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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읍 버스승강장에는 장보기 등 볼일을 끝내고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로 항상 붐빈다. |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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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이슈로 떠오르는 식품 사막. 고성군은 넓은 면적과 산간 지역이 많아 외곽지역 주민들은 식료품과 생필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인근에 소규모의 소매점도 없고 대중교통도 잘 들어가지 않는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주민 등 교통약자들에겐 식료품과 생필품 구매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간단한 음식으로만 끼니를 때우는 등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고 건강은 물론 생존 문제까지 위협받고 있다.
식품 사막 문제는 농촌 주민들이 식료품 구매에 어려움을 느끼는 생활 불편에서 벗어나 지역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다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고성군 전체 마을 중 83.7% 소매점 없어
1990년대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취약계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며 ‘식품 사막’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식품 사막’이란 사막에서 물을 찾기 어렵듯 거주지 주변에서 신선하고 건강한 식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지역을 의미한다.
인구소멸 지역으로 분류되는 고성군은 이미 식품 사막화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식품 사막은 군민들에게 아직 생소한 단어다.
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예전에는 마을에 한 곳 정도는 있었던 식품 소매점은 이제 농촌지역 마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농촌에서 유동 인구가 있다고 여겨지는 면 소재지에도 농협하나로마트만 있을 뿐 다른 식품 소매점은 사라진 지 오래다.
2020년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3만7천여 개 행정리 중 식품 소매점이 없는 행정리의 비율이 73.5%에 육박하고 있다.
4천814개 행정리가 있는 경남은 전국 평균 식품 사막화 비율보다 높은 74.2%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성은 265개 행정리 중 83.7%인 약 222개의 행정리에 식품 소매점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식품 소매점이 있는 행정리는 43개에 불과해 식품 사막화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중교통이 제한적인 외곽지역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식품 소매점이나 장날 시장으로 나가는 것조차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기본적인 식품이나 고기, 생선 등을 구매하려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자신의 차가 없는 노인의 경우 버스를 타고 소매점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고성의 농어촌버스의 현실은 배차 간격이 짧게는 30분, 길게는 7시간이나 기다려야 버스를 탈 수 있어 장 보기를 위해서는 힘들게 꼬박 하루의 시간을 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노인들은 장 보기가 어려워 신선한 식료품 대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젓갈이나 라면 등을 구매해 끼니를 때우면서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건강 문제도 염려되는 실정이다.
# 정부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시범 추진
농촌에서 식품 소매점이 사라지는 식품 사막화 현상이 두드러지자 농식품부는 대응 방안으로 지난해부터 이동 차량에 식품, 생필품 등을 실어 마을에서 판매하는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자체에 이동장터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지자체에 배포하고 이동장터 추진 지구에는 농촌 주민 생활 돌봄공동체 사업 선정·평가 시 인센티브도 반영하기로 했다. 농식품부가 제시한 이동장터 사업은 일반 농산어촌 개발사업의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 및 기초생활 거점조성 사업의 배후 마을 전달 프로그램의 사업비를 일부 활용하고 지자체에서는 이동식 차량 운영에 필요한 예산지원, 농협 등 지역 공동체에서는 이동식 차량과 인력 운영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또한 이동장터에만 그치지 않고 농촌 마을에서 소매점으로 직접 이동할 수 있는 셔틀버스 등을 지원하거나 생필품 배달 외 복지·문화·돌봄 등 생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식 등 다양한 유형을 지자체에 제시해 지역 여건과 특색을 반영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해당 사업은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2010년부터 민간조직 ‘여민동락공동체’가 운영하는 이동장터 ‘동락점빵’을 모델로 현재 경북 의성군, 전남 장성군, 전북 완주군 등 9개 지자체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은 별도의 공모를 통해 예산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농식품부의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 또는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의 예산 일부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보니 이동장터의 수익만으로는 인력 확보나 인건비 등 운영비를 부담하기는 어려워 일부 지자체에서는 사업 추진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한데 이 때문에 정부 사업이 아닌 지자체 차원에서 식품 사막화 문제에 대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남 해남군은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식품 사막 문제를 명시한 ‘해남군 농촌 식품 사막화 해소를 위한 공공형 생활 편의 서비스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전북도도 지난해 1월 편의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손잡고 한 달간 ‘내 집 앞 이동장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식품 사막 문제 해결은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인 지방소멸 대응과도 맞닿아 있어 사용처를 찾지 못하는 지자체에서는 기금을 활용해 추진하는 방안과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진 농협을 지원해 이동장터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 고성형 이동장터 도입 필요성 제기
최근 고성읍 버스승강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고성읍으로 나오는 버스가 자주 없어 병원을 가거나 다른 볼일이 있을 때 한번씩 나와 장을 보곤 한다”라면서 “식품 트럭이 마을에 오면 좋겠지만, 이제 살아봐야 얼마나 더 살겠냐”라고 푸념했다.
이처럼 식품 사막화가 심각한 고성에서는 식료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과 교통약자다 보니 해당 문제 해소를 위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불편을 감수해오고 있다.
이러한 주민 목소리를 접한 고성군의회 이정숙 의원은 지난 3월에 열린 의회 제30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고성에서는 처음으로 식품 사막 문제를 제기하고 외곽지역 순회 이동장터 지원 필요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이 의원은 “대중교통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고성 장날 읍으로 나가는 것조차 부담이 되고 있다”라면서 “이는 어르신들의 영양 불균형 및 생활 환경과 복지 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다양한 성공 사례가 있다며 전남 영광군 묘량면의 여민동락 공동체는 2010년부터 이동장터를 운영하며 생필품 제공과 더불어 주민 간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예를 들기도 했다.
또한 경기 포천시 소흘농협은 지자체와 협력해 ‘찾아가는 행복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식료품과 생필품을 실은 차량이 마을을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교통 취약 계층의 생활 편의를 크게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이정숙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하기 전 한 할머니를 만났다. 버스를 타고 읍으로 오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라면서 “다른 할머니는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무섭다고 말한다. 버스도 타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주위의 도움이 없이는 식료품 구매가 정말 어려울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동장터 사업은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주민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라며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농산물과 특산품을 함께 판매해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시골 어르신들의 사회적 고립으로 장보기가 힘들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고 건강, 수명과 직결되는 생존 문제를 해소하며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성군에서는 식품 사막 문제 해소를 위해 현재 농촌 공간 재구조화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계획이 수립되면 식품 사막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마을이나 주민 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이동장터 추진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