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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barrier free) 고성 모두를 위한 길을 묻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21일
ⓒ 고성신문
주섬주섬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버지 병원에 갈 때면 늘 준비하는 물티슈와 간식들이다. 병실 문을 여니 아버지의 얼굴에 금세 미소가 번졌다. 짧은 만남이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자연스레 느껴진다. 오늘은 손자까지 함께해 더 기뻐 보였다.
잠시라도 병실을 벗어나 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이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우리는 아버지를 휠체어에 모시고 병원을 나섰다. 차가 아닌 휠체어로 천천히 골목길을 걸으며 깊어가는 가을을 함께 느껴보려는 소박한 외출이었다.
그러나 곧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왔다. 움푹 패인 도로, 높다란 방지턱, 고르지 않은 보도…. 손자는 거친 길 위에서 힘겹게 휠체어를 밀었고, 나는 그 옆을 걸으며 아버지의 표정을 살폈다.
결국 아버지는 멈춰 서며 멀미가 난다고 하셨다. 길의 작은 요철 하나하나가 아버지의 몸으로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칼국수를 먹으러 가는 단순한 외출이었지만 우리는 몇 번이나 쉬어야 했고,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했는지 모른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내게는 아무렇지 않은 이 길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럽고 위험한 길일 수도 있겠구나.
이 경험은 자연스럽게 요즘 사회가 자주 말하는 단어 하나를 떠올리게 했다. 바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말 그대로 장애물이 없는 환경, 더 넓게는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하고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뜻한다.

# 배리어프리는 왜 등장했는가
배리어프리라는 개념은 단순히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고령화 사회 진입, 사고·질병으로 인한 일시적 장애 증가, 유모차·캐리어·전동기기 등 다양한 이동도구의 보편화가 그 배경에 있다.
즉, ‘특정 사람’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언젠가 누구나 겪게 될 불편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장치인 셈이다.
특히 한국처럼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는 사회에서는 배리어프리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보행이 불편한 어르신, 휠체어 사용자, 임산부, 영유아 보호자는 물론이고, 단지 계단 많은 길이 힘든 어느 날의 직장인에게도 배리어프리 환경은 큰 도움이 된다.
결국, 배리어프리는 소수가 아닌 모두의 권리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 고성이 왜 배리어프리에 주목해야 하는가
고성군은 자연환경이 빼어나고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그러나 요즘의 관광은 단지 ‘아름다운 곳’이라는 기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어떤 조건에서도 편안히 즐길 수 있는가가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관광지, 시장, 공공시설, 병원, 그리고 우리의 일상 골목길까지—배리어프리는 이제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척도다.
또한 고성 역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보행이 불편한 길이 많아질수록 지역사회는 활력을 잃는다. 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줄고,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고, 외출 자체가 두려운 일이 될 수 있다.
결국 배리어프리는 복지 차원을 넘어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전략이기도 하다.

# 앞으로 고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
1. ‘차 없는 길’보다 ‘안전한 길’이 먼저다
차량을 막는다고 보행 환경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보도블록 높이 차, 좁은 보도, 갑작스러운 경사로, 과도한 방지턱처럼 사소하지만 큰 불편을 주는 요소들을 하나씩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2. 공공시설·관광지의 무장애 접근성 강화
군청, 보건소, 도서관, 체육시설 같은 기본 공공기관에서부터 무장애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고성의 주요 관광지가 휠체어와 유모차 모두 이용 가능한 ‘무장애 관광지’가 된다면, 방문객의 폭은 훨씬 넓어진다.
3. 주민 참여형 점검 체계 마련
실제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주민, 노인회, 장애인 단체 등이 직접 길을 점검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행정의 시각이 아닌 사용자의 시각에서 불편을 발견해야 진짜 변화가 일어난다.
4. 배리어프리를 문화로 만들기
시설만 바뀐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앉아야 할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어주는 마음, 가게 앞 턱을 낮추려는 시민 의식, 서로의 불편을 이해하려는 태도. 이런 일상적 변화들이 배리어프리를 ‘정책’이 아닌 고성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게 한다.

# 모두의 길을 위한 배려
아버지와 함께한 그 짧은 외출이 나에게 큰 질문을 남겼다.
“내가 편한 이 길이, 정말 모두에게도 편한 길일까?”
배리어프리는 결국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길을 설계하는 사람도, 행정을 맡은 사람도, 그 길을 걷는 주민도 “누가 이 길을 이용할까?”를 한 번 더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이 모이면 도시의 모습이 바뀌고, 그 변화는 또 다른 배려를 낳는다.
고성의 골목길, 시장길, 바닷가 산책길 곳곳에서 ‘누구나 숨 쉬고 걷기 좋은 길’이 조금씩 더 넓어지길 바란다. 그 길을 아버지처럼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 그리고 언젠가의 우리가 편안히 걸을 수 있도록 말이다.
배리어프리는 누군가의 편의를 넘어서, 결국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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