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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이 된 농촌 일회성 대응을 넘어 농업체질 개선해야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04일
농촌의 무더위는 예년과 확연히 다르다. 한낮 논밭에서 일하는 농업인에게 폭염은 이제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다. 생명과 생계를 동시에 위협하는 기후재난이 되었다. 문제는 대응 방식이 농업인의 사정과 어긋난다는 데 있다.
농사를 멈추면 소득이 끊기고, 적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잃는다. 그렇다고 뙤약볕 아래 농사일을 강행하면 온열질환 위험이 커진다. 새벽부터 나가 일하다 한낮을 피해 잠시 몸을 누이고, 해가 꺾이면 다시 밭으로 향하는 하루가 여름 내내 반복된다.
이제 행정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폭염 속에서도 안전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생산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농작업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가장 뜨거운 시간대를 피해 이른 아침과 저녁으로 작업시간을 옮길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늘리고, 농기계 공동이용과 농작업 대행, 공동영농처럼 일손 부담을 더는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사업은 영농 시기가 겹치는 특정 기간에 수요가 몰린다. 미리 수요를 파악해 장비와 인력을 배치하는 준비가 뒤따라야 실제 도움이 된다. 고령 농업인이 혼자 무리하게 일을 떠안지 않으려면 마을 단위 공동작업 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농업시설도 바뀌어야 한다. 폭염이 이어지면 하우스 내부 온도는 바깥 기온을 훌쩍 넘어선다. 차광과 환기, 냉방 설비를 제때 쓸 수 있도록 지원하되, 기존 시설을 그대로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지도 마찬가지다. 고온과 가뭄에 강한 품종을 보급하고 토양 수분을 지키는 농법과 관수시설을 넓혀야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물길이 닿지 않는 밭은 폭염이 길어질수록 회복이 더디다.
축산 현장은 더 급하다. 가축은 고온 스트레스에 약해 폭염이 길어지면 생산성 저하를 넘어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무더위에 사료 섭취량이 줄면 산란율이 떨어지고 증체가 더뎌지며, 그 여파는 폭염이 지나간 뒤에도 한동안 남는다. 축사 환기와 냉방, 급수시설 확충 같은 시설투자를 뒷받침하고 폭염 장기화에 대비한 현장 자문도 늘려야 한다. 피해 보상을 위한 농업재해보험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폭염 피해는 태풍이나 우박처럼 한눈에 드러나지 않아 원인과 범위를 가리는 과정에서 다툼이 생기기 쉽다. 지금의 재해 기준과 보장 범위가 이 변화를 담고 있는지 점검할 때다.

무엇보다 우리 군처럼 농업이 지역 경제의 중심인 곳에서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해안 가까운 들녘은 고온에 염해가 겹치고, 과수는 올여름의 더위가 이듬해 꽃눈과 착과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원사업 하나로 묶어 해결할 수 없는 이유다. 어떤 작물이 고온에 약한지, 어느 들녘에 농업용수가 모자라는지, 어떤 시설이 폭염에 취약한지 자료를 쌓아 농정에 반영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농정의 질문도 바꿔야 할 때다. 그동안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후위기 속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하느냐가 농업의 경쟁력을 가른다. 고온에 강한 작물을 지역 특성에 맞게 키우는 일, 물 절약형 기술과 스마트농업을 넓히는 일, 폭염 예보가 나오면 농업인이 미리 물을 대고 차광막을 칠 수 있도록 기상정보와 영농정보를 잇는 일이 그것이다.
농업인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곧 지역 농업을 지키는 일이다. 농업인이 폭염에 몸이 상해 논밭을 떠나면 그 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고령화가 빠른 농촌에서는 한 사람의 이탈이 마을 영농 전체의 공백으로 이어진다.

폭염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농업이 상시로 안고 가야 할 조건이 되었다. 농업인에게 견디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폭염을 견딜 수 있도록 농업의 체질을 바꾸는 것. 그것이 올여름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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