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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달라도 우리는 고성사람, 고성형 정착 시스템] 일자리와 공동체로 정착유도, 이주민 통합의 길을 여는 스페인

노동시장과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온 이주민 증가
이주민과 지역기업을 연계한 취업 지원으로 정착 지원
체류 돌봄 젠더폭력 차별 문제는 여전히 과제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7월 16일
▣ 글 싣는 순서
① 고성 정착의 병목 지도, 문제는?
② 안산은 학교, 부산은 일자리로 찾는 국내 해법
③ 이주민 통합의 길을 여는 스페인
④ 아이들의 적응을 제도로 보장하는 벨기에
⑤ 인구소멸 교육공동화 맞서는 고성형 정착 시스템

↑↑ 스페인에서는 이주민의 안정적 정착을 유도하는 민간단체와 협동조합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 고성신문
↑↑ (왼쪽부터)Mujeres Pa’lante 담당자 레이레 씨와 웬디 씨.
ⓒ 고성신문
ⓒ 고성신문
스페인은 더 이상 이주민을 예외적 존재로 볼 수 없는 나라가 됐다. 스페인 통계청이 공개한 2025년 1월 1일 기준 인구 자료를 보면 스페인 전체 인구는 4천912만8천297명이며, 이 가운데 외국 국적자는 691만1천971명으로 14.1%, 외국 출생자는 946만4천210명으로 19.3%를 차지했다.

# 취업과 교육, 체류와 언어문제
이주가 늘어난 배경에는 노동시장과 인구구조 변화가 있다. 스페인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가사노동자는 외국 국적자가 43.5%, 농림어업 노동자는 39.6%, 음식점·급식업 임금노동자는 22.4%를 차지했다.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는 이 변화가 특히 두드러진 지역이다.
카탈루냐 통계기관 자료를 보면 2025년 바르셀로나 전체 외국인 비율은 25.55%였지만, 라발(Raval·라발) 지역이 속한 시우타트 벨라(Ciutat Vella·구도심) 구역은 인구 11만2천290명 가운데 외국인이 5만9천976명으로 53.41%를 차지했다.
라발에서는 여러 국적의 주민이 같은 거리에서 살고, 일자리를 찾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체류 서류와 언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이주여성은 체류 자격, 언어, 일자리, 돌봄, 폭력과 차별, 고립 문제가 한꺼번에 겹치기 쉽다.

# 지역에서 권리와 고용을 잇다
Programa SARA(프로그램 사라·여성 사회·노동 통합 프로그램)는 이주여성을 비롯한 취약한 여성이 노동시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노동 통합 프로그램이다. 여성의 자존감과 자기이해, 사회적 기술, 감정관리, 성평등 인식, 젠더폭력 예방, 취업 동기 형성부터 다룬다.
SARA의 경로는 세 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동기 형성과 역량강화, 2단계는 직업훈련과 기업 실습, 3단계는 구직상담과 창업 지원이다.
Cepaim의 Olot(올롯) 사례에서는 30명 이상이 동행 지원을 받았고, 제빵·카페 고객응대 훈련, 현장 실습, 지역 기업 연계, 식품안전 자격 취득, 이력서 작성과 면접 준비, 노동시장 이해 교육이 진행됐다.
Cruz Roja Española(크루스 로하 에스파뇰라·스페인 적십자)는 취약계층 고용지원의 큰 축이다.
Cruz Roja는 Plan de Empleo(플란 데 엠플레오·고용계획)를 통해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사람에게 직업역량 강화, 직업훈련, 맞춤형 구직 동행, 이력서 작성, 면접 준비, 공식 일자리 접근, 창업 지원을 제공한다.
Cruz Roja의 고용지원은 개인 상담에 머물지 않는다. 참여자의 장벽과 가능성을 진단하고, 직업훈련을 연결하며, 기업과 접촉해 실습과 채용 기회를 만든다.

# Mujeres Pa’lante, 이주여성이 찾아오는 첫 창구
Mujeres Pa’lante(무헤레스 팔란테·앞으로 나아가는 여성들)는 바르셀로나와 L’Hospitalet de Llobregat(로스피탈렛 데 요브레가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주여성 지원조직이다.
이 단체는 2007년 이주여성을 위한 지원 활동에서 출발해, 이후 Cooperativa Mujeres Pa’lante(코오페라티바 무헤레스 팔란테·무헤레스 팔란테 노동협동조합)로 일자리 제공까지 확장했다.
Mujeres Pa’lante는 심리상담, 사회노동 상담, 정보화 상담, 직업교육, 언어교육을 진행한다. 노동허가, 체류허가 갱신, 국적, 가족 재결합 등 이주여성이 실제로 부딪히는 체류·권리 문제에 대한 법률상담도 한다.
Mujeres Pa’lante의 레이레 씨는 “여기 라발지구는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다. 파키스탄, 라틴아메리카, 중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이민자들이 있는 곳에 우리가 있다 보니 참여도가 높은 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단체의 위치가 실제 이주민 생활권 안에 있다는 점은 접근성을 높인다. 스페인어 소통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 초기 상담은 비교적 수월하지만, 카탈루냐 지역에서는 카탈루냐어가 또 다른 장벽이 된다.
레이레 씨는 “스페인어를 하는 라틴아메리카 출신도 카탈루냐어를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어, 카탈루냐어 수업과 자격시험 준비 특강도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참여를 끌어내는 방식도 생활과 맞닿아 있다. Mujeres Pa’lante는 음식과 문화 교류 활동을 통해 이주여성들이 서로 만나도록 한다.
웬디 씨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다소 닫혀 있다고 느끼는 이주민도 있지만, 음식과 생활문화를 매개로 만나면 관계 형성이 쉬워진다”라고 설명했다.
Mujeres Pa’lante의 초기 상담은 서류부터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다. 먼저 그 사람이 어떻게 이주했고, 지금 어떤 문제를 겪고 있으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듣는다.
레이레 씨는 “처음 찾아온 여성과 상담을 하면서 그 사람의 삶과 문제를 먼저 듣고 순서를 정한다. 가정폭력이나 남성에 의한 폭력이 있으면 그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므로 보호 절차를 시작하고, 변호사 상담을 시작한다”라면서 “폭력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일자리, 언어, 체류 서류, 직업훈련을 다음 단계로 연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시청과 목표는 같지만, 행정은 체류와 서류 문제에서 관료적 절차가 있어 막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Mujeres Pa’lante는 그 틈에서 법률 자문과 서류 준비, 생활 문제를 돕는다.

# 협동조합, 이주여성이 일자리 주체가 되다
Mujeres Pa’lante의 특징은 지원이 공동체와 협동조합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Cooperativa Mujeres Pa’lante는 이주여성으로 구성된 노동협동조합으로, 청소와 케이터링, 가정 내 돌봄 등을 제공해 왔다.
Mujeres Pa’lante는 상담 과정에서 이주여성의 이력서를 확보하고, 필요한 경우 협력 업체와 고객에게 연결한다. 관계자는 현재 약 20개 회사와 협업하고, 200명 이상 고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레 씨는 “한 번 일을 하게 되면 그 일을 통해 다른 여성에게도 소개가 이어지고, 그룹 대화방에서도 정보가 공유다. 몇 년 전에 도움을 받았던 여성이 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일자리가 개인 생계에 그치지 않고 이주여성 사이의 정보망과 관계망을 넓히는 통로가 되는 셈이다. 정착 지원은 취업 상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스페인에서 근로계약서는 체류와 주거에도 중요하다. 관계자는 체류 자격을 유지하거나 집을 구할 때 근로계약서와 월급 수준, 고용 형태가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 정착을 개인 몫으로 두지 않는 구조
스페인 바르셀로나권 사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주여성 정착을 여러 층위로 본다는 점이다.
Cepaim은 이주민과 취약계층의 권리 접근, 고용·훈련, 법률·행정 상담, 보호 지원을 다루는 지역 거점 역할을 한다.
SARA는 취약한 여성의 사회·노동 통합을 위해 동기 형성, 역량강화, 직업훈련, 실습, 구직상담을 단계적으로 연결한다.
Cruz Roja는 취약계층 고용지원과 기업 연계를 맡고 있고, Mujeres Pa’lante는 체류·권리·언어·심리·직업·공동체 관계망을 함께 다룬다.
이 역할 분담은 이주여성 정착을 개인의 적응력에만 맡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주여성은 체류 자격을 이해해야 하고, 언어를 배워야 하며, 아이 학교와 행정 절차를 알아야 하고,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스페인의 지원 사례는 성공담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주여성이 이러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 자체가 노동시장 진입, 체류 안정, 돌봄 부담, 젠더폭력, 차별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의 민간단체와 협동조합은 이 문제를 개인의 몫으로 돌리지 않는다. 처음 찾아온 여성에게 삶의 경로를 묻고, 위기와 서류 문제를 먼저 정리하며, 언어와 일자리, 공동체 관계망으로 이어지는 길을 만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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