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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신문 |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 고성 남산은 붉은 꽃무릇으로 물든다.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꽃길은 어느새 고성을 대표하는 풍경이 되었다. 많은 이가 꽃무릇을 보며 애틋한 사랑을 떠올리지만, 내게는 조금 더 특별하다. 자연이 피워낸 꽃을 넘어 수많은 군민의 땀과 헌신이 피워낸 ‘희망의 꽃’이자 우리가 함께 가꾸어 온 문화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남산공원은 자연이 우연히 베푼 선물이 아니다. 남산을 아껴온 군민들의 애향심과 행정의 노력, 자원봉사자의 헌신이 쌓여 이루어진 결실이다. 나 역시 젊은 시절부터 남산과 특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학생 시절 새벽마다 남산을 오르내리며 제대로 된 산책로 하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이후 공직에 몸담으며 남산공원 조성에 참여했고, 여러 우려와 반대 속에서도 ‘군민들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라는 마음으로 힘을 보탰다. 처음에는 비판도 있었지만 남산공원은 군민들이 사랑하는 쉼터로 자리 잡았다. 또 하나의 이정표는 ‘남산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남·사·모)’의 창립이었다. 회원들은 환경정화와 나무 심기, 시설개선, 생태 보전 활동 등을 펼치며 남산을 가꿨다. 이러한 헌신은 전국 주민자치 우수사례 선정과 경상남도 푸른경남상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남산공원의 밑거름이 됐다. 이러한 결실 위에 피어난 것이 ‘남산 꽃무릇 축제’이다. 이제 축제는 관광객을 모으는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자연과 문화, 고성의 역사와 정체성을 품은 ‘지속 가능한 생태·문화축제’로 도약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 장애인과 어르신, 아이를 동반한 가족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행정과 주민, 문화단체, 학교, 기업이 협력하는 ‘문화 거버넌스’도 필요하다. 지역 청년들이 기획과 운영에 참여해 창의성을 더한다면 미래세대까지 이어질 문화유산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흘린 땀과 공동체 정신이 모일 때 지역의 품격도 높아진다.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과 대한민국의 ‘한강의 기적’처럼 남산공원을 중심으로 펼쳐질 ‘소가야의 기적’은 고성의 역사와 문화를 현대적 가치로 되살리는 ‘문화적 기적’이 되기를 기대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고, 문화를 잃은 지역에는 활력이 없다”라는 말처럼 남산의 푸른 녹음에 소가야의 역사와 차 한 잔의 여유, 예술이 어우러진다면 고성만의 품격 있는 문화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에도 한 가지 바람을 전하고 싶다. 남산공원이 명품 생태공원으로 남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숲 관리가 필요하다. 잡목과 재선충 피해로 고사한 소나무를 단계적으로 정비하고 편백처럼 피톤치드가 풍부한 수종을 심어 사계절 숲 향기를 누릴 수 있는 ‘치유의 숲’으로 가꾸기를 기대한다. 푸른 편백림은 군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붉은 꽃무릇과 어우러져 남산의 생태적 가치도 높일 수 있다. 오늘 심는 한 그루의 나무는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환경·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올가을에도 남산은 붉게 물들 것이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것은 꽃만 화려하게 피어나는 축제가 아니다. 군민의 자부심과 공동체 정신이 함께 피어나고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져 세대를 이어 사랑받는 축제이다. 남산은 어느 한 사람의 추억이 아니라 고성 군민 모두가 함께 일군 문화의 산이다. 꽃은 한 철 피었다 지지만 사람이 함께 만든 문화는 세대를 이어 살아 숨 쉰다. 남산 꽃무릇이 고성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잇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문화축제로 꽃피우기를 소망한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