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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골 동화마을’을 꿈꾸며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4월 10일
ⓒ 고성신문
지난 3월 21일 동시동화나무의 숲에서 제3회 ‘내 나무데이’와 제41회 ‘열린한마당’을 펼쳤다. 내 나무데이는 숲에 나무가 있는 아동문학가들이 진달래꽃 피는 봄날에 소풍 오듯 숲을 찾아와 각자 자기 나무를 돌보는 날이다. 희미해진 이름돌 글자에 먹을 입히고, 돌이끼를 씻고, 나무와 이름돌 곁의 잡목과 잡풀을 없애주는 날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야생화를 심어도 되는 날이다. 동동숲에는 춘란이 많아 옮겨심기 좋은 계절이다.
‘열린한마당’은 한 해 동안 《열린아동문학》에 작품을 실은 아동문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만 익혔던 얼굴들과 마주 앉아 오손도손 아동문학을 이야기하는 날이다. 초창기에는 책이 나올 때마다 부산 ‘방파제’에서 펼쳤지만 요즘은 일 년에 한 번 숲에서 만난다. 다음부터는 ‘내 나무데이’와 따로 단풍이 아름다운 11월에 지난해 겨울호, 올해 봄, 여름, 가을호 필자들을 모실 계획이다. ‘내 나무데이’나 ‘열린한마당’,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을 굳이 1박 2일로 하는 이유는 7~80년대 서울에서 열리던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정기총회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 시상식과 함께 열리던 그 모임은 서울 이외의 지역에 사는 아동문학가들에게는 영광의 자리였다. 이원수, 박홍근, 박경종 같은 대선배들과 함께 술밥을 먹고 여관에서 하룻밤 묵는 일은 그 자체로 문기(文氣) 듬뿍 받아오는 일이었다.
이제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동문학가들은 알고 있다. 《열린아동문학》이 꼭 한 번 작품을 실어 보고 싶은 잡지, 원고료가 없어도 정성으로 필자를 섬기는 잡지, 운이 좋으면 열린아동문학상도 받을 수 있는 잡지라는 것을. 우리나라 아동문학가들은 알고 있다. 《열린아동문학》은 경남 고성에서 발행하는 아동문학 계간지라는 것을. 그 계간지를 만들고, ‘열린한마당’을 펼치고 열린아동문학상을 시상하는 곳이 ‘동시동화나무의 숲’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나라 아동문학가들 중에는 자기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은 몰라도 《고성신문》을 아는 사람은 많다. ‘아동문학 도시 고성을 꿈꾸는 동동숲 아동문학 산책’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만드는데 3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런데 최근 고성군이 책 축제를 펼치면서 ‘아동문학 도시 조성을 위한 한국아동문학 세미나’를 개최했으니 이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 일인가. 큰 짐을 벗은 듯 홀가분하다.
한편으로는 ‘아동문학 도시 고성’은 애초부터 우리가 꾸어야 할 꿈이 아니었음을 반성하며 4월을 맞으면서 다시 새 꿈을 꾼다. ‘방화골 동화마을’을. 36년 전 들어온 대가면 연지리 방화골은 옛날부터 산과 들이 꽃으로 뒤덮인 마을이라고 했다. 그때도 그랬다. 산 가득 진달래와 철쭉, 산철쭉이 피고, 들 가득 자운영꽃이 피고, 보리이삭이 출렁거렸다. 까투리가 꺼병이 떼를 몰고 유유히 자동차를 앞서가던 곳이었다.
우리는 동시동화나무의 숲에 ‘열린아동문학관’을 짓기 전에 일본 미야자키현에 있는 ‘목성 그림책마을’을 다녀왔다. ‘목성 그림책마을’은 판화가인 마을 촌장이 쇠락해 가는 마을을 살리려고 지자체 공무원을 설득해 만든 마을이다. 그림책 도서관 하나로 세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다.
방화골도 동화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동화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이 되는 꿈을 꾸어본다. 우리나라 아동문학가들이 사랑하는 《열린아동문학》으로 아동문학가들의 나무가 울창한 동시동화나무의 숲에 사철 꽃이 향기를 뿜으면,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드는 숲 곳곳에 그림처럼 예쁜 동시도서관, 동화도서관, 그림책도서관, 공룡도서관을 만들어 마음껏 책을 읽게 할 것이다. 세월이 흘러 어린이를 사랑하는 ‘착한 업자’들이 하나둘 들어와 자운영꽃 붉게 핀 골목길 군데군데 책방도 만들고, 문구점도 열고, 공방도 차리면, 빈대떡 파전, 감자전 부치는 수수하고 정겨운 마을이 될 것이다.
‘고성 땅에서 동시동화 열매를 거두는 나무는 아동문학 그 나무’라던 구순의 동시인 신현득 선생 목소리가 짜랑짜랑하게 살아나는 이 4월에 다시 아름답고 먼 꿈 하나 꿔본다. ‘방화골 동화마을’을.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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