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공급에 배팅하라
기본소득의 달콤한 유혹을 넘어서라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5년 1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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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해법을 찾는 자들의 무대다. 14세기 북유럽 상권을 독점하며 막강한 ‘횡포’를 부리던 한자동맹 앞에서, 네덜란드는 정면돌파 대신 ‘헤링 버스(Herring Buss)’라는 혁신적인 염장 선박을 개발했다. 항구에 정박해 세금을 뜯기던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바다 위에서 생선을 가공해버린 이 ‘공급의 혁신’이 네덜란드를 해상 제국으로 만들었다. 지금 우리 고성군 앞에는 ‘농어촌기본소득’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웃 남해군이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군민 1인당 월 15만 원 지급이 현실화되었다. 물론 고성군도 이 흐름에 뒤처져선 안 된다. 인근 시·군이 현금성 지원을 확대하는데 우리만 가만히 있다면, 그나마 남은 인구마저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은 발 빠르게 움직여 기본소득이라는 ‘방어 기제’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냉정해져야 한다. 기본소득은 ‘진통제’일 뿐 ‘치료제’가 아니다. 재정적 관점에서 농어촌기본소득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막대한 군비 부담은 차치하고라도, 가장 두려운 것은 시범사업 종료 후 찾아올 ‘절벽효과(Cliff Effect)’다. 지원금이 끊기는 순간, 지역 경제는 지급 전보다 더 급격하게 얼어붙을 것이며, 돈을 보고 들어왔던 인구는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이는 지역 공동체에 깊은 상실감과 불신만 남기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 세금으로 유효수요(소비)를 억지로 떠받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우리 고성군에 필요한 전략은 단순한 소득 보전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공급’을 통해 외부의 유효수요를 폭발적으로 창출하는 것이다. 미래를 보자. AI(인공지능)와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고, 6G 통신과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는 세상이다. ‘대규모 고용’은 사라지고 ‘혁신가들의 소규모 경량 사회’가 도래한다. 이때 서울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다. 드론 택시(UAM)가 날아다녀야 할 시대에, 테라스도 없고 드론 주차장도 없는 서울 청담동의 빽빽한 아파트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답답한 닭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것이 고성의 기회다. 고성군은 229㎞에 달하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남해안의 온화한 기후, 맑은 공기라는 천혜의 자원을 가졌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자란만과 KTX 고성역이라는 독보적인 자산이 있다. 이곳은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황금 어장, 사량도와 욕지도로 통하는 가장 빠른 관문이다. 이는 서울이 죽었다 깨어나도 가질 수 없는 자산이다. 고성군의 정치인과 행정가들은 이 공간을 단순히 보전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주거와 휴양의 ‘공급’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구체적으로 당항만 일대를 ‘거꾸로 본 지중해’로 만드는 과감한 공간 재구조화를 단행하고, 고성만, 자란만 일대에서 사량도와 욕지도로 직접 갈 수 있는 교량과 수상 교통망을 마련해야 한다. 어설프게 흉내만 낸 관광지가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경관지구로 지정하고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하지만 경관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아름다운 배경 위에서 실제로 먹고살 수 있는 첨단 산업 생태계가 작동해야 한다. 당항만과 자란만의 하늘길을 여는 ‘드론 규제 샌드박스’를 유치하여 미래 모빌리티의 실험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인근 사천의 항공우주 인프라와 연계하여 ‘KAI 연계 부품 생산 및 R&D 기지화’를 추진하고, 연구 인력과 고급 인재들이 쾌적하게 머물 수 있는 ‘일과 휴양이 결합된 워케이션(Workcation) 특화 주거 단지’를 서둘러야 한다. 단순히 놀러 오는 곳이 아니라,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휴양하며 사는 복합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정의 전략적 배분이다. 고성군의 열악한 예산을 소모성 현금 살포에 쏟아부어서는 안 된다. 세금은 ‘뼈대’를 세우는 데 써야 한다. 해안선에 접근할 수 있는 도로, 드론이 뜨고 내릴 수 있는 스마트 인프라, 상하수도와 같은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입혀질 ‘화장’은 민간자본과 해외 투자자본이 맡도록 해야 한다. 행정이 튼튼한 뼈대(인프라)를 제공하여 ‘돈이 될 판’을 깔아주면, 자본은 알아서 들어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대형 미니어처, AI 기반 스마트 빌리지, 최고급 요트 계류장을 짓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Say’s Law)을 현대 지방행정에 적용하는 길이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남들처럼 곳간을 털어 쌀을 나눠주고 몇 년 뒤 텅 빈 곳간 앞에서 한숨 쉴 것인가, 아니면 네덜란드처럼 새로운 배(인프라)를 건조하여 먼바다의 부(富)를 끌어올 것인가. 고성의 위정자들에게 촉구한다. 이웃 도시의 기본소득 정책에는 기민하게 대응하여 군민의 박탈감을 막되, 여러분의 진짜 땀방울은 ‘공간의 재창조’에 흘려라. 좁고 비싸고 공기 탁한 수도권 사람들이, 제 발로 고성을 찾아와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압도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공간’을 공급하라. 그것만이 인구 소멸과 재정 위기라는 이중고를 넘어 고성군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다. |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5년 1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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