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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의 붉은 대보름달 아래 소원을 빌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7일
ⓒ 고성신문
이제 며칠 뒤면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이웃의 안녕을 기원하는 우리의 큰 명절, 정월대보름이다.
마을 곳곳에서는 달집을 지을 나뭇가지를 모으고 서로 일손을 보태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풍경이지만, 그 안에는 늘 새해를 향한 설렘과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아직 쌀쌀한 겨울 기운이 맴돌지만, 들녘 위로 떠오르는 대보름 달빛은 유난히 밝고 넉넉하다.
화려한 도시 불빛에 가려지지 않은 우리 고장의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둥근 달은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마치 “당신의 삶은 여전히 소중하다”고, “이 땅의 시간은 지금도 묵묵히 흐르고 있다”고 다독여 주는 듯하다.
어린 시절, 우리는 마을 어귀에 모여 달이 뜰 때를 기다리곤 했다. 어둠 속에서 서로의 얼굴은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어도,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닿아 있었다. 부럼을 깨며 건강을 빌고, 오곡밥을 나누며 풍년을 기원했다. 달집에 붉은 불꽃이 솟구칠 때면 저마다의 소망도 함께 타올랐다. 그날의 달빛은 주민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든든한 울타리였다.
세월이 흘러 마을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논밭은 그대로지만 그곳을 오가는 발걸음은 눈에 띄게 줄었고, 마을회관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나 아이들의 쥐불놀이도 점차 희미하다. 하지만 달은 변함없이 해마다 둥글게 차올라 우리를 비춘다.
특히 올해 정월대보름은 더욱 특별하다.
다가오는 3월 3일 밤, 달은 평소와 다른 붉은빛을 띠며 떠오른다. 지구가 달과 태양 사이에 놓이면서 달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월식’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때 달이 아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대기를 통과한 붉은빛이 달에 닿으면서 이른바 ‘블러드 문(Blood Moon)’이라는 장관이 펼쳐진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정월대보름에 개기월식이 겹치는 현상은 무려 36년 만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다시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풍요를 기원하는 대보름에 붉은 달이 떠오르는 광경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우리에게 깊은 경이로움과 벅찬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농사가 오랜 기다림의 과정이듯, 꽁꽁 언 땅을 갈고 씨앗을 심어 묵묵히 견뎌내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정월대보름은 그 기다림 속에 ‘함께’라는 다짐을 새기는 날이다. 혼자가 아닌 ‘우리’로서 새해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올해는 잠시 바쁜 걸음을 멈추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36년 만에 찾아온 붉은 달빛 아래에서 이웃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보자. “올해도 건강합시다.” “올해도 함께 갑시다.” 이 소박하고 따뜻한 인사 한마디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정월대보름은 화려한 행사가 아니라, 잊고 지냈던 서로의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날이다. 달빛은 넓은 들판에도, 비좁은 골목에도, 홀로 불 켜진 창가에도 차별 없이 내려앉는다. 모난 곳 없이 둥근 달처럼 서로를 넉넉하게 품어주며, 우리 고장의 내일이 더욱 환하고 따뜻하게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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