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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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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김사륜(디카시마니아)
빈 바다
하얀 손가락 짚어대는
광인의 선율
저 멀리 파도가 온다
빈 바다에서 걸어오는 말들
겨울 바다는 모든 것을 비어내고 채워 놓지 않는다. 다만, 기다리고 있다. 김사륜 시인 「피리」 벌써 소리만 들어도 음파가 울린다. “빈 바다// 하얀 손가락 짚어대는/ 광인의 선율”/ 물 빠진 텅 빈 바다, 바람만 가득 데리고 오는 바다가 들려주는 저음의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먼저 다독거린다. 저 흰 손에서 짚는 건반의 소리는 바다만이 느낄 수 있는 음정이다. 스타카토였다가 알레그레토 걸음 소리가 오늘 바다를 달래준다. 저 멀리 파도가 오는 소리를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 한 번은 치고 올라야 하는 저 깊은 굉음 속 절정의 소리를 우리는 기다린다. 바다는 이 겨울을 견뎌 낼 줄 안다. 그리고 비울 수 있는 인내도 감내한다. 벤야민이 말하는 아우라가 여기에도 존재한다. “디카시 예술 작품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만 발현하는 유일한 현존의 감각인 것 같다. 빈 바다에서 걸어 다니는 갈매기의 발자국이 찰나적으로 디카시에 잡힌 것이다. 겨울은 잠시 멈춤으로 우리 마음속 빈 공간과 여백의 스케치로 다가오고 있다. 디카시가 읽히는 짧은 순간이 우리를 또 한 번 예술의 정점에서 황홀한 즐거움을 건네고 있다. 텅 빈 바다에서 우리 마음의 여백을 볼 수 있는 아우라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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