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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을 살릴 한 수, 지역캐릭터에 주목하라] 지역 정체성 알리는 구마모토의 상징 “쿠마몬”

단순한 디자인과 친근한 이미지로 SNS 확산
홍보물을 넘어 지역 브랜드 자산으로 활용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6월 05일
▣ 글 싣는 순서
① 고룡이와 온고지신, 고성에선 무용지물?
② 지역 캐릭터를 키우면 지역경제가 자란다
③ 아동문학과 지역 캐릭터의 활용, 안동 “엄마까투리”
④ 지역의 정체성은 지역캐릭터로 알린다, 쿠마몬
⑤ 관광과 산업 모두 살릴 지역 캐릭터를 찾아라

↑↑ 쿠마몬스퀘어에서 하루 두 번 진행되는 공연은 해외 관광객까지 예약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다.
ⓒ 고성신문
ⓒ 고성신문
구마모토는 고대에는 ‘불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화산이 많은 지역이다. 세계 최대의 칼데라 분화구를 가진 활화산 아소산은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지역 캐릭터가 곰이라더니, 과연 곰이 나올 법도 하다 싶다.
통역사 이와야 미나코 씨에게 홋카이도처럼 곰이 민가까지 내려오느냐고 물었더니 “사실 구마모토에는 곰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구마모토의 옛 이름은 지금과 음은 같은 ‘隈本’이었지만, 가토 기요마사가 “隈는 무장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곰을 뜻하는 ‘熊’으로 지명을 바꿨다고 한다. 쿠마몬은 지역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 볼 빨간 검은 곰, 구마모토의 상징 쿠마몬
쿠마몬은 구마모토의 영업부장이자 행복부장으로 불린다. 귀엽지만 과하게 꾸미지 않았고, 어린이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어른들이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다. 이 단순함은 쿠마몬의 가장 큰 장점이 됐다. 캐릭터가 복잡하면 상품마다 디자인 조정이 어렵다. 그러나 쿠마몬은 작게 넣어도 알아볼 수 있고, 포장지 한쪽에 붙어도 존재감이 있다. 지역 캐릭터가 산업으로 확장되기 위해 필요한 ‘사용하기 쉬운 디자인’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구마모토현청 국제·쿠마몬국 쿠마몬과 야마다 타카시 과장은 ‘쿠마몬이 인격체로 인식되는 점’ 또한 성공 이유로 꼽았다. 쿠마몬은 그림 속에만 있는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사람을 직접 만나고, 함께 춤을 추고, 농사도 짓고, 소도 키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런 쿠마몬의 친근함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지역 대표 콘텐츠로 거듭났다.
구마모토를 찾은 여행자라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빠뜨리지 않는 두 장소가 있다. 쿠마몬빌리지와 쿠마몬스퀘어는 그야말로 ‘쿠마몬 성지’다. 특히 쿠마몬의 활동 거점인 쿠마몬스퀘어는 절반 이상이 외국인 손님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쿠마몬이 직접 무대를 만드는 시간이면 방문객이 몰리면서 예약 경쟁이 벌어질 정도다.
“하루 두 번 쿠마몬 스테이지가 열리면 보통 200명 정도가 스퀘어를 찾습니다. 줄을 서기도 해요. 캐릭터를 보기 위해 사람이 움직이는 구조이지요. 쿠마몬을 보기 위해 구마모토를 여행한다는 관광객도 있을 정도예요. 캐릭터가 관광을 주도하는 셈입니다.”

# 스쳐가는 지역에 사람을 불러들인 캐릭터
2011년 3월 규슈 신칸센 전 구간 개통을 앞둔 시점, 구마모토현은 고민에 빠졌다. 후쿠오카 하카타에서 가고시마까지 신칸센으로 이어지면 별다른 특징이나 강점이 없는 구마모토는 지나치기 십상이었다.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어 둘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구마모토의 이름에서 착안해 곰 캐릭터를 디자인했고, 오사카 등 멀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홍보하기 시작했어요. 매일 다른 명함을 나눠줬고, 다음 행선지를 알렸어요. 이게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쿠마몬의 동선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생겼고, 쿠마몬의 고향인 구마모토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관광객이 늘어났습니다.”
구마모토현이 발표한 2023년 쿠마몬 이용상품 연간 매출은 1천663억8천922만 엔이다. 2011년 조사 시작 이후 누적 매출은 1조4천596억 엔으로 집계됐다. 2024년에도 1천626억7천323만 엔을 기록하며 역대 두 번째 규모를 보였다.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 매출이 10년 넘게 지역경제 지표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야마다 타카시 과장은 “지금은 우유에도 쿠마몬이 있고, 농산품에도 쿠마몬이 있고, 널리 쓰이게 되면서 왜 하느냐는 말이 나오지 않게 됐다”며 “캐릭터가 지역 일상과 경제 안으로 들어오면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더 이상 단발성 홍보물이 아니라, 지역 브랜드 자산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마몬은 구마모토현이 소유하고 관리하지만, 모든 상품을 현이 직접 만들지는 않는다. 현은 캐릭터 이용을 허가하고, 디자인과 목적이 기준에 맞는지 감수한다. 상품 개발과 판매는 민간기업이 맡는다. 이 구조가 쿠마몬 상품을 넓게 확산시킨 기반이 됐다.
쿠마몬의 최근 3년간 이용 허가 건수는 매년 2천 건 정도다. 2016년에는 구마모토 지진 영향으로 신청이 크게 늘었던 시기도 있었다. 당시 쿠마몬을 통해 구마모토현을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확산되면서 신청이 많아졌다. 이후에는 매년 2천 건 전후의 이용 허가가 이어지고 있다.
심사 기간은 일반적으로 한 달 정도다. 쿠마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만으로 모든 심사를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업무를 위탁해 운영한다. 다만 대기업과의 협업처럼 상징성이 큰 사안은 쿠마몬 담당 부서가 직접 관계를 맺기도 한다. 일반적인 상품 신청은 사무국 체계를 통해 처리하고, 전략적 협업은 현이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 개방형 운영 방식으로 성장 유도
쿠마몬 운영의 정책적 특징은 개방형 라이선스다. 현이 캐릭터를 독점적으로 쥐고 제한적으로만 쓰는 방식이 아니라, 기준을 충족하는 민간이 폭넓게 활용하도록 열어둔다. 대신 사용 목적, 디자인, 상품 내용, 지역 연계성은 확인한다. 개방과 관리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이용 허가 체계는 민간이 참여하기 쉽게 설계돼 있다. PR사업자 등록을 하고, 상품이나 홍보물에 쿠마몬을 어떻게 쓸지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는다. 사용하려는 디자인과 상품 내용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수정·보완이 이뤄진다. 이용자가 많아 사무국을 통한 실무 운영도 병행한다. 행정의 기준과 민간의 속도를 맞추기 위한 장치다.
쿠마몬 이용 상품에는 구마모토 PR과 연결되는 요소가 필요하다. 구마모토산 원료를 사용하거나, 구마모토 관광·물산을 알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 조건이 있기 때문에 쿠마몬 상품이 늘어날수록 구마모토 이름도 함께 확산된다.
품질과 책임 관리도 중요하다. 현청 관계자는 최근에는 쿠마몬이 상품 품질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문구를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가 붙었다고 해서 현이 모든 상품의 품질을 책임진다는 오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식품은 원료와 산지를 확인하고, 필요한 허가 사항도 검토한다. 캐릭터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상품 관리 기준을 둔 것이다.
해외 이용은 별도로 관리한다. 해외에서는 위조 상품과 무단 사용에 대응해야 하므로 전문회사와 협력한다. 국내에서는 확산을 위해 무료 이용을 중심으로 하고, 해외에서는 권리 보호와 관리 비용을 고려해 유료 체계를 운영한다. 같은 캐릭터라도 시장과 목적에 따라 다른 운영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 쿠마몬랜드 꿈꾸는 구마모토
쿠마몬은 이미 일본을 대표하는 지역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구마모토현은 이를 과거 성과로만 두지 않고 계속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쿠마몬랜드화 구상’이라는 이름으로 구마모토 전체를 쿠마몬과 연결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공항, 관광지, 도심 거점, 상품, 온라인 홍보를 통해 구마모토 어디서나 쿠마몬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다.
쿠마몬스퀘어의 역할도 계속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쿠마몬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대표 공간이자, 관광객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한정 굿즈와 스테이지, 포토존, 관광 정보 제공 기능이 결합되면서 캐릭터 팬과 일반 관광객 모두를 끌어들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다는 점도 향후 운영에서 중요한 요소다.
쿠마몬의 핵심은 명확했다. 쿠마몬은 현이 직접 상품을 만들어 파는 캐릭터가 아니다. 현은 이용을 열고, 기준을 세우고, 감수하고, 매출을 집계한다. 민간은 상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관광객은 이를 사고, 사진을 찍고, 공유한다. 그 과정에서 쿠마몬은 구마모토를 알리고, 구마모토 상품은 쿠마몬을 통해 다시 주목받는다.
볼 빨간 검은 곰 한 마리가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을 넘어 산업의 얼굴이 됐다. 쿠마몬의 힘은 귀여움에서 시작됐지만, 그것을 지속시킨 것은 운영 방식이었다. 신칸센 관통의 위기가 기회가 된 점은 남부내륙철도 개통을 앞둔 고성에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구마모토현은 캐릭터를 홍보물로만 보지 않았다. 허가와 감수, 상품화와 거점 운영, 매출 조사와 권리 관리를 묶어 하나의 체계로 만들었다. 고성의 캐릭터가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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