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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지역을 바꾼다, 고성형 공공도서관의 길] 시설 많아도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 고성의 도서관 지도

장서 방문객 프로그램수만으로 평가할 수 없어
각 도서관의 특성과 개성 살린 운영의 묘 필요
더 커진 기반시설, 어떻게 활용하냐가 관건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7월 24일
▣ 글 싣는 순서
① 도서관은 많아도 활용하지 못하는 고성
② 책을 넘어 예술이 머무는 곳, 문화예술 거점 도서관
③ 하룻밤 머물고 직접 책을 만든다, 머무는 도서관
④ 연결되면 더 강해진다, 지역 변화 이끄는 도서관 네트워크
⑤ 주민이 만들고 함께 키우며 마을을 바꾼 도서관
⑥ AI와 배리어프리, 모두를 위한 미래형 도서관
⑦ 책 읽는 고성, 지역 활력의 신호탄

ⓒ 고성신문
↑↑ 고성은 이미 조성된 도서관 기반시설을 활용해 문화공간이자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할 시점이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개관한 책둠벙도서관 모습.
ⓒ 고성신문
고성에는 여러 형태의 도서관이 있다. 고성읍에는 책둠벙도서관과 경상남도교육청 고성도서관이 있고, 회화면에는 고성동부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거류면 책사랑작은도서관과 동해면 고래를 품은 작은도서관, 상리면 연꽃피는 작은도서관은 고성군이 설치해 민간에 운영을 맡긴 공립 작은도서관이다. 대가면 동시동화나무의숲 작은도서관처럼 민간에서 운영해온 작은도서관도 있다.
다만 도서관들은 고성읍과 동부권, 일부 면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어 지역에 따라 접근성에는 차이가 있다.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없는 면도 있다. 그렇더라도 고성 전체로 보면 도서관 정책을 펼칠 기반시설 자체가 부족한 지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도서관이 몇 곳 있느냐가 아니다. 이미 마련된 공간을 고성의 문화와 주민 생활을 풍부하게 만드는 자원으로 얼마나 활용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 가까운 도서관과 찾아가는 도서관
주민이 집 가까이에서 책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도서관의 중요한 역할이다. 특히 이동이 쉽지 않은 어린이와 노인에게 생활권 가까이에 있는 작은도서관은 필요한 시설이다.
그러나 모든 도서관의 쓰임이 가까운 주민의 책 대출에만 머물 필요가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같은 고성군 안에서도 다른 지역의 주민이 특정한 프로그램이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찾아가는 도서관이 있을 수 있다.
주민은 가까운 도서관의 이름과 위치는 알고 있어도 그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할 수 있다. 프로그램 안내를 보고 참여하더라도 평소에는 찾아갈 이유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도서관 이용을 단순히 방문객이나 프로그램 참여자의 숫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해진 강좌가 있을 때만 방문하는 공간과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주민이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기 위해 찾는 공간은 쓰임이 다르다.
도서관이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는지, 지역의 문화를 담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주민이 단순한 프로그램 참가자를 넘어 공간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지는 현장에서 살펴봐야 한다.
도서관이 없는 지역의 주민은 또 다른 조건에 놓여 있다. 가까운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주민에게 도서관은 생활공간이 아니라 일부러 이동해야 하는 시설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다른 지역의 도서관까지 찾아가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물어야 한다.
시설의 유무와 거리뿐 아니라 찾아갈 만한 내용이 있는지도 도서관 이용을 결정한다. 가까워도 이용할 이유가 없는 도서관이 있는 반면 멀어도 특정한 프로그램과 공간을 찾아가는 도서관도 있기 때문이다.

# ‘비밀의 숲’ 동동숲이 지역민에게로
대가면 동동숲 작은도서관이 자리한 동시동화나무의숲은 아동문학인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교류해온 공간이다. 아동문학인과 작품, 숲이라는 분명한 자산을 갖고 있었지만 한동안 일반 주민에게는 쉽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아동문학인들에게는 작품과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었지만 지역의 어린이와 주민에게는 이름 그대로 숲 안에 있는 ‘비밀의 공간’에 가까웠다.
고성신문은 동동숲과 함께 2019년부터 5년 연속 책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읽고 어린이와 함께 활동하면서 숲 안에 머물던 사람과 작품이 주민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활동은 공룡이야기책축제로 이어졌고 고성뿐 아니라 창원과 진주 등 다른 지역에서 프로그램과 행사를 찾아오는 발길도 생겼다.
동동숲을 고성지역 도서관의 성공모델로 단정할 수는 없다. 작은도서관의 운영 여건과 지속성, 주민 이용과 지역정책의 연계 등은 따로 살펴봐야 한다.
다만 동동숲의 변화는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공간 안에 있던 사람과 콘텐츠가 주민에게 공개되고 활동으로 이어지자 장소의 쓰임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동동숲은 없던 자원을 새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이미 숲 안에 있던 아동문학인과 작품, 장소를 밖으로 드러내 주민과 연결했다. 작은 공간도 안에 품은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장소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 지역 관광자원으로서 도서관
도서관을 일부러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독특한 건축과 공간을 보기 위해 방문하고, 작가 강연이나 전시, 공연과 책 관련 행사를 찾아간다. 도서관에서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경험하고 주변 마을과 관광지까지 둘러보기도 한다.
이런 도서관들은 지역민을 위한 공공시설이라는 기본 역할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곳에서만 가능한 경험 콘텐츠를 만들면서 방문의 목적이 됐다.
고성의 도서관을 당장 관광시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역주민이 이용하지 않는 공간을 외지인에게 먼저 보여준다고 지역자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 주민에게 필요한 공간으로 충분히 활용되고, 그 안에 고성만의 내용이 쌓여야 외부에서도 찾아올 이유가 생긴다.
다만 도서관이 주민을 위한 시설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고정된 시선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사람과 문화, 이야기를 담은 도서관은 주민의 일상공간인 동시에 지역의 새로운 매력이 될 수도 있다.
고성에는 책둠벙도서관과 공공도서관, 면 지역 작은도서관이 있다. 동동숲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아동문학인과 작품도 있다.
그러나 이 공간과 사람들이 하나의 고성지역 도서관 문화로 드러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도서관이 개별 시설과 개별 프로그램에 머무는 동안 고성이 가진 자산도 각 공간 안에 흩어져 있을 수 있다. 시설은 갖추고 있지만 이를 주민이 일부러 찾아가는 공간, 고성의 문화적 인상을 만드는 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야 한다.
책둠벙도서관의 개관은 고성의 도서관 기반이 한 단계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이제 고성의 도서관 문제를 시설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깊어지는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시설을 계속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미 마련된 공공공간을 주민의 생활과 지역문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성의 다른 도서관에는 어떤 자원이 있는가. 도서관이 자리한 지역의 역사와 주민의 이야기, 운영자와 이용자가 가진 경험은 얼마나 드러나고 있는가. 각 공간이 가진 자원을 발견하고 주민에게 알리는 작업은 이뤄지고 있는가.
동동숲의 사례는 답이라기보다 고성의 다른 도서관을 바라보게 하는 질문인 셈이다. 고성에 활용할 자원이 없어서 도서관의 특색을 만들지 못하는 것인지, 이미 있는 자원을 도서관의 개성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도서관 활용은 고성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다. 주민이 도서관을 얼마나 폭넓게 이용하고 있는지, 각 공간에는 어떤 자원이 잠들어 있는지, 현재의 프로그램과 활동이 도서관의 개성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부터 살펴보기 위해서다.
고성의 문제는 도서관이 없어서가 아니다. 도서관 안에 있는 책과 사람, 장소와 문화가 주민에게 얼마나 드러나고 있으며 고성만의 자원으로 이어지고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시설에 머물 수도 있고, 그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과 문화, 이야기를 품은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고성으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다. 책둠벙도서관까지 문을 열어 도서관 기반이 넓어진 지금, 시설이 아니라 활용을 다시 물어야 할 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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