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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배제했다면 실수가 아닌 의회를 무시한 행정의 선택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06일
ⓒ 고성신문
연초 열리는 읍·면 소통간담회는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다. 한 해 군정의 운영 방향을 주민에게 알리고, 행정이 주민과 그 대표자 앞에서 목소리를 듣는 공식 소통 절차다. 주민이 초청되고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 이 자리는 행정의 독무대가 아닌 풀뿌리 민주주의의 검증 무대가 된다.
그런데 이 중요한 자리에서 행정은 선출직 의원들을 자의적으로 구분해 배석을 제한하는 과오를 범했다. 비례대표 군의원은 단지 ‘지역구가 없다’는 이유로 배석 대상에서 제외됐고, 인사 소개에서도 누락됐다. 도의원 역시 해당 읍·면이 자신의 지역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같은 대우를 받았다. 이는 의전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 운영 원리의 문제다.
여기까지라면 누군가는 “실무진의 단순한 의전 실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행사 첫날 이후의 대응을 보면, ‘실수’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첫날 행사 후 배제된 의원이 담당 책임자에게 즉각 항의했고, 선출직 의원이 소개조차 없이 배제된 상황의 부당함을 알리며 시정을 요청했다. 행정은 분명히 문제를 인지했다. 그럼에도 다음 날 열린 소통간담회에서 바뀐 것은 없었다. 비례대표 의원은 또다시 배제됐고, 도의원 역시 자리도 소개도 없었다.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면, 그 책임은 ‘실무 착오’가 아니라 ‘시정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가깝다. 결국 비례대표 군의원과 도의원은 공식 행사장에서 ‘배제된 참석자’가 됐다.
행정이 특정인을 구분해서 부르고 앉힐 권한이 있다고 여긴다면 이는 큰 착각이다. 비례대표 군의원은 군민 전체의 투표로 선출된 합법적 대표자이며, 도의원 역시 광역의회를 구성하는 엄연한 선출직이다. 이들을 ‘지역구’라는 행정 편의적 잣대로 공식 행사에서 배제할 명확한 기준과 근거는 무엇인가. 근거가 없다면 이는 관행이 아니라 월권이다.
더 심각한 점은 이 모든 과정이 주민들이 지켜보는 공식 석상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항의가 있었음에도 시정이 이뤄지지 않는 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행정이 보내는 잘못된 신호를 읽었을 것이다. ‘행정이 불편하면 의회는 배제될 수 있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이것이 지방자치 30년의 현주소인지, 아니면 여전히 남아 있는 행정 편의주의의 민낯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출직 의원은 ‘반쪽’도 ‘부차적 존재’도 아니다.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라고 군민이 권한을 위임한 존재다. 그런 의원을 반복해 배제했다면, 이는 곧 견제와 질문의 장을 스스로 좁힌 행정의 선택이다. 그 결과는 행정의 신뢰 하락으로 돌아온다.
집행부는 항변할 것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말자”, “관행이었다”라고. 그러나 알고도 바로잡지 않은 관행은 절차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일 뿐이다.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형식이 담아야 할 ‘대표성’과 ‘책임성’이 훼손된 것이 문제다.
군민소통간담회’의 방식도 문제다. 한 시간의 간담회 중 내빈 소개 20여 분, 성과 보고에 10여 분이 소요됐다. 정해진 질문과 답이 오가는 간담회가 20분이었으니 결국 군민들이 목소리를 직접 낼 수 있는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소통의 자리에서 정작 주민 발언 시간이 가장 적다면, 이 또한 ‘형식’만 남는 운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형식적인 유감 표명이 아니다. 집행부의 명확한 해명과 선출직을 자의적으로 구분한 책임 인정, 그리고 의회를 존중하지 않는 행정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확실한 재발 방지 약속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배석 기준의 공개, 의전·진행 매뉴얼의 정비, 문제 제기 시 즉시 시정하는 책임 체계, 향후 전 읍·면 간담회에 동일 기준 적용이 뒤따라야 한다.
그날 비워졌던 것은 단지 몇 개의 좌석이 아니었다. 그건 민주주의가 밀려난 자리였다. 행정이 의회를 무시하는 것은 곧 의회에 권한을 위임한 군민을 무시하는 것이며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거부하는 행위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의원을 배제한 이유가 쏟아질 질문과 견제가 불편해서였는가. 아니면 다른 속내가 있는 것인가. 이에 끝내 답하지 않는다면, 그 침묵 자체가 이 행정의 수준을 스스로 증명하게 될 것이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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