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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용 시인 사진 |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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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동숲 선용 선생님 나무 앞에 헌화한 모습 |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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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펴낸 159권째의 책 |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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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 하나 잘난체하지 않는다 서로 손잡고 등을 낮추고 어깨를 나란히 엎드려 있다.
잘난 돌 사이 못난 돌 못난 것 사이에 잘난 것
끼리끼리가 아닌 함께 함께라서 빛이 나는 돌 하나하나의 힘
바위보다 콘크리트보다 더 튼튼한 바람막이
해바라기 호위병 세우고 하얀 박꽃 꽃관을 쓰고도 키를 낮추는 돌담
2020년, 제10회 〈열린아동문학상〉 동시 부문을 수상한 선용 선생의 「돌담」이다. ‘꽃관을 쓰고도 키를 낮추는 돌담’처럼 평생을 겸손한 삶으로 일관한 선용 선생이 지난 3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3세. 1942년 일본에서 태어난 선생은 해방이 되면서 귀국해 어린 시절을 경남 김해에서 보내고, 1971년 《소년세계》로 등단, 26권의 동시집과 31권의 동요집, 8권의 가곡집, 7권의 일한시집, 86권의 번역집 등 158권의 저서를 발간해 새싹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부산시문화상, 대한민국동요대상, 대한동요음악대상 등을 받았다. 이제까지 쓴 2천여 편의 동시 중에서 1천683편이 동요로 작곡되어 ‘구절초’, ‘아기 선인장’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우리는 나무처럼’이 중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으며, ‘아이들은’, ‘잔디밭에는’ 등은 아직도 많은 어린이들이 즐겨 부른다. (동동숲 아동문학 산책 55, 103 참조) 췌장암 발병 후 거의 삼 년을 견디면서 티끌 하나 남기지 않으려고 애장 도서와 수석을 지인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원래는 88세에 하려던 마지막 동요 발표회를 지난해 10월 21일 열면서 담담하게 말하던 그 목소리가 이미 세상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지 70일, 그사이 틈틈이 찾아간 후배들에게 ‘좋은 동요란 무엇인가?’를 나직이 속삭여 주던 그 목소리 또한 천상의 목소리였다. 유창한 중국어, 일어, 영어, 에스페란토어이지만 어디서 한 번 표나게 사용하는 법 없고, 160여 권에 달하는 책을 펴냈지만 글 쓴다는 표 한 번 내지 않던 선생은 툭하면 새 책을 간식 건네주듯 내밀었다. 주류불문, 말술의 실력이지만 아무도 선생을 ‘술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팔십 노인이 낭창한 허리에 청바지를 즐겨 입고 160여 권의 책을 펴내고도 ‘둔필이라 아직 내놓을만한 대표작 한 편 없이 상 받는 것은 가당찮은 일’이라고 손사래 쳤지만 「돌담」은 분명 선생의 삶이자 대표작이 아닐 수 없다.
선용 선생님보다 선 주간님이 더 익숙하고 편안한 선 주간님, 《어린이문예》와 함께 20여 년을 부르고, ‘아동문학’과 함께 45년을 부른 선 주간님, 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그 나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오늘 성모병원과 이기대성당에서 두 번 운구하면서 영락공원까지는 차마 갈 수 없었습니다. 멀리서도 구별할 수 있는 다정한 목소리, 반들반들 윤나는 식자지를 레이아웃하던 하얀 손, 토마토를 반찬처럼 드시는 식성까지 잘 아는 제가 선 주간님 가시는 길이 천국으로 가는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해도 그 불길은 차마 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헤어지는 것은 다시 만날 수 있는 기약이라도 있지만 오늘의 이별은 선 주간님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일, 그 ‘사라짐’의 의미가 너무 슬펐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이기대 공원길에는 봄비가 내렸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다니던 그 바다에 묻어달라 하셨다면서요? 하늘과 맞닿아 있는 바다는 또 하나의 천국이지요. 바다나 하늘이나 영혼이 자유로운 곳입니다. 부디, 그 좋은 곳에서 아픔 없이 영생하시길 소망하며 우리 숲에 있는 선 주간님의 나무 잘 지키겠습니다. 하늘에서나 바다에서나 가끔 그 맑은 영혼으로 날아와 구름처럼 앉았다 가십시오. 그리고 편히 쉬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