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면 압니다” 고성 장날 저상버스 이용해보니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6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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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을 맞은 고성버스터미널은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장바구니를 든 어르신들과 손수레를 끄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읍내로 나온 듯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최근 고성 지역 일부 노선에는 저상 전기버스가 도입됐다. 친환경 정책과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대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그렇다면 실제 이용하는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시민기자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터미널을 찾았다. 대기 의자에 앉아 있던 70대 어르신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새로 들어온 저상버스, 어떠세요?” 잠시 뜸을 들이던 어르신은 이내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저상이라길래 좋은 줄 알았지. 그런데 타보면 또 올라가야 하잖아. 어떨 때는 그냥 바닥에 앉아서 가. 좌석도 많이 줄었어. 너무 불편해.”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할머니 한 분도 말을 보탰다. “통로가 좁아서 구루마 끌고 지나가기도 힘들고, 장날에는 사람이 많아서 서서 가는 경우도 많아.” 그동안 속에 쌓아두었던 불편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듯 이야기는 한동안 이어졌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어르신은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이렇게라도 이야기하니 속이 좀 시원하네. 고맙소, 이렇게 물어봐줘서.” 고성의 장날 풍경 속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 좌석은 부족하고, 앉으려면 다시 계단 어르신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첫 번째 문제는 좌석 부족이었다. 장날처럼 승객이 몰리는 날에는 앉아서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상 ‘앉아서 이동하는 것’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또 다른 불편은 ‘저상’이라는 이름과 달리 좌석에 앉기 위해 다시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점이었다. 승차구는 낮아졌지만 바퀴 위 공간 등 구조적 이유로 대부분의 좌석이 한두 단 위에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무릎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그 한 단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한 주민은 “올라갈 때도 힘들지만 내려올 때가 더 겁난다”고 말했다. 낙상 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 통로는 좁고, 짐 둘 공간도 부족 통로 폭과 짐 공간 부족도 불편 요소로 꼽혔다. 장날 버스에는 사람뿐 아니라 장바구니와 농산물 상자, 생활용품 등이 함께 실린다. 그러나 버스 내부는 예상보다 좁게 느껴졌고 짐을 둘 수 있는 별도 공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짐칸도 없고 다 안에 들고 타야 하잖아요.” 결국 짐은 좌석 아래나 통로 한쪽에 둘 수밖에 없고, 이는 또 다른 불편과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인터뷰 도중 한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행정에서 직접 나와 이 버스를 한 번 타봐야 합니다. 그래야 압니다.” 단순한 불만이라기보다 정책과 현장 사이의 간극을 지적하는 목소리였다. 창원에서 생활하다 내려왔다는 50대 여성도 의견을 보탰다. “창원에서 타봤던 저상버스는 공간이 더 넓었어요. 이 버스랑은 좀 다른 것 같네요.” 도시형 저상버스와 농촌 노선에 투입된 차량 사이의 체감 차이를 언급한 것이다.
# 기자가 직접 타보니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버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마침 도착한 저상버스에 올라탔다. 승객이 아주 많은 노선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서서 이동하는 승객들이 있었다. 내부 공간은 생각보다 좁았다. 바닥과 같은 높이에 있는 좌석은 일부였고 대부분의 좌석은 계단을 올라야 했다. 통로 역시 넉넉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인터뷰에서 들었던 불편이 실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버스기사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민원 많이 듣죠. 그런데 저희도 쉽지 않습니다.” 고성은 지형 특성상 골짜기 안쪽까지 운행하는 노선이 많고 길이 좁고 굽은 구간도 적지 않다. “골목에서 한 번에 못 돌아나와요. 몇 번 왔다 갔다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과속방지턱 문제도 있었다. “방지턱이 많고 높아서 마을 안길을 지나가려면 거의 기어서 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저상 구조 특성상 하부가 낮아 운행 중 긁히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또 전기버스는 충전 관리가 필수다. 운행 중간에도 충전 일정에 맞춰 움직여야 하다 보니 여유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충전 때문에 바빠서 세차할 시간도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이용객과 운전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 정책은 같지만 지역은 다르다 저상 전기버스 도입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교통약자 이동권 확대 정책의 일환이다.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시는 정류장 간격이 짧고 도로 여건이 비교적 양호한 반면, 고성처럼 노인 인구 비율이 높고 도로가 좁고 굽은 농촌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승객 회전율보다 ‘앉아서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이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될 때 지역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날 버스에서 내려 터미널에 잠시 서 있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상버스가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고성에 맞는 방식인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 |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6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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