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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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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 사라지는 소매점, 농촌 노인들 식료품 구매 어려워 ② 식품 사막 문제 해소에 나선 여민동락 공동체 ③ 이동장터 시범 운영 중인 함양군, 문제점 없나? ④ 식품 사막 해결에 먼저 나선 일본은? ⑤ 교통약자를 위한 고성형 이동장터 필요
고성군에서 차를 타고 2시간 30분을 달리면 전라남도 영광군에 도착한다. 굴비로도 유명한 영광군은 바다를 끼고 있어 고성처럼 농업과 어업이 활발한 농어촌 지역이다. 영광군의 인구는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5만3천142명으로 고성(4만7천298명)보다 약 5천800여 명이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65세 노인 인구는 1만7천111명으로 노인 비율이 32.1%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영광군도 고성군과 마찬가지로 젊은 인구는 읍 지역으로 쏠려있고 면 지역으로 가면 노인 인구 비율은 40%대까지 높아진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 2020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영광군의 행정리 중 식료품 판매점이 없는 곳이 92.1%를 차지해 식품 사막화가 아주 심각한 상태다. 영광군 묘량면은 1천709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65세 인구수는 783명으로 노인 비율이 46%에 육박하고 있다. 인구는 감소하고 노인 비율이 증가하면서 소비활동이 줄어 예전에는 양조장과 이발소 등도 있었지만, 다 사라지고 급기야 2010년 묘량면에서도 유일하게 남은 작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 동네 가게가 사라지자 버스를 타기도 어려운 농촌의 어르신들은 콩나물 한 봉지 사는 것도 큰일이 됐다. 이에 여민동락공동체는 어르신들의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마을 안에서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모아 ‘동락점빵’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 농촌 이동 장터 모델이 된 ‘동락점빵’ 전남 영광군 묘량면사무소 인근에 위치한 여민동락공동체는 ‘여럿이 함께 행복한 복지공동체 건설’, ‘농촌복지를 통한 생명공동체 실현’, ‘노인복지의 한국적 모델 연구와 복지교육 실천’, ‘당사자 중심의 서비스를 통한 복지의 인간화와 전문화 구현’, ‘지역일체형 자립적 지역복지 공동체를 위한 유대’ 등의 설립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농촌 복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중 지역 주민 370여 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설립한 동락점빵 사회적협동조합은 편의점, 마트 등이 없이 생필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 편의를 위해 이동 장터인 동락점빵을 운영하고 있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묘량면에 거주하는 인구의 절반 정도가 65세 이상 노인으로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이지만, 2010년 유일하게 있었던 동네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자가용이 없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동락점빵이 희망이 되고 있다. 1.5톤 트럭을 개조해 만든 동락점빵 차량에는 콩나물, 두부, 달걀, 요구르트, 우유 등 신선식품과 라면과 잡곡, 흑미 등 면류와 곡류, 고등어와 코다리, 동태 등 건어물과 생선, 주류 및 음료, 양념류, 세제, 휴지 등 350개 품목이 실려있다. 이동식 동락점빵은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마다 주 1회 42개 마을을 버스처럼 주요 구간별 시간을 정해놓고 순회하며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10년 넘게 동락점방이 운영되면서 주민들은 정해진 시간에 나와 있거나 “동락점빵 차량이 왔어요~”라는 방송을 듣고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다. 주요 고객은 자가용이 없거나 거동이 불편한 70~80대 어르신들이며, 가끔 농번기 농사일로 바빠 읍내에 나갈 시간이 없는 60대들도 이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동락점빵 사회적협동조합은 가게게 사라진 농촌에서 교통 약자와 취약 계층 주민들에게 필요한 식료품 등을 공급하고 지역복지의 빈틈을 메우면서 수익금은 다시 마을 복리 증진에 환원해 복지와 경제가 선순환되는 자립과 자치, 공생의 농촌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동락점빵은 전국의 식품 사막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모범 사례로 꼽히면서 여러 지자체에서의 벤치마킹이 잇따르고 있으며, 농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가호호 이동장터 사업도 동락점빵이 모델이다.
# 10여 년간 이어져 온 이동 장터 동락점빵은 단순히 물품을 판매하는 이동 장터가 아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마을 심부름꾼과 이동복지상담소, 마을과 마을을 잇는 소식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 9월 3번째 이동 장터인 지난 19일 금요일 오전 9시 10분쯤 방문한 동락점빵 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트럭에 물품을 싣고 이동 준비를 마친 김동광(37) 사회복지사는 동락점빵에서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장동마을을 시작으로 운행을 이어갔다. 마을에 들어선 차량에서 동락점빵이 왔다는 방송이 나오자 마을 주민 한둘 나오기 시작했고 매번 점빵을 이용하던 할머니가 나오지 않자 김 복지사는 직접 집으로 방문해 인사를 드리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차량도 가지고 있는 여성분에게 왜 여기서 물품을 구매하냐고 묻자 “면 소재지에도 하나로마트가 있지만, 거기에는 물품이 많이 없어 차가 집 앞까지 오니까 사게 된다”라고 했다. 또 한 명의 주요 고객인 이성례(82) 씨는 “물건을 사려면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가야 하는데 힘들다. 매주 마을까지 방문해 필요한 물품을 집까지 가져다주고 아저씨(김 사회복지사)도 얼마나 다정하고 싹싹한지 매번 올 때가 기다려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한 차례 판매가 진행되고 이동 차량은 또 다음 판매지로 이동한다. 마을회관에 정차한 차량은 또다시 방송을 틀고 김 복지사는 회관 안으로 들어가 할머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필요한 물품이 있는지 여쭤보고 거동이 괜찮은 어르신들은 차량에 직접 나와 구매하기도 하고 불편한 어르신에게는 직접 물품을 가져다드리기도 했다. 또 다른 마을회관에는 영광군 재향군인회에서 독거노인들을 위한 이불 빨래 봉사활동이 한 창이었다. 이 때문인지 다른 마을보다는 많은 어르신이 회관에 나와 있었고 봉사활동에 참여한 봉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너도나도 필요한 물품을 구매했고 그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물품은 1천500원짜리 콩나물이었다. 봉사자들도 차량의 물품을 구경하곤 간식을 구매해 어르신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마을의 한 주택으로 여기에는 큰 손(?) 허소임(77) 씨가 거동이 불편한 남편분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집안에서는 고추를 말려 서울에 보내려는지 비닐에 넣은 고추 무게를 재고 있었다. 이리저리 무게를 재고 잘 맞지 않는지 급기야 김 복지사가 나서 무게를 재더니 이거는 10㎏ 넘어 고추를 빼야 한다며 직접 고추를 덜기도 하고 다른 것들도 봐주면서 “일이 금방 끝난다”라고 좋아하는 허 씨. 일이 끝난 이후에 차량에 들른 허 씨는 남편이 일반 쌀로 밥을 지으면 잘 못 먹고 현미와 잡곡 등을 섞으면 잘 먹는다며 현미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전에 주문한 죽도 한 상자 사고 이날만 10만 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했다. 허 씨는 “한 번씩 장에 나가서 필요한 물품도 사지만, 차량에 있는 물품은 대부분 여기서 구매하고 있다”라면서 “이렇게 방문해 안부도 묻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는데 많이 사줘야지”하고 웃는다. 다음에 이어진 마을 운행에서도 이전 마을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10여 년간 이어진 동락점빵은 이제 묘량면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과 사랑을 잇는 마을 가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수익보다는 지역복지를 우선으로 동락점빵과 함께 한 지 3년이 지난 김동광 사회복지사는 보통 노인들이 1인당 구매하는 비용은 몇천 원에서 2만 원 사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하루 20개가 넘는 마을을 돌아도 매출은 고작 40만 원 정도다. 오롯이 이동장터로만의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 다른 사업을 함께 하거나 지자체의 지원이나 사회의 후원이 없다면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김 복지사는 “지난해까지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지자체의 인건비 보조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끊겼다”라면서 “명절 선물 세트 판매로 수익이 조금 있었지만, 이마저도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나마 경로당에 지급되는 부식을 공급하면서 조금은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와 농협이 연계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일부 지원이 된다면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김 씨는 사회복지사로 15년 차, 영광으로 온 지 5년 차로 최저생계비에 가까운 급여를 받으며 실천하지만, 지금까지도 일의 선택 기준은 급여보단 ‘존재’가 지역에 쓰임이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이동장터에 사회복지사가 운영을 시작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일상을 함께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고독사 현장을 발견하여 더 늦지 않을 수 있도록 수습하기도 했으며, 밑반찬 지원이 필요한 당사자들을 추천해 복지 서비스를 안내하기도 했다. 지금도 가벼운 문제부터, 중점 문제까지 현장을 더 깊이 다니고 어르신들과 유대관계를 맺으며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동광 사회복지사는 “이동장터로 어르신들은 생필품 구매를 걱정하지 않고 또 홀로 계신 어르신들 또한 고독사를 방지하거나 혹은 오래된 방치를 예방할 수 있다”라면서 “생활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어려움들을 이동장터 사회복지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무엇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어르신 댁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정서적 위안과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라면서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은 세금으로 어르신 복지를 돕는 일이 아닌, 지역 경제의 자립적 기반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어르신의 인간다운 복지 삶을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황영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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