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유물, 지역의 혼을 지키는 일 개인 소장 문화유산 보존 대책, 더 늦기 전에 마련해야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6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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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귀중한 유물들이 적지 않게 남아 있습니다. 오래된 옹기 한 점, 녹슨 농기구 하나, 손때 묻은 목가구와 생활용품, 선비의 붓글씨와 그림부터 조상들의 흔적이 담긴 각종 민속자료까지. 이름 없는 평범한 물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고장의 역사와 선조들의 삶, 그리고 시대의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유물 대부분이 개인의 힘만으로 어렵게 보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역 곳곳에는 평생 애정을 가지고 유물을 수집하며 지켜온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이는 농촌 근대화 과정에서 잊혀가는 농경 유물을 모았고, 어떤 이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고문서와 서화를 소중히 간직해 왔습니다. 귀한 옹기를 수집해 개인 박물관을 힘겹게 운영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산과 강, 바다를 누비며 지역의 자연생태와 향토 생활사를 묵묵히 기록하고 보존해 온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유물들은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없이, 개인의 나이와 형편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유물을 평생 지켜오던 어르신이 세상을 떠나면, 후손들이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해 고물상이나 외지 수집상에게 넘기는 일이 반복됩니다. 때로는 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통째로 폐기되거나 흩어져 버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한 조각씩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필자는 문화원 업무를 하면서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수없이 목격해 왔습니다. “내가 죽고 나면 이걸 누가 지키겠나?” 하며 걱정하시는 어르신들의 붉어진 눈시울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실제로 수십 년 동안 어렵게 모아온 향토 유물이 하루아침에 외부로 반출되었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면, 단순히 개인 소장품 하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역의 기억과 혼이 함께 빠져나가는 듯한 깊은 허탈함을 느낍니다. 문화유산은 거창한 국보나 지정문화재만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조들의 숨결이 스며 있는 생활 유물 또한 매우 중요한 역사 자료입니다. 오히려 지역민의 삶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은 이 이름 없는 생활 유물들입니다. 어느 집 부엌 구석의 질그릇 하나, 거친 논바닥을 일구던 써레 하나에도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시대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옛 물건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걸어온 삶의 생생한 궤적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이 알아서 보관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이제는 지역사회와 행정이 함께 나서 체계적인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지역 내 방치된 폐교를 활용한 ‘향토 유물전시관’ 또는 ‘지역문화보존관’ 조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폐교는 이미 지역 곳곳에 존재하는 유휴 공간이며, 규모와 접근성 면에서도 문화시설로 활용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순히 건물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는 살아 있는 교육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생생한 향토사 교육장이 되고, 군민들에게는 지역 정체성을 되새기는 문화 공간이 될 수 있으며, 외부 방문객에게는 우리 고장의 역사와 품격을 보여주는 소중한 관광 자산이 될 것입니다. 행정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선 개인 소장 유물에 대한 전수조사와 목록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어떤 유물이 어디에 어떤 상태로 남아 있는지, 그 역사적 가치는 어떠한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증·기탁 제도를 체계화하여, 소장자들이 안심하고 유물을 맡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일정한 보존 공간과 관리 체계, 전문 인력 확보도 함께 검토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아울러 단순한 보관에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 전시와 체험, 학술 자료 발굴, 구술채록 사업 등을 연계하여 지역의 독창적인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농경 유물은 농촌 생활 교육 자료가 되고, 생활 민속품은 세대 간 문화를 이해하는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지역 문화는 곳간에 가두어 둘 때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 속에서 활용될 때 더 큰 가치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지방소멸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오늘날, 지역의 경쟁력은 단순한 개발 사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 지역만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얼마나 잘 간직하고 있느냐가 결국 지역의 품격을 결정합니다. 문화 없는 발전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외면한다면, 머지않아 우리 후손들은 고향의 역사와 문화를 빛바랜 사진이나 기록 속에서만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가서 “왜 지키지 못했는가”를 후회해도 이미 늦습니다. 개인이 평생 지켜온 유물은 더 이상 한 개인의 소장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 함께 지켜야 할 지역의 역사이자 공동체의 소중한 기억입니다. 이제는 행정과 지역사회, 군민 모두가 관심을 두고 보존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사라진 뒤의 탄식보다, 지금의 작은 실천이 훨씬 값지기 때문입니다. |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6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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