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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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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8월 25일, 대한민국 최장 일반국도인 국도 77호선이 지정된 이후 남·서해안의 지도는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었다. 여수와 고흥을 잇는 11개 교량의 ‘백리섬섬길’, 완도와 강진을 하나로 묶은 해상 도로망, 신안 천사대교, 보령해저터널과 원산안면대교, 그리고 본격 착공에 들어간 남해~여수 해저터널에 이르기까지 호남권 해안은 촘촘한 해상교통망을 구축하며 국가 관광과 물류의 대동맥을 선점해 왔다.
반면 경남 남해안의 현실은 어떠했는가. 국도 77호선 지정 이후 4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호남 정치권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집요하게 연륙·연도교 예산을 확보해 나갈 때, 우리 지역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던 대표적 구간이 바로 ‘통영 도산~고성 삼산 간 해상교량’이다. 2026년 8월 26일, 이 구간이 마침내 국가계획에 반영되며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된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늦어진 만큼, 고성군이 감당해야 할 과제와 전략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금 통영 도산면 법송리·수월리 일원 약 446만㎡(약 135만 평) 부지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대규모 복합 해양관광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으며,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와 남부내륙고속철도(KTX) 개통이라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 거대한 관광·물류의 파도가 도산에서 멈추지 않고 고성으로 직결되게 하려면 고성군은 지금 당장 입체적인 공간 연결 전략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도 1010호선 해안도로망의 조속한 확충과 완전한 연결이 시급하다. 전국 어느 연안 도시와 비교해도 고성군의 226㎞ 해안선은 도로 접근성이 현저히 취약하다. 아무리 빼어난 해안 경관이라도 접근로가 없는 땅(Land)은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연도와 읍도를 잇는 연륙보도교 사업을 고성군 비사도를 거쳐 삼산면 두포리까지 확장하는 ‘바다 보도교 벨트’를 연결시키고, 고성만의 통영구간을 고성경제권에 흡수되도록 하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차량 축(도산~삼산 해상교량)과 보행 축(해상보도교)이 쌍을 이뤄 사람의 발길이 단절 없이 고성으로 유입되는 동선을 완성해야만 도산~삼산 대교의 파급효과를 오롯이 누릴 수 있다.
부동산학에서 강조하듯, 토지는 그 자체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토지 자체의 물리적 개량(Improvement to Land)과 토지 위 건축적 개량(Improvement on Land)을 통한 막대한 자본의 투입이 필수적이다. 도로와 교량 같은 공적 자본의 투입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민간 자본의 투입을 촉발하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민간 자본이 사업성을 확신하고 목숨 걸고 뛰어들 수 있도록 고성군은 타 지자체보다 경직된 인허가 규제와 높은 행정 허들을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자본이 돌아야 건설 자재와 인력이 모이고, 관광객을 수용할 숙박시설과 상권, 주택이 들어서며, 비로소 인구소멸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동안 지역 정치인들이 게을러 기회를 늦췄다면, 이제는 고성군 공무원들이 부지런할 차례다. 행정의 역할은 조례 규제를 통해 자본의 출입문을 좁힐 게 아니라, 민간의 창의성과 투자가 공공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 설계자이자 철저한 감독자가 되는 것이다. 민간의 과도한 탐욕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행정 인허가의 조건을 정교하게 고민하고, 철저한 시공 감독과 빈틈없는 준공 검사로 사업의 완성도를 담보해야 한다. 국도 77호선의 마지막 방점을 찍을 도산~삼산 해상교량이 단순한 토목 구조물에 그치지 않고, 고성군 해안선 226㎞의 르네상스를 여는 담대한 전환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