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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시대, 지역과 기업의 동행을 묻다 : 고성과 SK오션플랜트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06일
ⓒ 고성신문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는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SK오션플랜트 매각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세찬 바람에 현수막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흔들리고, 그 아래 서 있는 나무들 역시 쉼 없이 몸을 비튼다. 집을 나서자마자 마주한 그 한 장의 현수막은 이제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다.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모습은 지금 고성군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혼란을 그대로 닮아 있다. 기대는 실망으로, 신뢰는 분노로 바뀌는 순간의 감정이 거리 위에서 펄럭이고 있는 듯한 아침이다.
요즘 언론과 정책 현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있다. 바로 ESG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기준이다.
특히 ESG의 ‘사회’ 요소는 기업 활동이 지역사회와 고용, 산업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과거에는 주로 투자자들이 기업의 위험 요소를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기업의 주요 경영 판단이 지역사회에 어떤 의미와 결과를 남기는지를 함께 살피는 공공적 기준으로까지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ESG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오늘날 기업의 경영 판단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 사업 확장, 구조조정, 그리고 매각과 같은 결정은 단순한 내부 문제가 아니다. 고용 안정성, 지역 산업 구조, 나아가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지역과 충분히 소통했는지는 이제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불거진 SK오션플랜트 매각설을 둘러싼 고성 지역의 반응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군민들의 문제 제기는 단순히 ‘매각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핵심은 매각이라는 중대한 경영 판단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지역사회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가, 그리고 충분한 설명과 소통이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고성 지역은 그동안 기업 유치를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주민들 또한 기업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활 환경 변화와 불편을 감내해 왔다.
이러한 시간의 축적 속에서 지역사회는 기업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장기적으로 공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왔다.
그러나 매각설이 전해지면서 일부 군민들은 고용 유지 여부, 향후 사업 방향, 지역 산업에 미칠 영향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에 깊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실망은 점차 기업에 대한 신뢰 상실과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ESG 관점에서 말하는 ‘사회적 책임’은 단순히 법적 절차를 지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설명, 그리고 변화에 대한 예측과 준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특히 지역의 지원과 협력 속에서 성장한 기업이라면, 구조 변화나 매각과 같은 중대한 결정일수록 정보 공유 방식과 소통의 진정성이 더욱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고성 지역에서는 기업 유치와 운영 과정 전반에 적용되는 기준과 절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투자 규모나 단기적인 경제 효과만을 따질 수 없다. 기업의 지속성, 위기 상황에서의 소통 구조, 지역과의 관계 설정 방식이 앞으로 지역 발전의 중요한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ESG는 특정 기업만을 겨냥한 잣대가 아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지역과 기업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이다.
고성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 활동과 지역사회의 상생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이번 SK오션플랜트 매각 논의는 기업의 경영 판단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묻는, ESG 시대의 하나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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