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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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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강낭콩을 본 적 있는가? 옛날 초가집 울타리 밑에는 이 콩이 늘 함께했다. 초록 넝쿨이 울타리를 타고 오르며 여름 햇살을 머금고 자라면, 자줏빛 꽃이 초롱초롱 피어난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그 모습은 시골의 정취이자, 자연이 빚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가을이 깊어 상강 무렵 서리가 내리면 콩이 여문다. 그때 주부들은 콩을 털어 햅쌀에 섞어 밥을 지었다. 막 지은 울타리콩밥의 고소한 향이 안방 가득 퍼질 때, 가족의 웃음이 따라 번졌다. 입동(立冬), 이제 자연은 문을 닫고 긴 휴식에 들어간다. 대지는 숨을 죽이고 생명은 뿌리 속으로 들어간다. 사람의 몸 또한 그 질서에 맞추어야 한다. 한 해의 기운이 안으로 모여드는 이때, 몸은 따뜻함을 간직해야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입동의 한 그릇 밥이 겨울을 이긴다”고 했다. 울타리콩은 바로 그 한 그릇 밥의 주인공이다. 한문으로 ‘홍요두(紅腰豆)’라 불리며, 비타민과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피를 보하고 기를 더한다. 약선학에서는 이 콩이 “독이 없고 인체를 평화로운 체질로 이끈다”고 했다. 특히 기가 부족한 사람(氣虛), 양기가 약한 사람(陽虛), 혈전이 많은 사람(瘀血)에게 유익하다. 현대영양학적으로도 면역력을 높이고 세포를 재생해 노화를 늦추며, 혈당 조절과 빈혈 예방에 좋다. 입동 시절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몸의 순환이 둔해지고, 위염·십이지장궤양 같은 만성질환이 재발하기 쉬운 시기다. 노인들은 관절염과 기관지염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이때 울타리콩밥은 혈액순환을 돕고 심혈관을 안정시켜 준다.
# 저속노화에 좋은 울타리콩밥 효능 : 보혈익기(補血益氣)하여 피와 기를 채워주니, 겨울의 냉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재료 : 햅쌀 180g, 울타리콩 60g, 소금 1g, 올리브유 5g, 청주 10g
만드는 법 1. 울타리콩을 하루 저녁 냉수에 불린다. 2. 쌀은 씻어 30분 정도 불린다. 3. 솥에 쌀과 콩, 소금, 올리브유, 청주를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밥을 짓는다.
조리Tip 울타리콩은 붉은색뿐 아니라 오색이 있다. 겨울 초에 소화기관과 간이 약해진 사람은 푸른콩 3, 검은콩 2, 붉은콩 2, 하얀콩 2, 노란콩 2의 비율로 섞어 밥을 하면 더욱 좋다. 다섯 빛깔의 콩이 어우러진 밥은 몸의 오장육부를 고루 보해준다.
* 입동의 찬 기운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따뜻함을 지켜내는 이는 마음을 담아 밥을 짓는 사람이다. 울타리콩밥 한 그릇에 담긴 정성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겨울을 견디게 하는 약이요, 위로다. 자연이 문을 닫는 이 계절, 우리는 밥상에서 다시 생명의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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