을 짓지 못한 귀농인은 고성을 떠나거나 애초에 오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규제가 쌓이면 사람과 자본은 규제가 적은 곳으로 옮겨가고 장기적으로 경남의 투자와 인구 유입에도 걸림돌이 된다.
고성군은 농지전용협의 과정에서 동의서를 요구하는 관행을 즉시 중단하고 경상남도에 이 방침의 폐기를 정식으로 건의해야 한다. 주민의 재산권을 지키는 일이자 고성으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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