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세 살 늦깎이로 등단한 선생은 《아동문예》 출신 아동문학가들의 모임인 <한국아동문예 작가회> 초대 회장을 맡으면서 10여 년 이 모임을 이끌었다. 산청의 고향 어른이 선생의 얼굴을 보고 ‘노루가 산언덕을 바라보는 외로운 상’이라는 말을 듣고 스스로 가을산을 뜻하는 ‘갈뫼’라는 호를 짓고, 2005년에는《부산시조》에 추천되면서 동시에 담지 못했던 시상을 시조에 담아 동시조도 활발히 발표했다. 선생은 동시집 『바다에 살자』(최만조·김재원·이지산 3인 동시집 1980), 『을숙도 아이들』(1986), 『봄비의 마음』(1991), 『농악 소리』(1998), 『아파트에 내리는 비』(2003), 『고향에 피는 진달래』(2012) 등을 펴내어, 부산아동문학상, 해강아동문학상, 한국불교아동문학상, 부산문학상, 한국동시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동시 「농악 소리」는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농자천하지대본
하늘 높이 들고
징 소리 꽹과리 소리
맑은 하늘 퍼져나가면
지잉 징......
꽤앵 꽹 꽹 꽤꽹 꽹......
고깔 쓴 나비들이
빨강 노랑 파랑
무지개 띠 비비꼬고
쥐어흔들고
비잉 빙 원을 그리며
훠얼훨 날아 뛴다.
지잉 징......
꽤앵 꽹 꽹 꽤꽹 꽹......
풍년의 소리가 쏟아진다.
농부의 땀이 익는다.
가을하늘이 즐겁다.
-「농악 소리」 전문
이 시는 2017년 대구 도동시비동산에 있는 시비에 새겨져 있다. 지면을 통해 박경종 선생의 동시집 『초록바다』를 읽고 본격적으로 동시를 공부하고, 조유로 선생에게 사사했음을 밝힌 선생을 동시인 박일 선생은 「대자연 속에 숨어 있는 원초적 동심 찾기 -최만조 작품세계」에서 이렇게 적었다.
-곱고 아름답고 순수하다는 것만으로 시가 되는 것인가? 한때 아동문학은 추상화된 동심을 천편일률적으로 적응하면서 하나의 도그마처럼 맹목적으로 따랐었다. 이에 대하여 평론과 김종헌은 ‘그 시절 동심은 즐거움(유희)이나 외부(사회)로 나아가지 못하고 내부(교시적 문학)에만 머물러 있었다. 이 한가운데 ‘교단문학’이 있었다’고 했다. 최만조 시인도 그 범주 안에 있었을 게다. 교사였으니까. 동심이 세계로 나가지 못하고 자신의 내부에 머물다 보면 사변 중심의 관념적 동시를 쓰게 된다. 관념적 동시는 시인 자신에게는 성취감이나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자칫 자아도취, 자기만족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한결같다. 대자연 속에 숨 쉬고 있는 동심을 찾아내고 오직 동심의 노래를 부르는 자연인이 되어 천진한 동심 세계를 그리며 살았으니까.-
최만조 선생은 부산 신촌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하고, 2025년 5월 26일까지 부산아동문학인협회 카페에 자작시 767편을 올린 만큼 끝까지 작품과 함께했다. 이제 우리 아동문학계에서는 1933년에 태어나 1959년에 등단한 신현득 선생(93세)이 오늘까지도 글을 쓰고 모임에 참가하는 대원로 시인으로 남아 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