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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양군 행복점빵을 운영하고 있는 허경열 소장 |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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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점빵 트럭이 창원마을에 도착하자 마을회관에 모여있던 주민들이 나와 줄을 서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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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동쪽 자락을 끼고 있는 경남 함양군은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으로 인구 소멸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함양군의 인구는 지난 8월 말 기준 총인구는 3만5천617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만4천495명으로 노인 비율이 40.6%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고성군의 노인 인구 비율 38.5%보다 높은 수치로 초고령화 사회를 넘어 이제는 인구 소멸 위험단계에 진입한 대표적 농촌 지역으로 꼽히며 지방소멸 위험지수도 최하위인 5등급(소멸 고위험)에 속한다.
다른 농어촌 지역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함양군의 면 지역 노인 인구 비율은 더 높고 홀몸 노인 인구가 많아 식품 사막화가 심각한 지역이다.
특히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함양군은 259개 행정리 가운데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비율이 86.5%로 고성군 83.7%보다 높게 나타났다.
오지마을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그동안 많지 않은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인근 면 소재지나 읍내로 나가 장을 봐야 하는 불편을 겪어오고 있다. 이에 지리산마천농협은 함양군과 함께 지난 6월부터 관할구역인 마천면 마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행복점빵’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 식품 사막 해소 지자체·농협 힘 모아
지리산마천농협의 찾아가는 행복점빵은 마천면 내 교통이 불편하고 소매점이 없는 마을에 생필품을 실은 차량이 직접 찾아가 물품을 판매하는 생활밀착형 사업으로 함양군 소재 농협 중 지리산마천농협이 시범사업으로 올해 처음 시작했다.
앞서 2월 지리산마천농협은 함양군과 ‘행복점빵의 시범운영 활성화와 공익적 가치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장 회의를 열고 대상 마을을 직접 방문하는 등 활동을 통해 생필품 수요 조사와 운영 방식에 대한 주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
표경희 지리산마천농협 전무는 “이동장터는 함양군수의 숙원 사업으로 관내 농협 중 한 곳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추진해보자고 해서 시작한 사업이다”라면서 “수익 사업은 아니지만, 마천면에는 워낙 어르신이 많아 복지 차원에서 사업을 맡아 추진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함양군에서는 지리산마천농협에 차량 구입비 예산 9천600만 원을 지원했고 행복점빵 차량을 구매했다.
인건비는 농협중앙회에서 50%, 지리산마천농협에서 50%를 부담하고 전담 인력을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다 차량 운행에 물건 운반, 계산까지 혼자 모든 일을 할 수 없어 함양군에서 공공근로 인력 1명을 추가로 지원해줘 현재 2명이 행복점빵 운행에 참여하고 있다.
표 전무는 “함양군에서 많은 지원해 주고 있고 현재 조례가 제정되지 않아 인건비는 지원되지 않지만, 향후 인건비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지리산마천농협은 관할 지역인 마천면 소재지를 제외한 22개 마을을 대상으로 일반 생필품과 두부, 콩나물 등 신선식품, 돼지고기 같은 육류 등 다양한 제품을 상시 구비하고 따로 필요한 물품은 미리 사전 예약받아 판매가 진행된다.
일주일 중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 주 4일 하루 3∼5개 마을을 찾아가는 행복점빵은 마을별로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한다.
특히 트럭이 마을 안까지 가기 어려운 5개 마을은 별도로 농협에서 배달을 따로 해주고 있다.
# 산길 따라 행복을 전달하는 이동장터
고성에서 함양까지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보통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되지만, 마천면까지 가려면 산길을 따라 30분 정도가 더 소요된다.
지난 26일 오전 11시에 도착한 지리산마천농협 하나로마트 앞에는 찾아가는 행복점빵 허경열 소장이 구슬땀을 흘리며 주민들이 미리 주문한 물품과 전날 판매되고 부족한 물품을 차량에 실었다.
이날 행복점빵이 운행되는 구간은 창원마을과 동구마을, 촉동마을 코스로 오후 1시 20분이 되자 물품을 가득 실은 행복점빵 트럭이 출발했다.
한 15분쯤 산길 도로를 따라 도착한 창원마을회관에는 이날 농번기를 맞아 공동급식 지원사업이 진행돼 회관에는 노인들로 가득했다.
행복점빵 트럭의 문이 활짝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회관에 있던 노인들은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고 10여 명의 노인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물품들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구매를 위해 줄을 섰다.
“쌀 한 포대하고 달걀 한 판, 액젓도 하나 줘요”, “내가 엊그제 주문한 거, 가지고 왔나? 그거하고 설탕, 밀가루 한 포씩, 국수도 하나 줘.”
노인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허경열 소장은 필요한 물품을 건넸고 한쪽에서는 포스기로 계산에 들어가면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물품을 구매한 노인들은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 전동보행기가 있는 노인은 물건을 전동보행기에 담아 집으로 향했다.
전동보행기가 없는 노인은 직접 들고 집으로 가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마을부녀회장과 이장 아내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날 쌀과 물 등을 8만9천 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한 김옥남(86) 씨는 “예전에는 버스를 타고 인근 면 소재지로 나가 장을 보고 올 때는 택시를 타고 왔는데, 이제는 트럭이 마을까지 오니까 엄청 편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웬만한 물품은 여기서 판매하고 있고 없는 물품은 미리 전화해 주문하면 가지고 오니까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면서 “가격도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 가격 그대로라 올 때마다 이용하고 있다”라고 좋아했다.
한 30분 정도 판매가 진행되자 물품을 구매한 노인들은 하나둘 집으로 향하고 시간이 남은 노인들은 회관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트럭이 떠나기 전 노인 중 그나마 어려 보이는 변혜민(68) 마을부녀회장이 아이스크림을 대량으로 구매해 마을 노인들과 행복점빵 직원, 취재하는 사람들에게도 나눠줘 농촌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변 부녀회장은 “창원마을에는 100가구가 있고 주민은 90여 명 정도 거주하고 있다. 이 중 9가구를 제외하면 모두 혼자 사는 노인들”이라며 “마을 평균 연령이 70~80대로 주민들이 장을 보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를 타려고 마을 입구까지 가는 것도 일이고 다시 가파른 언덕을 걸어서 올라오려면 노인들은 힘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고불고불한 산길을 따라가야 하는데 교통편도 좋지 않다. 군에서 택시비를 월 10만 원을 지원하지만 함양읍까지 택시를 타면 편도로 2만5천 원의 요금이 나오는데 이중 자부담이 2천 원이고 왕복으로 타면 5만 원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달에 읍까지 택시 타고 왕복 2번이면 지원금을 다 쓰기에 소매점이 없는 창원마을에서는 행복점빵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되는 복지서비스다”라고 좋아했다.
창원마을에서 판매를 끝낸 행복점빵 트럭은 다시 산길을 따라 동구마을과 촉동마을을 차례대로 돌며 오지마을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며 행복을 전했다.
창원시 소재 마트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찾아가는 행복점빵을 운행하는 허경열 소장은 “처음에는 길이 좁고 마을의 지대가 높다 보니 가스가 연료인 개조된 트럭으로 마을을 다니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적응이 됐다”라면서 “행복점빵을 운행하면서 가는 마을마다 할머니들이 너무 반겨주시고 좋아해 주시니까 일도 즐겁고 보람도 느낀다”라고 만족해했다.
또한 “행복점빵을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식품의 유통기한”이라면서 “매일 식품을 실을 때마다 유통기한은 꼭 확인하고 판매 이후에는 남은 신선식품은 마트에 반납해 좋은 식품을 주민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수익 사업 아닌 주민 복지사업
행복점빵은 평소 40~50만 원의 일일 매출을 달성해오다 최근 민생회복지원금이 지급되고 추석을 앞둬서 그런지 매출이 평소보다 많이 오르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130만 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행복점빵 운행 이후 최고 매출을 기록했고 계속해서 매출은 꾸준하게 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여러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동장터는 소비가 적은 농촌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실제로 수익으로 운영비나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앞서 이동장터를 운영해왔던 일부 농협에서는 이동장터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운행하지 않는 곳도 있다.
지리산마천농협도 매출은 점점 늘고 있지만, 수익 측면에서는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적자 사업이다.
그러나 지리산마천농협은 행복점빵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 식품 사막을 해소하고 주민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함양군의 지원받아 5년 동안 운영해야 하는 것을 떠나 조합원과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오랫동안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