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고성신문 |
올해 한차례 한국산 냉동 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미국에서 판매 중단과 리콜 조치가 이루어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영·고성 굴 업계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제품은 고성 인근 해역에서 채취된 굴을 가공·냉동한 것으로 국내에는 유통되지 않았지만, 단 한 번의 리콜 소식만으로도 소비 불안과 지역 이미지에 그림자를 드리우기 충분하다. ‘청정해역 남해안’이라는 말이 관리체계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잠복기가 짧고 구토·설사 등 급성 위장관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식중독 원인체이다. 열에 약해 충분히 가열하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굴처럼 생식 문화가 자리 잡은 품목에서는 관리 부담이 훨씬 크다. 패류는 바닷물을 여과해 먹이를 섭취하기 때문에 해역 수질, 작업장 위생, 작업자 개인위생, 냉동·보관·해동 방식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어느 한 고리라도 느슨해지면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한 작은 오염이 소비자에게는 “안전성 불신”으로 되돌아온다. 통영·고성 일대는 미 FDA가 지정한 수출용 패류 청정해역으로, 그간 하수처리장, 공중화장실, 정화조, 우수 유입 방지시설 정비 등을 통해 육·해상 오염원이 해역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관리해 왔다. 지난 현장점검에서도 우리나라 패류 위생관리 체계는 적합 평가를 받았고, 내년에도 이 해역을 대상으로 한 점검이 다시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노로바이러스 리콜 사례는 “해역 관리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제 과제는 청정해역을 넘어,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노로바이러스 예방을 어떻게 체계화하느냐에 있다. 첫째, 해역 관리의 기본을 더 촘촘히 유지해야 한다. 마을·소규모 하수처리장의 처리 효율과 자외선(UV) 소독장치 상태, 정화조 분뇨 수거 체계, 항·포구·바다 공중화장실의 위생 상태와 하수 배출라인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점검이 다가왔을 때에만 단기 ‘대청소’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소에 어떤 기준과 절차로 관리해 왔는지 자료로 설명할 수 있는 상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노로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전 과정 관리가 굴 산업의 새로운 표준이 되어야 한다. 양식장 작업수칙, 선상과 육상 작업장의 청결, 세척·선별·가공 공정의 위생, 냉동·보관 온도 유지, 작업자 손 위생과 장비 소독, 출하 전 검사와 자체 점검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관리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처럼 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일부 공정에 대한 추가 검사나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겠다”가 아니라,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매일매일 고리를 점검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셋째, 어업인과 업계만의 책임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 지자체와 관계기관은 현장 위생교육과 컨설팅, 시설 개선과 검사비 지원 등 현실적인 뒷받침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기준은 높이되, 현장이 따라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다. 소비자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노로바이러스 특성과 예방 수칙, 굴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조리·보관 방법을 꾸준히 알린다면 막연한 공포 대신 과학적 정보에 기반한 소비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 2026년에 예정된 미 FDA 점검은 새로운 시장을 여는 절차라기보다, 어렵게 쌓아온 남해안 굴의 신뢰를 다시 증명하는 자리이다. 이번 노로바이러스 리콜 사례를 일회성 사고로 넘기지 않고, 해역과 가공·유통, 소비 단계까지 되짚어보는 계기로 삼는다면 “청정해역 남해안, 청정바다 고성”이라는 이름은 오히려 검증을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다. 해역 관리에서 노로바이러스 예방까지, 이제 굴 산업의 새로운 과제는 분명하다. 작은 오염 하나를 미리 막는 전 과정 사전예방이야말로 수출길과 어업인의 삶, 그리고 지역 수산업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