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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흐르고 사람이 이어지는 문화의 웅덩이, 책둠벙도서관

9월 12일 개관, 둠벙 가치 담은 다양한 공간
상상둠벙 맛있는둠벙 이야기둠벙 아이둠벙
로봇이 그림책 읽어주고 고성 사계절이 동화가 되는 곳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5년 08월 29일
ⓒ 고성신문
ⓒ 고성신문
“책과 글자, 이야기가 가득한 책둠벙에 놀러 오세요!”
군민체육대회가 열릴 때면 사람들의 함성과 땀방울로 가득했던 구 공설운동장이 이제 군민을 위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탄생한다. 작은 웅덩이에 물이 고여 수많은 생명과 곡식을 길러내듯 책과 이야기가 모이고 군민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 문화의 웅덩이, 책둠벙 도서관이 9월 12일 문을 연다.
“책둠벙도서관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편하게 모여 책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특히 아동문학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자료와 독서 활동을 제공하겠습니다. 이야기가 흐르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지역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는 도서관이 되겠습니다.”

책둠벙도서관은 이름대로 곳곳이 ‘둠벙’이다. 봄날이면 연분홍 벚꽃이 흐드러지는 벚나무와 군민들의 발자국이 숱하게 찍혀있을 트랙 등은 옛모습 그대로다. 벚나무 아래에는 선베드를 설치해 누구나 쉬어가며 하늘 한 번 보는 여유를 선물한다.
도서관 앞마당에는 자유롭게 낙서를 할 수 있는 바닥이 마련되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작은 분수대처럼 설치된 어린왕자와 여우 조형물은 책의 세계를 형상화한 포토존이 되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는 이곳이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놀이터임을 보여준다.
도서관을 들어서면 계단식 독서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높은 서고와 유리로 된 천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은 개방감을 더한다. 층층이 마련된 공간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곳이자 공연이나 낭독회 같은 모임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책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1층에는 ‘사서의 사랑방’이라 불리는 사무 공간에 4명의 사서가 근무한다. 북카페 ‘맛있는 둠벙’은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정담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아동 열람실인 ‘상상둠벙’은 입구부터 특별함이 가득하다. 신발장 덮개는 상상둠벙에 소장된 그림책들의 표지로, 읽고 싶은 책에 신발을 넣는 재미를 더했다. 책을 펼치면 아름다운 동화를 읽어주는 로봇도 있고, 지혜로운 부엉이가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이야기둠벙은 ‘무지개 아줌마’ 윤미경 작가를 비롯한 아동문학인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작가들은 일부러 고성을 찾아 고성의 사계절을 그림동화책에서 볼 법한 그림체로 완성해냈다. 벚꽃이 피고 동물들이 소풍가는 따스한 봄을 지나 고래가 노니는 여름, 단풍이 드는 알록달록한 가을, 헨젤과 그레텔 같은 동화에서 본 것 같은 빨간집에 금빛이 내리는 포근한 겨울까지 담았다. 여름의 바닷속은 아이들이 모여들면 작가와 함께 동화책을 읽고, 그 동화책이 바닷속에서 너울거릴 것이다.

‘새싹둠벙’과 ‘아기둠벙’은 영유아 돌봄을 위한 맞춤 공간으로, 부모와 아기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벚나무가 내다보이는 창문은 아기들이 올라가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만화영화에서 보던 다락방 같기도 하다. 수유실인 ‘맘마둠벙’도 마련되어 있어 영유아를 동반한 부모들에게 특히 환영받는다.
2층에는 군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모두의 둠벙’은 자유롭게 독서와 모임을 할 수 있는 독서공간이고, ‘지혜둠벙’은 일반도서를 열람하고 대출할 수 있는 열람실이다. 230㎡가 넘는 지혜둠벙은 어르신부터 청년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책을 읽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지식둠벙’에서는 소규모 강연이나 학습 프로그램이 열리고, ‘소통둠벙’은 프로그램 운영과 주민참여형 행사가 열리는 복합 다목적 공간으로 쓰인다.

“책둠벙도서관의 운영 철학은 단순합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책 속에 빠져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문화를 창조하는 열린 공간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직접 도서관의 책을 고르고 제자리에 꽂는 경험, 친구들에게 책을 추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어린이 사서 프로그램도 전국적으로 드문 시도입니다.”
책둠벙에서는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더 이상 어른들이 만든 공간이 아니라, 자신들이 함께 꾸려가는 놀이터가 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자원봉사자 운영 체계다. 현재 21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 중인데, 이들은 단순히 안내만 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은퇴 교사, 동화구연가, 원예 전문가, 목공에 관심 있는 주민 등 각자의 경력을 살려 도서관의 문화적 자산으로 기여한다.
 
동화를 잘 읽는 자원봉사자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꽃을 잘 가꾸는 봉사자는 도서관 공원을 아름답게 꾸민다. 이런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참여 방식은 책둠벙도서관을 군민이 함께 만드는 문화공동체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책둠벙도서관은 당초 ‘힐링공원 속 어린이도서관’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지만 열린 도서관이자 군민들의 소통 공간으로 조성됐다. 고성오광대보존회의 식전공연과 정호승 시인의 특별강연 등 문화축제처럼 열릴 개관식 이후 가을 내내 어린이와 학부모, 어르신들까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책둠벙도서관의 이름은 곧 철학이다. 둠벙은 마을 사람들이 물을 길어 쓰고 생명을 키워내는 작은 웅덩이다. 도서관이 이름에 ‘둠벙’을 담은 것은 물 대신 책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채워 넣겠다는 다짐이다. 책둠벙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아이들이 웃으며 뛰놀고, 부모는 안심하며 책을 읽고, 어르신은 지혜를 나누며 모두가 함께하는 열린 문화놀이터, 군민 각자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동체의 그릇이다. 


ⓒ 고성신문

“책둠벙, 군민이 주인이 되는 문화의 둠벙입니다”
인터뷰 박형섭 자문관

책 읽고 빌리는 공간 넘어
사람과 문화의 공간
군민이 도서관의 주체로,
관광형 도서관 만들 터

“둠벙은 마을의 생명을 길러내는 근원이었잖아요. 책둠벙도서관은 물 대신 책과 문화를 채워 넣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겁니다. 아이들이 책 속에서 놀고, 어른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어르신들의 지혜가 이어지는 장소. 그렇게 책과 사람이 함께 호흡하는 도서관이 되어야 합니다.”
박형섭 작가는 책둠벙도서관을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 살아있는 공간’이라 말한다. 그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대출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이야기와 문화가 흐르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책둠벙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으로 ‘주체성’을 꼽는다. 공모를 통해 지자체가 추진한 도서관이지만 행정기관이 관리하는 시설이 아니라, 군민이 필요로 하고 원하며, 즐기고 머물러야 할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용자가 주인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도서관은 살아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박형섭 작가는 이를 위해 개관 전부터 어린이 사서 프로그램, 자원봉사자 교육 등을 도입했다. 단순한 체험이나 형식적인 참여를 넘어, 군민이 도서관 운영의 주체로 자리 잡도록 한 것이다.
“아이들이 직접 책을 고르고 정리하면서 도서관의 일원이 되는 경험을 하고, 봉사자들은 자신이 가진 경험을 살려 프로그램을 꾸려갑니다. 이게 바로 ‘군민이 주인 되는 도서관’의 모습입니다.”
박 작가는 책둠벙도서관이 지향하는 가치를 ‘책·문화·이야기’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책은 도서관의 뿌리이고, 문화는 그것을 확장하는 가지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예요.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되고, 그 대화가 또 다른 이야기를 낳습니다. 이야기가 흐르는 곳, 그게 바로 책둠벙입니다.”
그는 도서관이 단순히 독서를 권장하는 차원을 넘어, 이야기를 매개로 한 공동체 활동의 거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계획 초기에는 공연과 예술수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소통 공간을 염두에 뒀습니다. 그러나 규모가 줄면서 일부 기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는 도서관이 군민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려면, 책만 읽는 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에게는 그림을 그리고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 어른들에게는 강연과 토론을 통한 배움의 기회, 어르신들에게는 삶을 나누는 장이 필요합니다. 책둠벙도서관은 그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열린 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
박형섭 작가는 책둠벙도서관이 책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군민 각자의 이야기가 스며든 공간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고성으로 불러들이는 관광형 도서관으로 만들고자 한다. 도시로 둘러싸인 것이 지금까지는 고성의 약점이었지만, 이제 도시민들이 책둠벙도서관으로 모여들게 하겠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사람의 삶이 연결되고, 세대가 공감하며, 마을이 함께 성장합니다. 책둠벙은 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작은 웅덩이 같은 곳이지요. 고성군민의 이야기 웅덩이입니다. 책을 매개로 만난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나누고, 이야기를 통해 미래를 그려가는 곳이죠. 아이들이 웃고, 부모가 안심하고, 어르신들이 지혜를 나누는, 그런 도서관이 되길 바랍니다.”
/최민화 기자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5년 0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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