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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처럼 떠나간 이상교 선생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26일
↑↑ 동동숲의 이상교 선생 나무와 상교 샘
ⓒ 고성신문
↑↑ 이상교 선생
ⓒ 고성신문
↑↑ 열린아동문학관의 이상교 선생 저서
ⓒ 고성신문
《열린아동문학》 이상교 편집위원이 지난 6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상교샘 심정지 와서 중환자실로 옮겼어요.-
아침 8시 45분 한상순 선생 문자 뜨더니, 오후 1시 43분에 송재찬 선생 문자가 떴다. -이상교샘 돌아가심- 그리고 1시41분에 보낸 한상순 선생 문자가 복사되어 떴다.
-오늘 낮 12:47 영면에 드셨습니다.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준비 중이에요. 좋은 데로 잘 가시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너무 약해지셨어요. 죄송합니다.-
경희대학교병원에 근무했던 한상순(2026년 제16회 열린아동문학상 동시 부문 수상) 선생은 이상교 선생을 오랫동안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열린아동문학상을 받고 연이어 자유문학상을 받은 후 유럽여행을 다녀왔는데, 며칠 후 이상교 선생이 떠났다. 모두들 그랬다. 생교 샘은 한상순 선생님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떠났다고. 이상교 선생은 1949년 서울에서 4남4녀의 차녀로 태어났지만 어릴 때부터 몹시 허약해 교사이던 어머니로부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이’로 치부되어 공부에서 해방되었고, 선생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공부할 필요가 없어 노는 데만 전념했다. 특히 아버지 직장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보낸 강화도 길상면에서의 생활은 선생의 모든 작품을 풍요롭게 한 글밭이었다.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아 대학 진학도 포기한 선생은 동네에서 유명한 과외교사가 되어 인기를 누리는 틈틈이 그림 그리기를 즐겼고, 대문 틈으로 남의 집 텔레비전을 보는 동생을 위해 텔레비전을 부상으로 주는 신문사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것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선생은 1973년 《소년》에 동시가 3회 추천 완료되고, 197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가작 입선, 《월간문학》 신인문학상(동시부문), 1977년 《동아일보》 신문문예 동화 입선,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으로 화려하게 등단했다.
동화집 『옴팡집 투상이』, 『댕기 땡기』, 『처음 받은 상장』, 동시집 『나와 꼭 닮은 아이』, 『살아난다 살아난다』, 『먼지야, 자니?』, 『좀이 쑤신다』, 그림책 『외딴 마을 외딴 집에』, 『심심한 오소리』 등 100여 권을 펴내 세종아동문학상, 한국출판문화상, 박홍근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이주홍아동문학상, 권정생문학상 등을 받았다. 2017년 동시집 『예쁘다고 말해 줘』가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KBBY) 어너리스트에 선정됐으며, 2022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 한국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고등학교에서 공예를 전공한 선생은 손재주와 그림 솜씨가 좋아 소품 전시회를 네 번이나 가졌고, 신한은행 여의도지점 소품 초대전, 푸르메재단 개인 후원전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언제나 바지에 체크 남방을 즐겨입고 운동화에 바바리를 걸쳐입던 선생은 여자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의식적으로 여자 목소리를 냈고, 노래방에서는 조용필 노래를 즐겨 불렀다. 손노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가 노래한 ‘봄날은 간다’는 이상교 선생의 일등 애창곡, 2004년 계간 《시인세계》에서 현역 시인 100명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 1위에 뽑힌 이 노래는 원래 3절까지 있는데 4절은 문인수 시인이 붙이고 5절은 자신이 붙였다는 내레이션 앞세워 부르는 ‘봄날은 간다.’

꽃답던 시절이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처마 끝 풍경소리 빈 하늘
저어 멀리 스러지는데
달이 뜨면 그리웁고 달이 지면 보고 싶은
덧없는 그 적막에 봄날은 간다.

길다란 키에 흥이 많고 노래를 즐기던 이상교 선생은 선생이 좋아하는 개망초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이 유월에 정말 봄날 가듯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40년 글동무 이상교 선생을 떠나 보낸 《열린아동문학》 편집위원들은 잊고 있었던 나이를 가만가만 다시 세어보고 있다. 이상교 선생의 동동숲 나무는 문학관 오른쪽 글샘 가는 길 들머리에 있는 서어나무, 그 곁에 맑은 샘물이 고여 샘 이름이 ‘상교샘’이다.
이상교 선생님,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명복을 빕니다. 병 없는 곳에서 늘 봄날처럼 따뜻하고 편안하게 사십시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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