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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 청년 정책자금 상환에 ‘휘청’ 일부 청년 개인회생까지

가리비 가격 하락에 원금 이자 부담 가중
가공 유통 기반 갖춰 청년 이탈 막아야
행정 수산물 가공 유통 전담팀 마련 필요

황영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04일
ⓒ 고성신문
가리비 본격 출하시기를 앞두고 고성의 청년 어업인들이 가격 하락과 정책자금 상환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폐사 피해에 이어 경영 부담까지 커지는 가운데 청년 어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어업을 이어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도시 생활을 접고 고성 바다에 정착한 청년 어업인들이 가리비 가격 하락과 정책자금 상환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귀어 창업자금과 수산업경영인 육성자금 등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정책자금은 기반이 부족한 청년들이 어업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가리비 가격 하락과 폐사가 반복되면서 원금과 이자를 갚을 소득마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정책자금 종류와 지원 시기에 따라 거치·상환기간이 달라 먼저 자금을 지원받은 일부 청년 어업인들의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 어업인들은 상환조건 개선과 함께 가리비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공·저장시설과 유통·판로 확대 등 생산 이후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 정착 발판 정책자금 상환 부담으로
귀어를 하거나 어업인후계자로 선정된 청년들은 귀어 창업자금과 수산업경영인 육성자금 등 각종 정책자금을 활용해 어장과 장비, 양식시설 등을 마련하며 어업 기반을 갖춰왔다. 낮은 금리와 거치기간은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이 어업에 진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 가리비 가격이 좋았을 때는 생산한 가리비를 판매해 이자와 원금을 갚고 다음 해 양식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가리비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고성에서 가리비를 양식하는 한 청년 어업인은 연 2%의 정책자금을 이용하고 있다. 한때 연간 700만~800만 원가량의 이자를 부담했고 원금을 일부 갚은 현재도 연간 약 600만 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어업인은 “금리가 일반 대출보다 낮은 것은 맞지만 문제는 갚을 수 있는 소득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며 “예전에는 가리비를 팔아 원금과 이자를 갚고 다음 해 양식에 다시 투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구조가 무너졌다”라고 말했다. 일부 어업인들은 가리비 판매수익으로 정책자금을 상환한 뒤 다음 해 종패 구입과 시설 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다시 대출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 청년 어업인은 “수익이 100이었다면 지금은 30~40 수준으로 떨어졌다”라며 “원금과 이자를 갚고 나면 다음 해 사업비가 부족해 또 대출을 받아야 하고 추가 대출조차 어려운 사람도 있다”라고 토로했다.
상환과 추가 대출이 반복되면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청년 어업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원 시기 따라 달라진 상환조건
청년 어업인들이 개선을 요구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정책자금의 거치·상환기간이다.
정부의 수산분야 정책자금은 사업 종류와 제도 개선 시기에 따라 금리와 거치·상환조건 등이 달라져 왔다.
이 때문에 같은 목적으로 어업에 뛰어든 청년이라도 어떤 사업을 통해 언제 자금을 지원받았는지에 따라 현재 부담해야 하는 원금과 상환기간 등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산업경영인 육성자금의 어업인후계자 지원조건은 2023년부터 기존 연 2%, 3년 거치 7년 상환에서 연 1.5% 또는 변동금리, 5년 거치 20년 상환으로 개선됐다. 지원한도도 최대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제도 개선 이전에 자금을 지원받은 어업인들은 당시 적용된 조건에 따라 상환하고 있어 최근처럼 가리비 가격 하락으로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한 청년 어업인은 “어업을 시작하기 위해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것은 같은데 언제 받았느냐에 따라 상환 부담이 달라진다”라며 “기존 대출자도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이자를 일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고성군도 이러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최근 경남도에 기존 정책자금 이용 어업인들의 상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지난해 폐사 피해 당시 일부 정책자금의 원금과 이자 상환을 2년간 유예한 조치는 경영 부담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 어업인들의 설명이다.
어업인들은 대규모 폐사 등으로 경영이 급격히 어려워질 경우 정책자금 상환 부담을 한시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 생산해도 제값 못 받는 가리비
청년 어업인들이 현재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가리비 가격이다.
정책자금의 상환조건을 개선하더라도 생산한 가리비를 제값에 판매하지 못하면 원금을 갚고 다음 해 양식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어업인은 과거와 비교해 가리비 가격이 체감상 약 70%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일부 출하 시기에 ㎏당 500원까지 내려갔다는 것이 어업인들의 설명이다.
어업인들은 ㎏당 2천 원 정도는 받아야 양식을 이어갈 수 있고 수익을 내려면 3천 원 수준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출하 시기에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으로 나오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한 청년 어업인은 “생산하는 것은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잘 팔려야 원금과 이자를 갚고 다음 해 다시 투자할 수 있다”라며 “지금은 단가가 너무 낮아 재투자할 여력조차 없다”라고 말했다.

# 출하 시기 물량을 분산할 가공·저장시설 필요
청년 어업인들은 가리비 가격 안정을 위한 대안으로 가공과 냉동·저장시설을 꼽았다.
가리비 대부분을 생물로 판매하면서 출하시기에 물량이 집중되는 만큼 일부를 가공으로 돌리면 생물시장 공급량을 줄이고 출하시기를 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어업인은 “전체 생산량 가운데 30% 정도만 가공으로 돌려도 생물시장에 나오는 물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가공은 비싼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생물 가격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이 가공시설을 갖추기에는 투자비와 자부담이 걸림돌이다.
실제로 한 청년 어업인은 약 8억 원 규모의 수산물 산지가공시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공장 부지까지 마련했지만 40%인 약 3억2천만 원의 자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사업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 어업인은 “가공에 관심을 가진 청년들은 많지만,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투자비가 너무 크다”라며 “자부담을 낮추거나 여러 어업인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수산물 산지가공시설 지원은 해양수산부 지침에 따라 보조 60%, 자부담 40%로 추진되고 있다.
고성군은 현장의 자부담 완화 요구를 경남도에 건의했지만, 도에서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사업자가 일정 부분을 부담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성군에서 별도로 추진 중인 수산물 가공·유통시설은 없다.
다만 민선 9기 공약에 농림축수산 가공클러스터 조성이 포함돼 있어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산물 가공 분야가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청년 어업인들은 개별 시설 지원보다는 가공·냉동·저장시설 등 여러 어업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생산 이후 가공·유통까지 연결해야
유통과 홍보도 풀어야 할 과제다.
청년 어업인들은 고성에서 생산한 가리비가 유통 과정에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판매되는 경우가 있다며 ‘고성 가리비’의 이름을 알리고 소비처를 확보할 수 있는 유통·홍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닷일을 하면서 온라인 주문과 포장, 배송, 홍보까지 개인이 모두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동브랜드 육성과 판로 개척 등은 행정이 뒷받침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귀어인과 청년 어업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정책자금 지원을 위한 교육에서 나아가 가공과 유통, 온라인 판매, 상품 개발 등 실제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수산 가공·유통 전담조직 필요
가공과 유통을 뒷받침할 행정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고성군농업기술센터에는 농식품유통과가 별도로 마련돼 농식품 가공과 유통 등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반면 수산분야는 해양수산과 수산행정담당에서 수산물 가공·유통 업무를 함께 맡고 있어 가공·유통만을 전담하는 별도 조직은 없는 실정이다.
청년 어업인들은 수산업도 생산 지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공과 유통, 상품 개발, 홍보, 판로 개척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할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성군도 수산물 가공·유통 분야의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조직개편 시 관련 업무를 전담할 팀 신설을 건의한 상태다.
전담조직이 마련되면 가공시설 구축과 상품 개발, 유통망 확보, 공동브랜드 육성 등 생산 이후의 분야를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귀어 유치보다 정착한 청년 지켜야
청년 어업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경영난이 장기화되면서 어렵게 고성에 정착한 젊은 어업인들이 바다를 떠나는 것이다.
가리비 양식이 성장하면서 고성으로 돌아오거나 정착한 젊은 어업인이 늘었지만 가격 하락과 부채 부담이 계속되면 어업을 포기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청년 어업인은 “가리비가 잘되면서 고성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늘었는데 지금처럼 계속 어려워지면 결국 다른 일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라며 “새로운 사람을 유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들어와 있는 청년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귀어 정책이 청년을 바다로 불러들이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귀어 창업자금과 수산업경영인 육성자금 등 각종 정책자금으로 청년들이 어업 기반을 마련하도록 지원했다면 이후에도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며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상환 부담 완화와 가공·저장시설, 유통·판로, 전문 행정조직까지 연결하는 후속 정책이 필요하다.
새로운 귀어인을 얼마나 유치했는지만큼 기존 청년 어업인이 5년, 10년 뒤에도 고성 바다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정책 성과로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렵게 정착한 청년들이 경영난으로 다시 지역을 떠난다면 귀어정책과 청년·인구정책의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황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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