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6-05-15 03:32:1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동동숲 아동문학 산책

그리움나무로 남은 이원수 선생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7일
↑↑ 동동숲의 이원수 선생나무
ⓒ 고성신문
↑↑ 이원수 선생
ⓒ 고성신문
‘동시동화나무의 숲’에는 ‘그리움 나무’가 여섯 그루 있다. 박홍근 선생의 소나무, 김요섭 선생의 모감주나무, 강소천 선생의 배롱나무, 방정환 선생의 굴참나무, 윤석중 선생의 은행나무, 그리고 이원수 선생의 산딸나무다.
‘그리움 나무’는 《열린아동문학》의 한 코너명이다. 돌아가신 선배 아동문학가를 기리며 회상의 글을 싣고, 숲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드리는 코너다. 이원수 선생의 나무는 숲 가운데 있는 ‘열린아동문학관’ 입구의 산딸나무인데, 세상에서 보기 힘든 희귀종이다. 나무 전체가 이팝나무처럼 소복하게 꽃을 피우고, 일반 산딸나무보다 3배나 더 오래 피어있다. 네 개의 하얀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여 순결하게 보인다. 예수가 짊어진 십자가가 산딸나문데 그 뒤로 십자가가 될 만큼은 절대로 크지 않는다는 산딸나무는 견고한 사랑, 변하지 않는 마음, 순수한 헌신 같은 꽃말을 가지고 있다.
『그리움 나무』는 1968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한 강준영(1944~1983) 선생이 1975년 펴낸 동화집으로 그해 제8회 세종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작품 속의 ‘그리움 나무’는 은행나무를 말하는데 말미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이 세상에 그리움처럼 훈훈하고 그윽한 향기는 없습니다.’
이원수 선생의 동요 중에 이 ‘그리움처럼 훈훈하고 그윽한 향기’를 품은 작품이 있는데 1930년 《신소년》 11월호에 발표한 「찔레꽃」이다.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
누나 일 가는 광산 길에 피었다오
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
배고픈 날 가만히 먹어 봤다오

광산에 돌 깨는 누나 맞으러
저무는 산길에 나왔다가
하얀 찔레꽃 따먹었다오
누나누나 기다리며 따먹었다오

해방되기 전 참혹한 시절에 오빠도 아닌 누나가 광산에 일하러 갔는데, 배고픈 날 그 누나를 기다리며 저무는 산길에서 하얀 찔레꽃을 따 먹는 소년은 누구의 가슴에 스며들어도 슬프도록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다. 이 동요를 ‘새색시 시집가네’, ‘목로주점’을 부른 이연실 가수가 개작해, 1928년 윤복진(1907~1991)의 동요에 ‘오빠 생각’, ‘동무 생각’을 작곡한 박태준(1900~1986)이 곡을 쓴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 ‘기러기’ 곡에 붙여 1972년 부른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그리움이라는 낱말 하나, 그립다는 말 한마디 없어도 가슴 깊은 곳에서 맑은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것이 그리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로 시작하는 윤복진의 ‘기러기’는 그가 1950년 월북하자 금지곡이 되었다가, 그 틈새에 이태선이 ‘가을밤’으로 가사를 바꾸었다가 1972년 이연실의 ‘찔레꽃’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이연실은 여기에 더해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나오면/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로 끝나는 ‘가을밤’과 ‘엄마엄마 나 죽거든 앞산에 묻지말고 뒷산에도 묻지말고’로 시작하는 ‘엄마엄마’도 함께 불러 그리움의 정수를 자아낸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찔레꽃만 보면 생각나는 이원수 선생, 산딸나무꽃만 보면 생각나는 이원수 선생, 찔레꽃이 피는 오월, 오월이라는 말만 들어도 생각나는 이원수 선생이 지은 ‘고향의 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의 ‘고향의 봄’이 올해로 지어진 지 100년이 된다. 한 세기 동안 젖줄처럼, 핏줄처럼, 겨레의 가슴가슴으로 착한 도랑물처럼 흘러온 이 ‘고향의 봄’이 다시 한 세기를 가는 따뜻하고 뜨거운 물방울이 되길 소망해 본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7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김근 / 편집인 : 황영호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