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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노년을 위해, 노인 아닌 선배시민 되기-노인은 No! 건강한 선배시민이 지역 발전 이끈다

고령자 사회참여 기회 보장으로 지역 활력 향상
생산자이자 문화 전승자로 지역 활성화 주축
은퇴자 청년 함께하는 프로젝트로 새로운 모델 제시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5년 08월 22일
ⓒ 고성신문
고성의 고령화 비율은 매년 1%p 이상 늘어나고 있다. 2024년 1월 고성군의 고령화율은 35.5%였으나 1년 사이 37.3%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계속 늘
나 7월 기준 38%를 넘어섰다. 군민 100명 중 38명 이상이 노인이다. 그에 반해 청년의 수는 지난해 –1.6%였다. 빠른 고령화 속도와 높은 비율은 단순한 복지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이다.

# 노인, 더 이상 복지 수혜자 아니다
60대에 접어드는 베이비부머는 높은 교육수준과 안정적인 소득 및 자산, 활발한 사회문화활동 참여 등 ‘액티브 시니어’다. 은퇴 후에도 연금 등으로 노후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부머는 은퇴 후 먹고 살 걱정보다 사회참여 기회 축소가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들의 욕구를 충족할 정도의 재취업 자리나 취미활동, 학습기회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고성군은 매년 노인 일자리사업과 복지관 중심의 문화·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사업은 대부분 환경정비, 쓰레기 수거, 공공근로 등 단순노동에 머문다. 낮은 보수는 생계 보조 수준에 불과하다. 문화·여가 프로그램 또한 노래교실, 서예 등 일부 취미활동 위주로 제한적이다.
학습 역시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으면 군내에서는 평생학습 실현이 불가능하다. 고성학당이나 글봄학교 등 일부 과정이 개설돼 운영 중이지만, 문해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A씨는 “풀 뽑고 쓰레기만 치우는 일을 하기보다 자아실현도 되는 일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라면서 “지역 아이들 공부를 도와주거나 마을 일을 함께하고 싶은데 기회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B씨는 “내가 가진 경험을 살릴 기회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라면서 “은퇴자들이나 예정자들의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한다면 고성에 사는 액티브 시니어들에게는 큰 활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령자는 이제 더 이상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다. 공공근로나 종합복지관의 취미교실, 노인회 외에 액티브 시니어들이 자유롭게 학습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사회참여 기회 제공은 지역의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 왜 노인의 사회참여가 필요한가
노인의 사회참여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 해결로 이어진다. 고령자 사회활동은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지킨다. 여러 연구에서 사회활동에 참여한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건강 수준이 높고, 치매 발병률이 낮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활동을 통해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며 정서적 안정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참여하는 노인이 많아질수록 의료비와 돌봄비용은 줄어든다. 예방적 차원의 건강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돌봄 공백을 사회참여로 보완할 수 있어, 행정 부담도 완화된다.
청년과 노인이 함께 활동하며 세대 갈등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다. 노인의 경험과 지혜는 마을의 자산이다. 이들이 지역 문제 해결에 나설 때 공동체는 더 탄탄해진다.

# 노인이 주축이 되는 지역사회
복지 시스템에서 우리보다 앞선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노후소득을 연금 등으로 보장하고, 평생교육과 사회참여 기회 확대, 지역 보건의료 및 주거 시스템을 강화했다. 이전 회차를 통해 소개한 독일과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는 노인문제를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니라 사회참여의 기회로 전환해왔다. 그 방식과 성과는 고성이 참고할 만하다.
영국 맨체스터의 ‘Age Friendly City’ 정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맨체스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고령친화도시다. 맨체스터는 노인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노인이 도시정책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교통, 문화시설, 공공서비스 등 다양한 정책이 노인의 의견을 반영해 개선됐다. 버스 정류장 위치 조정, 문화시설 접근성 확대 등이 성과로 꼽힌다. “노인을 위한 정책은 결국 모든 세대를 위한 정책”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노인들이 주축이 돼 지역을 살린 사례도 있다. 한때 쇠퇴했던 도쿄 시타마치 지역 상점가는 은퇴 장인과 노인 자영업자들이 힘을 모아 재생에 나섰다. 도쿄의 스가모 지조도리 상점가는 ‘할머니의 하라주쿠’라 불릴 정도로 고령 상인과 방문객이 많다. 은퇴한 상인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전통상품 판매, 건강 관련 행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상권을 살려냈다. 전통 기술과 경험을 살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젊은 층의 유입도 늘고, 마을 공동체가 다시 살아났다. 고령자의 경험이 지역 브랜드로 재탄생한 사례다.
이는 고령 인구가 소비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생산자이자 문화 전승자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성의 농업·전통시장을 살리는 데도 응용 가능한 모델이다.
함양군의 ‘고마워 할매’ 프로젝트도 눈여겨봄 직하다. 경남 함양군 삼휴마을에서 시작된 ‘고마워 할매’ 프로젝트는 청년 창업팀 ‘숲속언니들’과 마을 할머니 20여 명이 함께 만든 모델이다. 2022년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되며 본격화됐다.
청년과 노인이 협력해 향토 음식 레시피를 활용한 팝업식당, 밀키트, 요가·텃밭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마을의 빈집을 숙소로 리모델링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그 수익은 지역경제로 환원된다. 이는 농촌 고령화와 청년 유입을 동시에 해결하는 세대 통합 모델로 주목받는다.

# 고성에 필요한 변화
고성군에도 청년센터, 청년정책협의회, 청년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또 노인회, 종합복지관은 물론 300개소 이상의 경로당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청년과 노인,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 접점은 거의 없다. 이들이 교류하며 공동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예컨대 청년단체와 노인회가 공동으로 마을정책을 제안하고, 복지관 프로그램에 청년 강사가 참여하거나, 노인이 청년 창업의 조언자로 나서는 방식이다.
마을 기록 활동도 의미가 크다. 은퇴자들이 마을의 구술사, 농업문화, 전통기술을 기록하고, 청년과 학생들이 이를 디지털화하거나 전시·출판으로 연결한다면 세대 간 협력이 이뤄진다. 기록은 공동체의 기억이 되고, 이는 지역 정체성으로 남는다.
고성은 농업지역인 만큼 고령 농업인과 청년 농업인의 협력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노인들은 토양과 기후, 생태에 대한 경험적 지식을 갖고 있다. 청년들은 새로운 기술과 온라인 유통, 브랜드 기획을 담당할 수 있다. 전통농법과 스마트 기술이 합쳐지면 새로운 농촌이 될 수 있다. 두 세대가 함께 한다면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안정적인 창농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은퇴자들의 경제활동 모델도 다양하다. 마을 해설사, 농촌체험 프로그램 운영, 지역축제 기획단, 공동체 돌봄 서비스 등은 모두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이 활동들이 청년과 이어질 때 더 큰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은퇴자는 경험을 제공하고, 청년은 이를 디지털 콘텐츠나 사업화로 발전시키는 구조다.

# 참여 없이는 미래도 없다
고령인구가 급증하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노인을 복지혜택의 수혜자로만 치부하는 것 또한 전국이 엇비슷하다. 많은 지역이 그렇지만 지금까지 ‘노인’에 대한 정책이나 사회적 보장은 주거, 식사 등 기본적인 분야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베이비 부머들을 지역 활성화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면 시니어 개인에게는 사회참여를 통한 만족감, 소속감을 얻는 동시에 신체적 활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지역사회는 의료비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감소, 침체된 지역 분위기에 활력을 더하는 새로운 대안이 된다.
노인 문제를 복지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능동적으로 나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노후의 활기찬 생활이 보장되는 지역이라면 은퇴 후 ‘돈 있는 시니어’가 이주해올 것이고, 그들은 지역경기 활성화를 비롯해 지역발전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고령화를 피할 수 없다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노인 사회참여는 복지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이다. 참여가 확대되면 노인은 건강한 노년을 누리고, 사회적 비용은 줄어든다. 청년과 노인이 함께하는 과정에서 세대 화합이 가능해지고, 지역공동체는 다시 살아난다.
고성의 초고령사회는 위기이자 기회다. 지금까지 노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인은 지역을 이끄는 주체이며, 경험과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선배시민이다. 그들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고 보장하는 것, 바로 그것이 고성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5년 0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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