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기후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나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6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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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나에게 더 특별한 여름으로 다가왔다. 경남환경재단의 환경활동강사로 경남 지역의 중학교 ‘자유학기제’, 초등학교 ‘기후학교’를 통해 우리 지역의 학생들을 가볍지 않은 주제, 기후위기, 자원순환, 탄소배출, 재난 가방 꾸리기 등으로 만나고 있다. 요즘같이 날씨 이야기를 많이 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날씨는 특정 장소에서 나타나는 대기의 순간적인 상태를 말한다. 오늘 기온이 몇 도인지,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등은 모두 날씨에 해당한다. 날씨는 시간 단위 혹은 하루 단위로 계속 변하며, 예측 가능 기간도 보통 며칠에서 최대 2주 정도로 짧다. 반면 기후는 특정 지역에서 오랜 기간(보통 30년 이상) 관측된 날씨의 평균적인 패턴과 변동성을 의미한다. “이 지역은 여름이 덥고 습하다”거나 “겨울에 눈이 많이 온다”는 식의 설명이 기후에 해당한다. 기후는 장기간의 통계적 경향을 다루기 때문에 하루하루의 변화가 아니라 계절적·연간 패턴을 반영한다. 이런 기후가 요즘 들어 기후위기에서 기후 재앙으로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자연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인간 활동으로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져 온실효과가 강화되고, 그로 인해 대기의 평균 온도가 상승해 기후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는 숫자로 증명된 더위를 겪었다. 경남 양산은 42.5도까지 치솟아 1904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우리가 사는 고성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밤새도록 에어컨을 켜고 자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집 안에 혼자 있으면 선풍기 하나로 버티곤 했는데, 올해는 견딜 수가 없어서 “그래, 다 켜놓고 사는데 뭐” 하며 더위에 지쳐버린 손은 벌써 에어컨 리모컨을 작동시키고 있다. 이런 이상 고온 현상의 배경에는 ‘양의 되먹임’이라는 원리가 자리하고 있다. 되먹임이란 어떤 결과가 다시 원인으로 돌아가 영향을 미치는 순환 구조를 말한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눈 덮인 언덕에서 작은 눈덩이를 굴린다고 상상해보자. 처음엔 주먹만 했던 눈덩이가 굴러가는 동안 계속 눈을 붙여가며 점점 커지고, 커진 만큼 더 많은 눈을 끌어모으며 속도가 붙는다. 멈추려 해도 이미 관성이 붙어 쉽게 멈추지 않는다. 기후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기온이 오르면 그 자체로 또 다른 온난화 요인을 불러오고, 그 요인이 다시 기온을 끌어 올리는 식으로 순환이 반복된다. 마치 빚이 이자를 낳고, 그 이자가 다시 빚을 불리는 것과 같은 구조다. 문제는 이 순환이 한번 시작되면 스스로 몸집을 불려 나간다는 점이다. 처음엔 미미한 변화였더라도, 되먹임 고리에 올라타는 순간 변화의 속도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게 된다. 우리가 밤잠을 설치게 만든 열대야, 그리고 지구 반대편 산악마을을 집어삼킨 홍수는 같은 되먹임 고리 위에 있다. 다만 그 고리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느냐에 따라 ‘불편함’이 되기도, ‘재앙’이 되기도 할 뿐이다. 더 무서운 건 이것이 ‘한 번의 이상기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되먹임 고리는 저 멀리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지난 광복절 연휴, 우리 지역 거제에는 단 하루 만에 654㎜의 비가 쏟아졌다. 2002년 태풍 루사 이후 최대 기록이었다. 사흘 동안 거제와 통영에는 여름 한 철 내릴 비의 90% 이상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거제의 한 아파트에서는 뒷산이 무너져 내려 토사가 집 안까지 들이닥쳤고, 그 자리에서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 비를 “200년에 한 번 내릴 비”라고 불렀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무너지든, 우리 동네 뒷산이 무너지든 원리는 같다. 예전 같으면 나눠서 내렸을 비가, 이제는 며칠, 심지어 하루 만에 쏟아진다. 열대야로 우리를 잠 못 들게 했던 그 열기가, 결국 우리 뒷산을 무너뜨린 비구름의 연료였던 셈이다. 이런 재난 앞에서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기존 환경부가 에너지 정책 기능까지 통합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새로 출범한 것이다. 2026년은 이 새 부처가 출범 후 맞는 첫 온전한 한 해로, 그동안 발표된 여러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르는 해이기도 하다. 오늘도 환경 교육 현장에서 유치원생에게 9월 7일은 ‘푸른 하늘의 날’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에게 기후변화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올여름 에어컨 없이 잠 못 이루던 밤, 통영·거제 앞바다에서 죽어간 물고기, 뒷산이 무너져 내린 그 순간 이 모든 것이 이미 아이들이 몸으로 겪은 현실이었다. 그림책 속 북극곰 이야기를 하다가도, 아이들은 문득 “선생님, 우리 동네도 그랬어요?”라고 묻는다.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새삼 깨닫는다. 되먹임 고리는 멀리 있지 않았다. 이미 우리 곁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조용히 몸집을 불려오고 있었다는 것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6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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