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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희망을 잇는 복지의 그물, 고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행정의 도움이 닿기 전 군민을 살피는 복지
대표협의체 실무협의체 8개 실무분과로 구성
민관이 함께 복지 실현, 복지와 나눔의 선순환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5월 15일
ⓒ 고성신문
복지. 福祉. 복 복에 복 지, 해서 복지. 곱씹어보니 묘하면서 특별하다. 국어사전 속 복지는 ‘행복한 삶’이다. 복지는 사회제도이기도 하지만 결국 개개인의 행복이 복지인 셈이다. 당장 김장이 걱정되는 집에 배달되는 알싸한 김치 한 포기, 갑작스럽게 닥친 병 때문에 불어나는 병원비 앞에서도 버틸 힘이 되는 것이 복지다. 그렇게 보면 복지는 행정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돌아가는 사회적 혜택도 아니다. 복지는 행정과 기관, 단체 그리고 군민이 함께 들여다보고 한 코 한 코 꼼꼼하고 촘촘한 그물을 엮는 일이다. 고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그 그물을 짜고 있다.

# 행정보다 먼저 손 내미는 사람들
“우리 협의체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으로 희망을 잇는다는 겁니다. 고성군의 복지는 특정 기관이나 행정만의 역할이 아니라 지역주민, 민간기관, 행정이 함께 참여하고 협력할 때 더 촘촘해질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뜻밖의 시간이 찾아온다. 잘 버티던 하루가 갑작스러운 병원비 앞에서 무너질 수도 있고, 일자리를 잃은 며칠 사이 생계가 막막해질 수도 있다. 공적 지원을 신청하면 조사를 거치고 결정이 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위기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고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민간 긴급지원체계를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가정을 발견하면 최근 3개월 건강보험료 확인만으로 일주일 이내 생계비, 의료비, 주거환경개선비 등을 지원한다. 중위소득 120% 이내 가정은 최대 3개월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이후 필요한 서비스도 함께 연결한다.
“복지사각지대 대상자를 발굴하더라도 가장 큰 어려움은 행정의 지원을 받기까지 몇 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공적 지원은 조사와 결정 과정이 필요한 만큼, 협의체는 그 사이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 긴급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급한 순간에 건네는 도움은 크기보다 빠르기가 중요할 때가 있다. 당장 먹을 것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한 끼가, 병원비가 막막한 사람에게는 며칠 먼저 닿는 지원이 삶을 붙드는 힘이 된다. 그래서 지사협의 역할은 단순히 ‘좋은 일’이라고만 할 수 없다. 행정 제도가 가진 절차와 시간을 민간의 관심과 움직임으로 메우는 일이다.
최근에는 고립·은둔, 정신건강, 자살예방 문제도 중요한 복지 과제가 되고 있다. 사람은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약만으로 버틸 수 없다. 관계가 끊어지고 마음이 고립되면 삶 전체가 흔들린다. 지사협이 단순 지원을 넘어 통합적이고 지속적인 돌봄체계, 예방 중심의 복지활동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 고성신문


# 행정과 민간, 기관과 주민이 함께 만드는 복지
“현재 군 협의체는 대표협의체, 실무협의체, 8개 실무분과로 구성돼 사회복지기관, 의료․보건기관, 교육기관, 사회단체, 주민대표, 행정기관 등 185명의 위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14개 읍면 협의체별로 204명의 위원이 지역사회 복지 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습니다.”
고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2005년 12월 군수 중심 체제로 제1기 협의체가 출범했다. 2013년 제5기부터는 민·관 공동위원장 체계로 전환해 보다 실질적인 민관 협력구조를 구축하게 됐다.
2015년 사회복지협의체에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복지 영역을 넘어 보건 및 의료, 교육, 문화, 체육 등 다양한 분야까지 협력 범위가 확대됐다. 김성진 위원장은 2017년 7월부터 4년간 제7~8기 민간위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2023년 재추대되면서 제10기부터 11기인 지금까지 고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이끌고 있다.
총괄기획, 지역공동체, 노인, 장애인, 영유아·아동·청소년, 교육문화체육, 자살예방, 읍면동협의체 등 실무분과는 분기별 1~2회 이상 회의를 열고 분야별 복지 현안을 논의한다. 회의라고 해서 탁상공론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본 문제, 주민들이 체감하는 불편, 기관들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공백이 이 자리에서 공유된다. 그리고 다시 사업이 된다. 장애인 슐런대회, 꽃 나누기 자살예방캠페인, 장애인 바리스타 기술교육, 농촌지역 주거환경 개선사업도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민간 후원과 지역 자원을 발굴하고 연결해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사업으로 풀어낸 것이다.
2022년에는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 부분에서 민관협력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전국 군 단위 평가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는 한 사람의 성과가 아니다. 행정과 민간, 기관과 주민이 함께 논의하고 움직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고성신문

# 아이와 장애인에서 시작된 관심, 고성 복지로 이어지다
“도움을 받았던 주민이 다시 후원자나 봉사자로 돌아오는 모습을 볼 때면 협의체 활동의 보람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특히 지원을 받았던 주민이 다시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는 선순환은 지역 안에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힘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지요.”
김성진 위원장은 고성군의 복지, 봉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고성군교육발전위원회 상임이사와 철성중, 방산초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으며 아동·청소년 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느꼈고, 어려운 형편 때문에 꿈과 가능성을 충분히 펼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마음이 쓰였다. 장애인의 삶과 자립에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러던 중 2017년 고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대표위원장 제안을 받았고, 복지를 더 이해하고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으로 수락했다.
“처음에는 지역사회를 위한 후원으로 시작했습니다. 기부도 꾸준히 하면서 고성군 5호이자 경남 119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라는 명예로운 이름도 가졌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원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현장이 보이더라고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직접 만나고, 지역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복지와 봉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고민은 자연스럽게 더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졌다. 2021년부터 고성군자원봉사단체협의회 회장을 맡았고, 2026년에는 한국자유총연맹 지회장으로도 활동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복지공동체에 힘을 보태고 있다.
복지는 멀리서 보면 제도와 숫자로 보인다. 가까이 가면 얼굴이 보인다. 아이의 얼굴, 어르신의 얼굴, 장애인의 얼굴, 갑작스러운 위기 앞에 선 이웃의 얼굴이다. 지사협의 일은 그 얼굴을 외면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 복지행사가 아니라 고성의 마음을 모으는 일
협의체는 민간 자원 발굴을 위해 매월 정기 후원에 참여하는 ‘참고마운가게’와 치킨, 빵, 햄버거 등 물품을 기부하는 ‘하나더나눔’ 사업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자영업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 상인과 주민들의 참여는 계속돼 2026년 현재 참고마운가게는 136호점까지 늘었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과 물품은 위기가구 긴급지원과 취약계층 지원에 쓰인다.
장애인의 자립과 재활을 위해 진행한 장애인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 과정과 장애인 슐런대회도 기억에 남는 사업이다. 참여자들이 즐거워하고 의미 있어 하는 모습을 보며 회원들이 오히려 큰 보람을 느꼈다.
고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업이 있다. 이웃사랑 김장나눔축제다. 김장나눔축제를 위해 8월부터 배추를 심고 키워 직접 수확하고, 씻고, 절인다. 1천여 명의 봉사자가 지역 농산물을 100% 활용해 양념을 만들고, 5㎏짜리 2천 상자를 포장해 취약계층 가정마다 배달한다.
“김장나눔축제는 행정 예산과 민간 후원이 함께 들어가고, 행정과 민간 기관·단체 관계자, 후원자와 봉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입니다. 사람을 모으고, 역할을 나누고, 필요한 곳에 닿도록 연결하는 일이 지사협의 몫입니다.”
고성군사회보장박람회도 같은 맥락에 있다. 복지서비스는 있어도 모르면 이용할 수 없다. 박람회는 군민에게 고성 안의 다양한 사회보장서비스를 알리는 자리다. 기관과 서비스, 제도와 주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다. 복지는 안내문 속에 있을 때보다 사람의 말로 전해질 때 더 가까워진다.
ⓒ 고성신문


# 꽃화분 하나에 담은 말 “혼자가 아닙니다”
“복지는 때로 물품으로 전해지지만, 때로는 기회로 전해집니다.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경험, 사람들 앞에 서보는 경험, 내 이름으로 무언가를 완성해보는 경험도 복지입니다. 지사협이 장애인 자립과 재활 사업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 지사협은 사후 지원 중심의 복지를 넘어 예방 중심의 지역복지체계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어려움이 깊어진 뒤 달려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누군가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관계를 이어주는 일이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자살예방이다. 지사협은 증가하는 자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 3월 자살예방분과를 개설했다. 올봄에는 고성군민 행복캠페인을 열고 꽃화분 400여 개를 군민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처음 시도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표어 공모전에는 151점의 표어가 응모됐다. 올해도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 하는 마음’을 주제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표어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6월에는 생명존중 영화제도 준비하고 있다.
고립·은둔과 정신건강 문제를 고민하면서 지사협은 ‘인권’에도 눈을 돌렸다.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인권을 배우고, 우리가 직접 강사가 되어 고성 곳곳에서 이야기해보자는 취지다. 6월부터 8월까지 인권강사양성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이후 사회복지기관, 읍면 협의체, 이장단, 부녀회 등을 찾아 풀뿌리 인권교육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람을 돕는 일은 결국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입니다. 혼자 있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지 않고 왜 고립됐는지 묻는 일, 장애인의 자립을 시혜가 아니라 권리로 보는 일, 돌봄을 가족의 몫으로만 떠넘기지 않는 일 모두가 인권과 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지사협의 예방 복지는 마음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관계의 문제이고, 관계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권리의 문제입니다.”

# 사람으로 희망을 잇는 일
고성군은 자원봉사로 1등인 지역이라고 한다. 사회복지 기관과 시설의 역량도 좋고, 다양한 사회단체의 공동체 활동도 활발하다. 지사협은 이 활동들이 따로 흩어지지 않고 정책과 사업으로 잘 이어질 수 있도록 민관협력 기능을 더 강화해 나가려 한다.
앞으로는 주민 참여도 더 넓힐 계획이다. 주민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고 실제로 체감되는 고성 복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고립예방, 정신건강, 자살예방, 돌봄 네트워크 구축 등 지역사회 관계 회복과 연결 중심의 복지에도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복지는 특별한 누군가만의 일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누구나 아플 수 있으며, 누구나 갑작스러운 어려움에 놓일 수 있다. 그래서 복지는 우리 모두의 삶과 연결돼 있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관심을 갖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고 연결하는 일도 복지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움이 필요한 분이 있다면 함께 알려주시고 연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도 군민들과 함께 더 따뜻하고 촘촘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거창한 구호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한 사람의 관심이 한 가정을 살리고, 한 가게의 후원이 한 위기를 넘기게 하며, 한 번의 회의가 지역의 복지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고성의 복지는 행정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마을에서, 가게에서, 복지기관에서, 봉사 현장에서, 그리고 이웃을 바라보는 군민의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사람으로 희망을 잇는 일. 고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오늘도 고성 곳곳에서 이어가고 있는 일이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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