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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처럼 고개를 숙여 감사합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29일
↑↑ 16회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
ⓒ 고성신문
↑↑ 동시 부문 수상자 한상순 선생과 가족
ⓒ 고성신문
↑↑ 동화 부문 수상자 고훈실 선생과 가족
ⓒ 고성신문
지난 5월 16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제16회 열린 아동문학상 시상식이 동시동화나무의 숲에서 치러졌다. 전국에서 120여 명의 아동문학가들이 참석해 때맞추어 활짝 핀 때죽나무꽃 향기를 맡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숲 도우미 정주락 선생이 이틀에 걸쳐 길이란 길을 비로 쓸듯 쓸고, 금요일에는 지난해 동화 부문을 수상한 정은경 선생이 캐나다에 사는 젊고 튼실한 아들을 데리고 와서 목요일에 온 김석진 선생과 함께 온갖 궂은 일을 다 했다.
아침 일찍 온 황현일 사진가는 숲 풍경을 찍고, 부인은 정은경 선생 모자와 함께 희미해진 이름돌에 먹을 넣었다. 1시가 가까워지자 광주, 대구, 부산, 창원 등에 사는 아동문학가들이 때죽나무 꽃향기 진동하는 숲속으로 스며들고, 서울 경기 지역의 아동문학가들은 동시 부문 수상자 한상순 선생이 대절한 버스로 와 읍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한꺼번에 우르르 왔다. 버스가 마을 큰 주차장에 머물렀기에 마삭줄, 노란 붓꽃, 분홍 달맞이꽃 다소곳이 핀 숲길을 걸어서 오고 갔다.
예고한 오후 2시에 시상식이 시작되어 부산의 동시인 이둘자 선생이 만들어 보낸 화관을 전년도 수상자 박승우, 정은경 선생이 올해 수상한 한상순, 고훈실 선생에게 씌워주고 내빈이 소개되었다. 내빈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모임에 공식적으로 초대받아 참석한 사람’이다. 모두 초대받아 온 분들이지만 제일 먼저, 이틀 동안 숲길을 쓴 정주락 선생과 2월부터 이제까지 동동숲 작은 도서관을 청소하고 숲길과 뜰의 풀을 뽑은 김기희, 허홍점 선생을 80 노구에도 불구하고 멀리 광주, 경기도, 서울에서 온 김옥애, 김은숙, 안종완 선생보다 먼저 소개했다. ‘선생’의 호칭을 한사코 거절했지만 학교 식당에서 일해도 ‘선생님’이듯, 도서관에서 일하면 ‘선생님’이라고 설득해서 부르는 호칭이다. 하루 3시간, 한 달 20일, 일 년 열 달, 이 이분들의 수고가 없으면 오늘의 동시동화나무의 숲은 없다.
역대 수상자 중에서 선용 선생이 지난 3월에 타계하고, 29명 중에서 13명이 소개되었다. 상의 권위가 높아지고 오래 이어지는 것은 수상자의 몫일 것이다.
시상 후 이어진 부상 수여에는 이학열고성읍 농협장이 제공한 진공포장쌀, 용인에 사는 제자 임명순이 제공한 부여외갓집 고추장, 된장이 새로 선보였고, 시상식 전날 직접 숲을 방문해 주고 간 하소자 대가면장의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는 대인기였다.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김용희 이사장의 축사에 이어 동시 수상작 「눈밭」에 고승하 선생이 곡을 붙여 동시인 김효안, 최명란, 이도환, 장성유, 김금래, 천선옥, 조영수, 김미혜 선생이 노래했고, 동시인 박혜선, 정진아, 이묘신, 송명원 선생과 동화작가 문영숙 선생이 출연해 시극을 펼쳤다. 2부 경품 추첨은 12회 수상자인 정영혜 편집간사가 진행했으며, 이서연 한국산림문학회 부이사장이 취재차 참여했다.
전통적으로 우리 상 시상식에는 고성군수가 참석해 ‘환영사’를 한다. 올해는 선거가 임박해 참석이 어려운 줄 알았는데 식이 시작되고 조금 늦게 도착했다. 지난해 시상식 때 서울 쪽에서 오시는 분들이 시상식 시간에 맞추려면 한 달 전에 버스표를 예매해야 하고, 잠자리도 불편하니 새로 지은 유스호스텔도 알릴 겸 버스도 대절하고 잠자리도 제공해 주면 어떻겠느냐 부탁했더니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참 많이 기대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힘든 시간을 내어가면서까지 사과하러 온 줄 알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특정 인물과 도서관 자랑만 하고 내려갔다. 그러나 참 미안하지만 그 인물과 도서관은 우리 숲, 동시동화나무의 숲과는 무관하다.
동시동화나무의 숲은 부산의 작은 횟집에서 생을 마감한 물고기들의 숭고한 영혼이 사는 숲이다. 그 물고기들이 수억 년 전의 공룡과 함께 아름다운 판타지를 연출하는 아동문학, 영혼이 맑은 아동문학인을 위한 숲이다. 우리는 이 숲을 만드는 데 30년이 걸렸다. 즐거운 마음으로 공손하게 세금을 내는 납세자는 없다. 그 세금으로 몇 년 만에 지은 도서관과는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고성군의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아 오늘의 동시동화나무의 숲을 만들었다. 그 고마움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먼 훗날의 아름다운 고성, 아동문학으로 빛나는 고성을 위해 손톱이 닳도록 숲을 가꾸고, 우리나라 아동문학인들이 선망하는 《열린아동문학》을 만들고, 열린 아동문학상을 시상할 것이다.
수요일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텅 빈 숲길을 걸으면서, 하염없이 비를 맞고 있는 초롱꽃을 보았다. 토요일 숲을 가득 메워준 영혼이 맑은 분들을 생각하니 괜히 눈시울이 뜨거웠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초롱꽃처럼 고개를 숙이며 때죽나무꽃, 동백꽃 꽃잎이 하얗게 붉게 깔린 30년 후의 동시동화나무의 숲길을 생각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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