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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천을 거슬러 오른 엄기원 선생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07일
↑↑ 엄기원 선생 저서 목록집
ⓒ 고성신문
↑↑ 타계하신 날의 엄기원 선생 나무
ⓒ 고성신문
↑↑ 엄기원 선생 편지모음책
ⓒ 고성신문
↑↑ 엄기원 선생 회고문집
ⓒ 고성신문
《아동문학세상》을 창간하고 100호 넘게 발행해 오던 엄기원(고성신문 ‘동동숲 아동문학산책 57 참고) 선생이 지난 10월 12일 세상을 떠났다.
1937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강릉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선생은 강릉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강원도 강릉·묵호·사천 등에서 12년, 서울 추계초등학교에 13년 교사로 근무했다.
강릉에서 김원기, 엄성기, 최종숙, 박은수, 박영규, 김기숙, 황태근 선생과 〈조약돌〉 동인 활동을 하다가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골목길’이 당선됐다. 그 후 150여 권이 넘는 동시집, 동화집, 시조집, 아동교육, 교양도서, 전래동화집, 전기물, 번역물을 펴내 한정동아동문학상, 눈솔상, 한국펜문학상, 대한민국동요대상, 한국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박홍근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선생은 2021년 이 중에서 151권의 책 표지를 모아 ‘엄기원 저서 목록집’ 『즐겁게 글 쓰며 살아온 일생』을 비매품으로 발행했다.
‘1963년 1월 1일,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발표, 아동문학 부문(동시)에 엄기원 당선-동시 ‘골목길’, 심사위원 마해송, 김영일. 이 몇 개의 활자가 한평생 아동문학가로 문인으로 살게 해 주었다. 돌이켜 생각하니 ‘신춘문예’란 신문제도가 고마웠다. 또한 그 당시 신춘문예에 응모한 수백 편의 글에서 엄기원 동시를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마해송 선생님, 김영일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살아왔다. (중략) 나는 그동안 쓴 책이 몇 권이나 되는가 정리해 보니 150여 권이나 되었다. 그래서 책 목록을 정리해 놓고 일부 책들은 표지를 사진 찍어 두기로 했다. (중략) 엄기원이 쓴 책 목록집을 잘 만들어 저자가 보관하고 직계가족, 친지, 가까운 문인도 몇 사람 나누어 가지면 훗날 많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라고 ‘남천 엄기원이 한 평생 쓴 책’이라는 제목으로 머리글을 썼다. 맨 끝에 ‘한평생 손글씨로 책을 쓰며 살게 한 하느님과 가족과 주위의 많은 문인께 감사한다고 했다.
엄기원 선생하면 선생을 아는 사람은 선생의 손글씨를 떠올린다. 한때는 선생이 펴내는 《아동문학세상》의 첫머리에 ‘발행인 이야기’란 타이틀로 3~4쪽 분량의 손글씨를 실었다. 1970년 능력검정고시 전국대회에서 펜글씨 1급 자격증을 취득한 선생은 여든 중반까지 떨림도 흐트러짐도 없는 반듯한 손글씨를 썼다.
2014년 비매품, 500부 한정판으로 만든 『정겨운 편지 손글씨 향내』는 선생이 이제까지 받은 가족의 편지, 지인들의 축하·연하 편지, 중요 문인들의 편지와 엽서, 남기고 싶은 편지, 작고 문인들의 편지와 엽서, 연하장을 600여 쪽에 원색으로 남겼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에게 일일이 실린 페이지에 표시를 하고 사인을 해 보냈으니 그 정성과 완벽함은 우러러 존경할만하다.
2005년에는 ‘남천 회고 문집’ 『행복은 내 곁에 있었네』를 펴냈는데 그동안 쓴 동시와 동화, 수필의 대표 작품, 살아온 이야기와 문학세계도 실었다. 300여 쪽의 분량이다. 어린 시절에서부터 살아오면서 남겨온 사진도 담았다.
남천(南川)은 어효선 선생이 지어준 선생의 호다. 남천은 강릉 남대천의 다른 이름이다.
선생은 악기 연주에도 조예가 깊어 피아노는 물론 디지털 호른 연주 실력은 선생의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과 함께 널리 알려져 있다. 문학상 시상식이나 출판기념회 자리에는 예고도 없이 찾아와 아름다운 선율로 축하해 주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소파 방정환 선생 동상 좌대의 비문을 짓고,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에 동시 ‘엄마의 장바구니’가 실렸던 선생은 이제 고향 남대천 맑은 강물을 거슬러 별이 되는 꿈을 꾸며 승천했다. 선생은 『정겨운 편지 손글씨 향내』를 엮으면서 ‘사람이 늙어서 가장 슬픈 것은 외로움이라고 하지만 나는 외롭지 않고 참으로 행복하다’라고 했다. 그곳에서도 변함없이 행복하시길 빈다. 동동숲 선생의 나무는 정자 가는 길옆에 우뚝 선 소나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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