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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비우고 평안을 채우면 화합의 세상이 열립니다”

불기 2570년 ‘마음은 평안으로, 세상은 화합으로’
부부와 이웃이 서로를 부처로 보는 것이 곧 수행
마음의 등불을 켜고 욕심을 버리면 평안이 가까이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5월 22일
ⓒ 고성신문
늦봄인데도 땀이 배어날 정도로 더운 날씨에 간혹 불어오는 산바람이 시원하다. 절집은 그리 깊은 산속에 있지 않다. 막 모내기가 끝난 들에는 물이 찰랑이고, 그 너머에는 파도도 일지 않는 바다가 반짝인다. 저마다 제 빛을 내며 계절을 건너고 있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여전히 소란하다. 물가는 오르고, 마음은 조급해지고, 서로의 말을 듣기보다 제 말만 앞세우는 일이 잦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쉽게 화를 내고,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며 산다.“사람이 괴로운 것은 없는 것 때문이 아니라 더 가지려는 마음 때문입니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갖고 싶고, 둘을 가지면 셋을 갖고 싶어집니다.
 
욕심은 채운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려놓을 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마음이 편안해야 말도 부드러워지고, 말이 부드러워야 세상이 화합할 수 있습니다.”불기 2570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만난 거류면 대명사 지공 스님은 올해 봉축표어인 ‘마음은 평안으로, 세상은 화합으로’를 이야기하며 무엇보다 욕심을 버리는 일이 먼저라고 했다.아기 부처님이 태어나 일곱 걸음을 걸은 뒤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하신 뜻도 나 혼자만 높다는 교만이 아니다. 모든 생명이 저마다 더없이 존귀하다는 선언이다. 나만 귀한 것이 아니라 너도 귀하고, 사람만 귀한 것이 아니라 산과 물, 나무와 바람, 모든 존재가 함께 귀하다는 말씀이다.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자주 소중함을 잊는다. 남에게는 하지 않을 말을 가족에게 하고, 이웃에게는 보이지 않을 성냄을 집 안에서 드러낸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서운해하고, 상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툼의 시작에는 대개 ‘내 뜻’과 ‘내 욕심’이 있다. 지공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한다. 절집 법당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서, 밥상 앞에서, 부부 사이에서, 부모 자식 사이에서 드러나는 것이 곧 불법(佛法)이라고 말한다.

“부부라도 서로를 부처로 보면 싸울 일이 없습니다. 남편을 부처로 보고, 아내를 부처로 보면 어떻게 함부로 말하겠습니까. 부처님 앞에서는 말도 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오히려 쉽게 화를 내고 상처 주는 말을 합니다. 가까운 사람을 먼저 부처로 보는 마음, 그것이 곧 수행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절집마다 밝히는 연등도 이 마음과 다르지 않다. 연등은 어둠을 밝히는 등이다. 캄캄한 밤길에서 작은 등불 하나가 길을 알려주듯, 마음속 어리석음과 탐욕을 밝히는 지혜의 등불이다. 내 소원을 이루어 달라 비는 등이 아니라, 내 마음의 어둠을 걷어내고 이웃과 세상을 함께 밝히겠다는 서원이다.

초는 제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힌다. 연등을 밝히는 일도 결국 내 안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녹여내겠다는 다짐이다. 등 하나를 밝히는 것은 마음 하나를 밝히는 일이고, 수많은 등이 모여 법당 앞마당을 환하게 비추는 것은 수많은 마음이 모여 세상을 밝히는 일이다.
마음이 평안하면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미운 사람에게도 사정이 있어 보이고, 서운한 말도 이해할 틈이 생긴다. 마음이 어두우면 작은 일도 크게 다가오고, 마음이 밝으면 큰일도 차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세상은 마음이 비추는 대로 드러난다.

“내가 옳다는 마음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됩니다. 꼭 이겨야겠다는 마음, 내 말만 맞다는 마음, 상대가 내 뜻대로 해줘야 한다는 마음을 놓아야 합니다. 내가 먼저 웃고, 내가 먼저 부드럽게 말하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됩니다. 욕심을 줄이고, 남을 나처럼 귀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이 부처의 성품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서로를 부처로 보는 마음, 그것이 화합의 시작입니다.”
지공 스님은 올해 부처님 오신 날, 고성군민 모두가 마음에 등불 하나씩 밝히길 기원했다. 욕심을 조금 덜고, 말을 조금 부드럽게 하고, 가까운 사람을 조금 더 귀하게 여기는 일. 그 작은 실천이 가정을 평안하게 하고, 이웃을 따뜻하게 하며, 세상을 화합으로 이끄는 길이라고 했다.

“평안은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릴 때 옵니다. 화합도 남에게만 바랄 수 없습니다. 내가 먼저 욕심을 버리고, 내가 먼저 부처님 마음을 내야 합니다. 부부가 서로를 부처로 보고, 이웃이 이웃을 부처로 보고, 군민이 서로를 귀하게 여기면 그곳이 바로 극락입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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