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에서 미래를 보고, 고성에서 행복을 만듭니다”
보람농장 즐거운 청년들의 고성살이 이야기
최청락 김성훈 최길호 백지원 조현서
고기에 진심인 다섯 청년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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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읍 길목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노란색 식품회사 간판. 바로 그 기업이 라이벌이라는 당찬 청년들이 있다. 다섯 청년은 오로지 하나 때문에 뭉쳤다. 그리고 매일이 열정 넘치는 시간들이다. ‘고기에 진심’인 보람농장 청년들의 이야기다.
# 알면 알수록 재미있어서 뭉친 청년들 “고기는 즐거울 때, 특별할 때 함께 즐기는 밥상에 제일 먼저 생각나잖아요. 귀한 분께 선물할 때도 한우를 제일 먼저 떠올리고요. 맛이나 영양도 어느 식재료보다 으뜸이지요.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분야입니다.” 최청락 대표는 ‘락뚱이’로 잘 알려진 유튜버이자 청년 축산인이다. 고성에서 나고 자란 그는 아기였을 때부터 ‘소마구’가 익숙한 놀이터였고, 당연하게 축산학과에 진학해 일찌감치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소와 함께하다 보니 사람들은 그에게 어떤 고기가 좋은 고기인지 물었다. 축산업자이니 당연히 소고기도 전문가일 거라는 짐작이었겠지만, 그럴 때마다 최 대표는 말문이 막혔다. 소를 키우고 출하하기만 했지, 어떤 소고기가 좋은지, 어떻게 요리해야 좋을지 나만의 답은 찾지 못했던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잘 관리된 좋은 고기를 먹이고 싶었어요. 소고기 생산 못지않게 중요한 게 유통과 관리더라고요. 축산업을 하면서 소를 깨끗한 환경에서 잘 키우는 거야 자신이었지만, 식탁에 올리기까지의 과정도 책임질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길로 경기도 안성까지 오가며 식육처리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공재욱 스승님에게 기술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친구인 김성훈 점장과 의기투합했다. 고성 출신이지만 김해에 살던 김성훈 점장은 ‘친구’와 ‘고기’를 보고 고성으로 돌아왔다. 다른 직원들도 다들 고기에서 미래를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청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사는 이야기,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들을 하다가 인연이 돼 고성으로 들어와 함께 일하는 사람도 있고, 고기를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고 막막해하다가 삼촌이 최청락 대표를 소개했고, 그 길로 보람농장에 합류한 사람도 있다. 그러니까 이들은 ‘고기’로 인연을 맺고 ‘고기’로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 매일 다른 특별한 일상 보람농장은 청년만 다섯 명이다. 축산업자도 있고 요리 전문가도 있고 각양각색의 경력을 가진 청년들이 모였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보람농장 청년들의 아침은 남들보다 훨씬 이른 6~7시부터 시작돼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된다. 소와 돼지를 잡아 들여오는 날이면 눈 깜짝할 시간조차 아깝다. 부위별로 분류하고, 양념하고, 포장하고, 택배 발송까지 정신이 쏙 빠진다. 명절을 앞두고 있으니 택배와 선물세트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 하루 13시간씩 일을 하니 아무리 무쇠 같은 체력의 청년들이라도 지치고 힘들 법도 한데, 이들은 어찌 된 일인지 마냥 즐겁다. 24살부터 34살까지의 청년들이 모여 있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어느 날은 대학교 동아리방 같기도 하고 어떤 날은 군대 같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딱 초딩들이니 항상 웃음이 넘친다. 지난해 연말에는 피에로 분장을 한 엿장수가 신나게 일하는 보람농장 청년들을 보고 매장 앞에서 엿가락을 친 적이 있다. 그때 막내 현서 씨가 엿장수의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한 곡조 뽑았고, 맞은편 분식점 이모님들까지 호응하면서 희한하고 신나는 이벤트가 된 날이 있었다. 보람농장은 그렇다. 예측하지 못한 인연들이 한 공간에서 부대끼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특별한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 젊은 남자 여럿인데 의견이 안 맞은 적도 없다. 다들 사회성이 좋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고기라는 열정으로 뭉친 사람들이니 늘 배운다는 생각으로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어릴 때야 공부하기 싫어도 억지로 하지요. 하지만 이미 성인이 된 후에 전문 기술을 배우는 건 평생을 먹고 살고, 소중한 사람을 책임지기 위해서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하고 싶던 일이라 더 깊은 진심이 담길 수밖에 없습니다.”
# 행복을 전하는 재미있는 보람농장 “청년들이 고성처럼 작은 지역에 사는 게 답답하지 않느냐는 분들도 있죠. 하지만 부산이든 서울이든 직장인들이 밤에 어디 나다니나요. 시간이 나면 다른 지역에 여행 가면 되죠. 고성에 사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에 산다고 생각하면 답답할 게 없어요.” 고성엔 청년들이 없다. 공부하기 위해, 취업하기 위해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인구 소멸은 피할 수가 없다. 그런데 보람농장은 사람을 불러들인다. 최청락이 시작한 일에 김성훈이 동참했고, 최길호, 백지원, 조현서가 합류하면서 벌써 네 명의 청년이 고성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들의 친구들이 고성을 찾아 들어오니 앞으로 더 많은 청년이 고성과 인연을 맺을 것이다. 청년들의 꿈이 청년들을 고성으로 불러들이는 셈이다. 백 번, 천 번 인구 증가해야 한다는 소리만 하는 것보다 낫다. “고성에는 청년 지원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람농장은 지원받지 않고 저희 스스로 키워 가고 있어요. 군에서 도움을 준다는 건 더 열심히 해서 군에도 도움이 되라는 뜻일 텐데 자칫 안주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군의 지원은 군민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인데 그 행복을 내가 찾아가는 것이 맞는 거잖아요. 어딘가에 의존하기보다 저희 힘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서 지원은 애초에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보람농장 청년들은 군이나 부모님의 지원을 바라고, 받기보다 오히려 도와주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을 도와줄 것이 없는지, 저렇게 즐겁게 사는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다시 가버리지는 않을지, 저 청년들을 계속 고성에 있게 만들 방법은 없는지 지역사회가 먼저 찾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걸 하는 게 참 재미있어요. 사람들이 고기 사러 가게에 오실 때 보면 눈에서 빛이 나요. 특별한 날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게 고기잖아요. 그 행복을 전해 드리는 일이 얼마나 행복합니까. 그리고 우리 보람농장이 재미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 직원들, 좋은 추억이 될 시간 속에 함께해 줘서 정말 감사하죠. 저희는 ‘저 청년들이 고성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 하는 생각을 고성 군민이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AI는 할 수 없는 일이라 더 매력적이죠”
조현서 보람농장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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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다루는 식재료 중에 누가 다루느냐에 따라서 모양도 식감도 달라지는 게 고기잖아요. 그게 흥미로워서 해 보고 싶던 일인데 마침 기회가 생겨 감사하게 고성으로 왔습니다.” 보람농장의 막내 조현서 씨는 부사관으로 있다가 전역했다. 세 발만 나가도 온갖 것이 있는 창원에 살았으니 스물넷 청년이 시골살이가 답답하기도 할 텐데 일이 재밌단다. 시대가 변해 무슨 일이든 AI가 하는 시대지만 고기를 다루는 일만큼은 반드시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게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군대는 모든 것이 정해진 대로 움직이면 돼요. 하지만 군대 밖의 사회는 그렇지 않아요. 저한테는 사회가 훨씬 더 힘든 곳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보람농장에선 제가 하고 싶던 일을 하는 거니 즐겁고 행복하죠.”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하다 보면 버겁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20대 중반이니 하고 싶은 일은 얼마나 많고, 또 얼마나 놀러 다니고 싶을까. 하지만 현서 씨는 일단 선택했으니 목표를 이루고 싶다. “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가게 세 개를 차리는 게 목표입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보람농장에 오기 전만 해도 영 아니다 싶으면 다른 걸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해서 고성으로 왔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힘들지만 또 훨씬 재미있어요. 고기가 주는 행복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행복을 드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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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화 기자 /  입력 : 2026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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