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모봉 산림욕장은 고성 군민은 물론 외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치유의 공간이다. 울창한 편백림 사이를 걷다 보면 ‘소금쟁이 고개’라는 정겨운 쉼터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향토사를 연구하고 지역의 뿌리를 찾는 이들에게 이 명칭은 마음 한쪽을 무겁게 한다. 우리가 무심코 부르는 ‘소금쟁이’라는 이름 뒤에, 이 고개를 넘나들며 삶을 일궜던 선조들의 치열한 역사가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이 일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며 이 고개를 ‘소금재이 고개’로 불러왔다. 당시 병산 마을 폐석장 부근에서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주민과 공무원 모두에게 익숙한 읍내 지름길 통행로였다. 고개 정상부 헬기장 정비 작업과 봄철 조림작업을 위해 수차례 이 길을 넘나들었고, 작업을 마친 뒤에는 이당리 면전마을 땅골을 거쳐 읍내로 내려오곤 했다. 필자의 발걸음이 기억하는 이름은 분명 ‘소금재이 고개’였고 이 위치가 아니다. 그런데 오늘날 갈모봉 고갯마루가 곤충 이름인 ‘소금쟁이 고개’로 불리고, 더 나아가 ‘소금장수들이 쉬어가던 고개’라는 설명까지 덧붙여진 현실은 적잖은 혼란을 준다. ‘소금재이’는 소금을 지고 나르던 사람을 일컫는 경상도 방언이다. 과거 병산리와 삼봉리 일대에서 생산된 소금은 이 고개를 넘어야만 읍내 장터와 내륙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길은 단순한 산길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소금길’이었고, 가족의 생계를 어깨에 짊어진 소금재이들의 땀과 애환이 서린 삶의 현장이었다. 문제는 산림욕장이 조성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구전되던 ‘소금재이’라는 지명이 표준어 ‘소금쟁이’로 와전되었고, 안내판에는 사실과 다른 설명이 덧붙여졌다. 이는 단순한 명칭의 문제가 아니라, 지명의 위치와 담고 있는 지역의 생활사와 정체성이 왜곡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소금재이 고개’의 지명 바로잡기와 향토사 복원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지명의 병기가 필요하다. 현재의 ‘소금쟁이 고개’라는 명칭을 전면 부정하기보다, 전통 지명인 ‘소금재이 고개’를 함께 표기하여 역사적 맥락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소금재이 옛길’의 복원이다. 병산 폐석장에서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실제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이를 역사 탐방로로 조성한다면, 스토리텔링이 살아 있는 문화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안내판의 내용 개선이다. 단순한 설화 수준의 설명에서 벗어나 소금의 이동 경로와 소금재이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담아내야 한다. 지도와 기록을 보강한다면 교육적 가치 또한 높아질 것이다. 넷째, 디지털 기록화와 학술적 검증이 시급하다. 이 길을 기억하는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채록하고, GPS 기반의 정밀 지도를 구축해 향후 연구와 교육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지명은 땅의 기억이자 역사의 이정표다. 잘못된 지명을 바로잡는 일은 단순히 이름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잊혀가는 선조들의 삶을 되살리고,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2026년 오늘, 우리가 갈모봉에서 마주해야 할 것은 매끈한 표준어 ‘소금쟁이’가 아니라,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넘던 ‘소금재이’의 생생한 발자취다. 행정 당국과 관련 기관의 세심한 관심과 신속한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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