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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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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 늙어가는 고성, 노인 사회참여 현주소 ② 선배시민과 청년이 함께하는 세대공감 ③ 노인, 돌봄을 넘어 지역사회 주체가 되는 독일 ④ 시니어 사회참여 유도해 고립감 해소하는 네덜란드 ⑤ 노인은 No! 건강한 선배시민이 지역 발전 이끈다
고성군은 경남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인구소멸지역, 지역소멸위험지역에 늘 이름을 올리는 고성군의 지난달 기준 총인구는 4만7천511명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만8천139명으로 전체의 38.18%에 달한다. 인구 3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인 셈이다.
# 초고령사회, 독거노인문제는 사회적 책임 고성군의 고령화율은 2024년 6월 36.28%에서 2025년 6월 기준 38.18%로 상승했다. 한 해사이 고성군 전체 인구는 1천149명이 줄어든 반면 고령인구는 487명이 늘어났다. 2025년 기준 고성읍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7.0%를 차지하지만, 하이면은 52.9%, 대가면은 58.4%에 달한다. 하이면, 동해면, 거류면 등 농촌 지역의 고령화율은 40%를 초과해 이미 ‘초초고령사회’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고성군내 독거노인은 6천 명을 훌쩍 넘기며, 치매와 만성질환을 동반한 거동불편 노인들의 고독사 위험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을 전체가 노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 속에서 돌봄 인력과 응급 구조망이 부족해지는 현실도 군민들의 불안을 더하고 있다. 독거노인의 증가는 단지 외로움의 문제가 아니다. 응급상황 대응이 늦어져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일상적인 건강관리와 식생활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아 만성질환의 악화와 낙상 사고로 인한 후유증도 많다. 최근 발생한 군내 80대 노인 성폭력 사건에서도 보듯 독거노인들은 각종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심각성이 커지는 문제는 자살이다. 사회적인 단절과 경제적 문제, 질환 등 노인들에게 닥치는 수많은 문제는 그들을 ‘고립’으로 몰아넣는다. 2019년 고성군이 군내에 거주하는 만65세 이상 인구 1천 명을 대상으로 노인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외로움과 고독감이 원인인 우울감을 느낀다는 답변은 65~69세에서 48.8%로 가장 높았다.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1년 간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해 봤다는 노인은 4.2%였다. 이 중 71.9%는 신체적·정신적 질환 및 장애, 10.8%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외로움과 고독감을 자살 고민 이유로 꼽은 노인도 9.3%로 나타났다. 65~69세에서는 가족이나 친구의 사망으로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는 답변이 12.1%로 조사됐다. 또한 독거노인 가구는 사회적 고립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우편물 수령이나 금융사기 등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일부 지역에서는 치매노인이 행방불명되거나 가스불을 끄지 않아 화재 위험이 커지는 사례도 있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 단순노동에 그치는 고성형 노인 일자리 민선 8기 이상근 군수는 고령자 맞춤형 일자리 확대를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특히 단순노동 위주의 기존 노인 일자리 모델을 탈피해 경력과 재능을 활용하는 일자리, 지역 돌봄을 연계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의 전환을 약속했다. 2022년부터 시행된 ‘초고령사회 어르신 일자리 창출사업’은 그 공약의 구체적 실현으로 볼 수 있다. 총사업비 279억5천400만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26년까지 5년간 지속되며, 2022년 1천490명이던 참여자를 2025년 2천85명까지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사업 유형은 공공시설 도우미, 학교 도우미 같은 공익형부터 푸드트럭 운영, 공동작업장 등 공동체형, 보육 및 노인돌봄 등 재능활용형으로 세분화돼 있으며, 민간단체와 협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고성시니어클럽, 대한노인회 고성군지회, 경남돌봄지원센터 등이 주요 실행 주체로 참여 중이다. 그러나 고성형 노인일자리 사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단순노동 일변도’라는 한계다. 현재 일자리의 다수는 청소, 환경정비, 교통지원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고령자의 경력이나 전문성은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월평균 수당이 30만 원 안팎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는 고정소득이 부족한 저소득 노인에게는 의미가 있으나, 경력을 가진 중산층 노인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 실제 한 참여자는 “주 3회, 하루 3시간 일하는데 교통비를 제하고 나면 큰 의미가 없다”라고 말한다. 또한 읍면 간 참여 격차도 존재한다. 면 지역에서는 인력 수급과 행정 접근성이 낮아 상대적으로 일자리 기회가 부족하다. 복지사와의 매칭이 어렵고, 일자리 종류도 한정돼 있어 농촌 노인일수록 참여율이 낮은 실정이다. 고성읍과 고성시니어클럽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업 구조에 대한 지역적 불균형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 노인이 수혜자가 아닌 주체가 되는 사회참여 노인의 사회참여는 초고령사회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다. 그러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다. 참여 의지가 있음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적 장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먼저 이동성과 정보 접근성의 한계가 뚜렷하다. 특히 농촌 지역 고령자는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고, 디지털 정보 접근성이 낮아 지역 내 복지관, 평생학습 프로그램, 공공근로나 자원봉사활동 등에 대한 정보조차 접하기 어렵다. 일부 복지 사업은 온라인 신청이나 행정기관 중심으로만 운영돼 노인의 진입장벽이 오히려 더 높아지는 실정이다. 사회문화적 인식과 자기검열도 문제다. 노인 스스로가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생각에 움츠러들고, 주변 시선 또한 “노인은 쉬어야 한다”라는 태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사나 육아 중심의 삶을 살아온 여성 노인의 경우, 자신을 ‘사회 밖의 존재’로 인식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데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건강과 경제 여건도 걸림돌이다. 참여하고 싶어도 거동이 불편하거나 만성질환으로 외출이 어려운 이들이 많고, 기초연금 수급 조건에 영향을 줄까 봐 참여를 꺼리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일부 노인은 “활동비 몇 만 원 때문에 혹시 수급 자격이 박탈될까 봐 망설여진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노인의 사회참여는 제도적으로 ‘있으나 접근할 수 없는 권리’가 되고 있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들고 자리를 마련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참여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참여의 의지가 참여의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교통, 건강, 정보, 심리, 인식 등 다층적인 요소들이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노인의 사회참여는 정신적으로는 대인접촉과 활동 중 성취감 등으로 치매, 우울증 등을 예방하고 신체적으로는 이동이나 활동 등 움직임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지역공동체에 참여한다는 소속감과 만족감은 노인들을 ‘변방’이 아닌 ‘지역사회의 중심’에 머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의 감소는 의료 및 복지비용 절감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노인이 단순 수혜자가 아닌, 사회적 기여자로 전환될 때 가능한 일이다.
# 노인은 보호대상 아닌 지역의 자산 고령자 전체를 수동적 존재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의 노인 세대와는 다르다.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를 모두 경험한 이들은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았고, 직업 경력과 사회 경험도 풍부하다. 이들은 자산이 어느 정도 있는 경우가 많아 생계를 위한 일자리를 찾기보다는 ‘의미 있는 활동’을 원한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77.7%는 정년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했으며, 자원봉사나 학습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비율도 높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다면 노인 일자리는 단순한 공공근로나 환경정비 중심의 일자리가 아닌, 정책 자문, 평생교육 강사, 마을 멘토, 공동체 리더 등의 형태로 확장될 수 있다. 퇴직한 교사가 방과후 학습을 돕고, 은퇴한 간호사가 마을보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직 공무원이 행정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모델은 이미 국내외 여러 지역에서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고성에서 노인은 단순한 보호대상이 아니다. 경험과 지혜, 관계망과 여유를 가진 존재로서 지역의 새로운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고령화를 피할 수 없는 미래가 아닌, 함께 만들어갈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령자를 수혜자가 아닌 주체로 인식하고, 그들의 경험과 역량을 지역 발전에 활용하는 구조로 전환이 시급하다. /최민화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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