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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다녀 와서 >

통일의 길 멀지 않아
이상근본지논설위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08월 10일












 


 이상근 본지 논설위원



경남도민방북단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정말, 특별한 기회였다


 


특히, 전세기로 처음 김해에서 평양까지 직항로로 간다는 것은 행운이었고, 두고두고 가슴 설레는 일이다. 4 9오전 8 출발, 공항에서 출발 대기 중인데, 소식이 없다. 속으로 궁금증이 일어난다.


 


또 못 가게 되는 것은 아닌가. 드디어 8시 30 출국수속이 시작되었다.


 


진짜 가는구나. 선입견이란? 순간, 의심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 전세기는 김해에서 대구 대전 인천을 지나서 서해안 공해로 빠져나가고 있다. 10시경, 평양 순안공항 도착, 평양이라는 붉은 글씨와 김일성의 웃는 모습의 대형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명색이 국제공항인데, 여객은 우리뿐이다. 썰렁한 공항 마당엔  고려항공소속 소형 여객기 몇 대가 조종석 창문이 천으로 가려진 채 대기해 있다. 텅텅  비어있는 공항이 웃고 있는 김일성의 대형초상화와 비교되어 더욱더 멋쩍어 보인다.


공항수속절차는 순조로웠고, 표정도 우호적이고 친절하다. 경계심, 적대적 감정도 생기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여유도 생긴다.


 


 그만큼 우리의 위치가 커졌고, 여유가 있기 때문일까. 여유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자체도 포용적이 되는 것일까. 이것도,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온갖 변화에 부대끼고 적응해오면서 탄탄하게 자생력을 키워 온 우리의 저력이라고 본다. 안보불감증보다는 우리 체제와 안보에 대한 자신감이다.


 


우리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에서 점령군(?)같은 자세가 배어있는 것도 다 이러한 밑바탕이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왕래와 어려운 협상을 통해서 그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 한마디로  평양은  환기통이 없는 실내, 정지된 상태로 있으면서, 서서히 빛이 빠져 나가 버린 도시. 온갖 붉은 구호의 장식과 집단의 밀실인 광장의 도시였다.


 


짓다가 그만둔 채 있는 103층의 유경호텔의 흉한 모습이 북한의 과거, 현재와 미래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평양에서 그나마 빛나는 것들이란 온갖 붉은색의 구호, 김일성 부자의 동상과 모자이크 벽화, 정주영 체육관, 개선문, 만경대 풍경과 동명왕릉 등이다. 내가 진정 보고 싶은 것은 못살아도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런데, 오고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삶의 기가 빠져 있다. 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오가고 있다. 생각이 없고 길들어진 사람들. 아니, 이건 절대 선입견은 아니다. 90년대 모스크바 시민들, 작년에 본 캄보디아 사람들, 베트남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삶의 근성이 가득 차 있었는데, 평양 사람들의 행동이나 표정에는 그러한 의욕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차라리 독기라도 보고 싶었다. 대륙지향의 기상을 타고난 북한사람들을 누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들어 놓았나. 정말 서글퍼지고, 화가 난다. 우리가 바라는 통일과 통합의 길이 결코 쉽지 않겠구나 하고 느껴졌다.


 


수십 년 동안 김일성 부자의 세습체제에 순응해 오면서 자생력을 잃어버린 북한 주민들에게 삶의 근성을 찾게 해주고, 고구려의 진취적 기상을 되찾게 해주고, 삶의 방법과 창의력을 복원시켜주는 것이 급선무다.


 


세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여 가는데, 아직까지 주체타령이나 하는 한, 두 지도자가 전체 인민을 다 먹여 살리겠다는 발상은 너무나 한심스럽고, 위험천만한 일이다. 우리는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혼란과 희생과 가난을 이겨오면서 온갖 불합리한 제도와 방법을 변화·개혁해 오면서, 국민 스스로가 주인인 튼튼한 자유시장경제대국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평양을 방문하고 나서, 지도자를 잘못만남으로 인해서 그 후유증이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했고, 한반도에 태어난 것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지만, 현재에 처해진 북한의 현실을  못 본 척 할 수는 없으며, 결국 우리가 해결해야할 숙명적과제라 생각되어 더욱더 정신이 빤짝! 드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상근본지논설위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0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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