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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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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이 남긴 자리
이운수 (디카시마니아)
말하지 않아도
밤새 얼마나 치열했는지
식어버린 살결 위에 새겨진
하얀 평화의 마침표들
겨울밤 이야기를 듣는다
어릴 적 기억이 실타래처럼 풀어진다. 창고 안 가득 쌓여있는 연탄 백 장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우리 아버지는 한 달 월급을 타신 날에는 쌀과 연탄을 제일 먼저 준비하셨다. 어린 것들에게 따뜻한 아랫목을 책임지고 싶었던 아버지 마음일 것이다. 이운수 시인 「겨울밤이 남긴 자리」 “밤새 얼마나 치열했는지/식어버린 살결 위에 새겨진/하얀 평화의 마침표들”// 지금이 춥다고 한들 옛날만큼 추웠을까? 옛날에는 동사(凍死)로 길거리에서 혹은 찬 냉기의 방에서 변을 당한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연탄재의 치열했던 간밤, 식어버린 살결 위에 평화의 마침표는 하얗게 불태운 흔적만이 아침을 끌고 왔을 것이다. 장렬했던 뜨거운 열기가 밤을 녹이고 사람들 마음을 녹이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희망 메시지까지 전달했을 저 뜨거운 사랑! 밤새 고생했던 흔적, 오늘의 훈장이 새겨진 것처럼, 연탄재의 22구멍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겨울은 그렇게 찬 기운을 보내고 복사꽃 피는 분홍빛 봄을 안겨줄 약속을 전한다. 부석거리는 연탄재의 모습에서 늙은 부모님의 모습이 중복된다. 살기 위해 부단히 태웠던 열기, 다 빠져나간 한기(寒氣)까지 우리 부모님 모습이다. 하얀 평화의 마침표를 찍었던 부모님들 모습이 다 타버린 연탄의 얼굴이 아닐까? 자식의 도리를 다하고 싶은 마음이 디카시 뒤편, 겨울 한 모서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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