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사 ‘어람지(御覽紙)’ 가마터,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잊혀가는 고성 한지 문화의 산실, 복원과 보존이 시급하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6년 0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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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문기 고성문화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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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천년고찰 옥천사에는 조선의 기록 문화와 수행의 땀이 켜켜이 밴 소중한 흔적이 남아 있다. 일주문 아래에서 사찰 입구에 이르기까지, 어람지를 생산하던 수차 방아터와 닥 삶던 가마터, 세척 유구, 넓은 바위와 돌담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곳은 닥나무를 삶고 두드리던 한지 생산의 핵심 공간이었다. 최근 필자는 계곡 일대에서 과거 7개에 달했던 가마터로 추정되는 석축과 물구덩이 흔적을 직접 확인했다. 그러나 그 역사적 가치에 비해 현장은 지나치게 방치되어 있다. 특히 데크로 된 산책로 조성 이후 유적이 외부에 드러났음에도, 보호나 안내 없이 노출된 현실은 우려스럽다. 옥천사는 1784년 조선 후기 왕실 재정을 담당하던 내수사 소속 사찰로 지정되어, 임금이 사용하는 ‘어람지’를 생산하던 영남의 대표적 거점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300여 명의 승려가 상주하며 하루 6만 장 이상의 종이를 생산했고, 관련 시설 규모도 120칸에 달했다. 현재 자방루 인근 범종각 옆에 남아 있는 닥나무 구유는 당시 생산 체계를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실물 증거다. 그러나 오늘날, 이 유적은 이끼에 덮이고 형태조차 흐려진 채 방치되고 있다. 계곡에 남은 석축과 물구덩이는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돌무더기로 보일지 모르나, 실상은 고성의 기록 문화와 사찰 공예를 증언하는 귀중한 산업 유산이다. 이제는 행정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닥나무 가마터에 대한 정밀 지표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현재 확인된 수차 방아 터, 작업장, 돌절구 등의 분포를 토대로 추정되는 7개가량의 가마터의 위치를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보존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둘째, 체계적인 복원과 안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산재한 유적을 연결한 ‘옥천사 한지 탐방로’를 조성하고, 정확한 해설과 안내판을 통해 교육·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가 또는 도 지정 문화재 승격을 추진해야 한다. 어람지 생산 사찰이라는 역사성은 고성만의 독보적인 문화 자산이며, 충분한 지정 가치가 있다. 유산은 기록되지 않으면 잊히고, 관리되지 않으면 사라진다. 옥천사 계곡에 서린 연기와 닥나무 향의 기억이 더 늦기 전에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방치는 곧 소멸이다. 복원과 보존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책임이다. |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6년 0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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