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다가 멀어지는 바람이듯,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이듯”
손수남 시인 ‘일리아스를 읽는 밤’
신작시 65편 담은 시집 발간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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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도랑을 적시면 미나리꽝은 푸르게 살아나고, 어머니의 손끝에는 식구들의 밥상이 놓인다. 사라져가는 풍경 속에서도 가족을 품고, 상처를 견디며, 끝내 사랑으로 돌아가려는 마음. 시가 별 게 있나, 그 마음이 바로 손수남의 시가 된다. 손수남 시인이 새 시집 ‘일리아스를 읽는 밤’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됐으며, 신작시 65편을 담았다. 시인에게 시는 세상을 읽는 언어이자 삶의 노래이다. 그의 시 속에서 가족은 따뜻한 품이면서도 때로는 상처의 자리이고, 돌봄은 사랑이면서 동시에 오래 견뎌야 하는 삶의 무게가 된다. 그것이 그의 삶이었으므로. “놀다가 멀어지는 바람이듯,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이듯, 맺혔다 스러지는 이슬이듯, 소용돌이 돌아나는 물이듯.” - ‘시인의 말’ 중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일리아스를 읽는 밤’에서 시인은 “바람이 불어 꽃이 피지만 바람이 불어 꽃이 진다”라며 피고 지는 생의 역설 속에서 인간의 유한함을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삶을 향해 늘 또 하루의 길을 나서는 마음을 담았다. ‘봄비’에서는 도랑가 미나리꽝에 닿는 어머니의 손길, 식구들이 둘러앉은 두레상 따위의 수수한 하루를 담고, ‘배경을 살다’에서는 사는 것이 늘 누군가의 배경이었던 손수남 자신의 삶을 다독인다. 손수남 시인은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창신대 문예창작과와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거제선상문학제 백일장에서 장원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호서문학 우수작품상으로 등단했다. 고성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경남문인협회 이사와 고성재능시낭송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가족 안에서 겪는 사랑과 상처, 그리움과 회한, 돌봄과 연민의 감정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개인사의 기록처럼 보이는 시편들은 결국 시대가 바뀌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가족의 의미와 여성의 삶을 되묻는다. |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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