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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된 영웅들, 고성의 미래를 심다 ‘철성 보훈의 숲’을 제안하며-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7월 31일
↑↑ 백문기 고성문화원장
ⓒ 고성신문
고성의 푸른 산하를 바라볼 때마다 한 가지 물음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이 땅을 지켜낸 영웅들을 과연 어디에서 기억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1919년 3월 20일, 고성 배둔 장터를 뒤흔든 만세의 함성은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고성인의 자존심이자 빼앗긴 조국을 되찾겠다는 숭고한 선언이었습니다. 
구만면에서 시작된 3·1운동의 불길은 고성 전역으로 번졌고, 정부 포상을 받은 고성 출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만도 50여 명에 이릅니다. 고성은 예부터 의기와 호국의 정신을 몸소 실천해 온 충의의 고장입니다.그러나 오늘 우리는 이 위대한 역사를 어디에서 만나고 있습니까. 
해마다 현충일이 되면 남산공원 현충탑에서 6.25 전쟁 희생자 추모행사를 열지만, 선열들의 삶과 정신을 한자리에서 기억하고 후손들이 일상 속에서 배우는 공간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선열들의 이름은 사료 속에 머물고, 아이들은 고성이 항일독립운동의 중요한 중심지였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자라고 있습니다.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듯, 기억의 공간이 없는 공동체에는 자긍심도 자라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철성 보훈의 숲’을 제안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고성읍 덕선리 선동마을 입구 일원에 ‘고성군 항일 독립운동 보훈공원(가칭 철성 보훈의 숲)’을 조성할 것을 군민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더 나아가 군민 헌수운동을 함께 펼친다면 이 숲은 더욱 의미 있는 공동체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이곳은 대가저수지가 생기기 전 암전마을에서 기월리 사작골(沙作谷)까지 십 리 벚나무 숲이 이어졌던 ‘그느리 숲’이 있던 자리이며, 무엇보다 항일독립운동의 산실인 ‘철성의숙’이 자리했던 뜻깊은 공간입니다. 지금도 뜻있는 지역민들이 선열들의 넋을 기리고 있는 만큼, 역사성과 상징성을 두루 갖춘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이곳에 약 1천600㎡ 규모의 보훈공원을 조성하고 국가보훈부 공모사업과 지방소멸대응기금,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재생사업 등을 연계해 국비를 확보한다면, 흩어져 있는 고성의 독립운동사를 한곳에 모은 살아 있는 역사공원이 될 것입니다.공원은 기억의 광장과 항일독립운동 기념 벽, 철성의숙 역사전시공간, 한옥 정자, 추모탑과 선열 흉상이 어우러진 열린 역사공원으로 조성하면 좋겠습니다. 그 사이를 잇는 숲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선열들의 희생과 나라 사랑을 되새기는 ‘기억의 길’이 될 것입니다.
이 공원이 조성된다면 우리는 그동안 제대로 기리지 못했던 고성의 영웅들을 일상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진관사에서 발견된 ‘태극기’의 주인공이자 불교계 독립운동의 거목인 백초월 선열, 배둔 만세운동을 주도한 ​최낙종 지사, 황태익·허재기·배만두·황수용·김형정 지사, 그리고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한 덕선리의 ​이기윤 옹과 서울 종로 북촌 한옥 마을 조성 이익금으로 독립자금을 지원한 하이면 덕명리 출신 정세권 선생까지 모두가 이 숲의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최근 향토사 자료 발굴을 통해 공적이 확인된 남봉룡·서주원·김유호 지사 등 이름 없이 묻힐 뻔했던 애국지사들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유와 평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숲은 조용히 일깨워 줄 것입니다.‘철성 보훈의 숲’은 권위적인 기념시설이 아니라 군민 누구나 찾는 열린 문화공원이 되어야 합니다.젊은 부모는 아이들과 숲길을 걷고, 학생들은 한옥 정자에서 역사를 배우며, 어르신들은 선열들의 희생을 되새기는 공간이 될 때 보훈은 비로소 일상의 문화가 됩니다. 
흉상마다 QR코드를 설치해 선열들의 삶을 영상과 기록으로 만날 수 있게 하고, ‘고성 영웅의 길(Hero Road)’을 조성해 학교 현장체험학습과 연계한다면 역사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꿈은 행정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군민의 공감과 참여, 그리고 역사를 미래에 전하겠다는 공동체의 의지가 함께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될 것입니다.한 고을의 품격은 얼마나 높은 건물을 세웠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기억하고 그 정신을 어떻게 후손에게 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역사는 책 속에 있을 때보다 사람들이 걸으며 생각하고 마음으로 되새길 때 비로소 살아 숨 쉽니다.고성은 의병과 독립운동의 정신이 살아 있는 충의의 고장입니다. 백초월 선열과 최낙종 지사를 비롯한 수많은 애국지사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유와 평화가 존재합니다. 
이제 그 정신을 기록 속에만 남겨둘 것이 아니라, 후손들이 일상에서 배우고 이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되살려야 합니다.철성 보훈의 숲은 단순한 공원이 아닙니다. 자연과 역사, 교육과 문화가 어우러진 살아 있는 보훈의 현장이며, 고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후세에 전하는 백년의 유산입니다.숲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루듯 한 사람의 뜻은 공동체를 만들고, 한 세대의 기억은 역사를 이룹니다.영웅은 비석 속에 머무는 존재가 아닙니다. 기억하는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존재입니다.이제 우리 모두 철성 보훈의 숲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함께 심어야 할 때입니다. 그 숲은 백 년 뒤에도 고성의 아이들에게 나라 사랑을 가르치는 가장 아름다운 교과서가 될 것입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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