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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생이 별들이 달에게 건네는 농(弄)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06일
ⓒ 고성신문
남도의 ‘좀생이점’은 눈부시지 않아도 무리 지어 밤하늘을 지키는 별들로 치는 점을 말한다.
이 민담의 백미는 ‘달과 별의 거리’를 살펴 옛사람들은 그해 농사의 풍흉을 미리 헤아렸다. 달은 부모요, 별은 자식이라 했다.
부모가 앞서가며 “빨리 오라” 재촉하는데 자식이 가랑이가 찢어지게 쫓아가는 형국이면 그해는 어김없이 흉년으로 생각했다.
반면, 달이 자식들 보폭에 맞춰 뒤에서 슬슬 밀어주며 가면 풍년이고. 참으로 절묘한 통찰이다.
앞서가는 자가 제 속도를 늦춰 등 뒤를 지켜줄 때, 비로소 ‘공동체의 안녕’이라는 풍년이 싹트는 법이다. 정작 앞서가는 자는 제 뒷모습을 볼 수 없으니. 뒤따르는 이들의 표정이 곧 그 리더의 성적표인 셈이다.
이 오래된 하늘의 질서는 공동체와 정치에도 적용된다. 그런데 요즘 밤하늘은 영 수상하다.
달은 제 빛에 취해 저만치 앞서 달려가는데, 뒤따른 별들은 숨이 턱에 차서 보이지도 않는다.
달은 “나만 믿고 따라 오라!”며 환한 빛을 내뿜지만, 정작 발밑이 어두운 별들은 구덩이에 빠지고 자빠지기 일쑤다.
실질임금이 깎이고 생활물가가 매달 앞자리 숫자를 바꿔가며 서민의 가계부를 위협하는 동안, 달은 저 높은 곳에서 거시 지표의 수치만을 읊조린다.
세월을 읽는 자들은 이런 달을 보고 혀를 찰 것이다. “허허, 저 달이 제 빛에 취해 제 식구 잃어버리는 줄도 모르는구먼.”
부모가 자식보다 너무 앞서가면 그것은 동행이 아니라 ‘가출’이다. 길을 인도하는 것 보다 제 갈 길만 가는 것이다. 달의 질주는 결국 낮은 곳과의 절연이다.
제 갈 길 바쁜 달이 밤길 걷는 나그네의 보폭을 알 리 없듯, 정치도 현장의 탄식보다 거시 지표의 안녕을 우선 한다면 그저 구경거리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두운 밤길을 함께 걷는 등불 같은 정치가 아니던가.
별들이 다리에 쥐가 나서 멈춰 섰는데 달 혼자 중천에서 “나는 밝다! 나는 옳다!” 소리친들 무슨 소용인가. 그 빛은 그저 밤눈 어두운 이들의 눈이나 멀게 할 뿐.
올 설에는 우리네 달님들도 걸음을 좀 늦췄으면 좋겠다.
작은 별들의 삶이 고단함에 매몰되지는 않았는지 희망의 끈이 풀리지는 않았는지 슬쩍 뒤돌아보며 걷는 한 해였으면 한다.
그런 달이 뜬 하늘 아래라야 비로소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앞서가는 자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은 확신이 있어서라기보다,
뒤따르는 이들의 고통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면 좋겠다.
떡국 한 그릇 먹으며 하늘을 본다. 올해는 달이 별의 손을 잡고 걷는 ‘함께 일구는 풍년’이 들었으면 싶다. 나 또한 달의 뒷모습을 살피며 별들의 보폭을 지키는 그 길에, 기꺼이 작은 등불이 되어 함께 걷겠다.
*주석: 좀생이별-황소자리의 플레이아데스성단. 오밀조밀 모인 모습이 낮고 작은 것들의 지극한 연대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천문 민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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